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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공동합의문'의 정치경제적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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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9,19 공동합의문'의 정치경제적 해석

미래전략연구원 '지구촌, 분석과 전망' <27> 6자회담 평가와 전망 (1)

이글의 목적은 이번 제4차 6자회담을 정치경제학적 시각에서 해석하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왜 지난 8월 7일부터 휴회된 6자회담이 결렬되지 않고 이어졌으며, 9월 19일 6자회담국이 합의하여 채택한 공동성명(joint statement)이 왜 그러한 내용의 합의문이 되었는지를 정치경제학적 틀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분석을 기초로 하여 앞으로 6자회담이 어떻게 이어질 것인지도 조심스럽게 전망하고자 한다.

***1. 정치경제학적 분석틀**

우선 정치경제학적 분석은 어떠한 분석을 의미하는 것인가? 아주 간단히 말하자면 정치를 하기 위해서 경제가 필요하고, 경제를 하기 위해서 정치가 필요한 그러한 상관관계를 추적하면서 분석하는 것을 정치경제학적 분석이라고 한다(물론 정치경제학, 혹은 정치경제학적 분석에 대해서는 매우 다양한 정의와 논란이 존재하기 때문에 여기서 필자가 말하는 것은 매우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정의라고 보면 된다). 이 글에서 주안점으로 삼고자 하는 정치경제적 분석은 김정일 정권이라는 통치기구(당 관료기구와 정규군)가 북한이라는 영토 안의 국민을 통치, 보호하기(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을 포함하여) 위하여 필요한 경제적 재원을 마련하는 정치력, 외교력, 협상력을 분석하는 것이고, 따라서 김정일 정권이라는 통치기구의 정치경제적 문제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하고자 한다.

약 16세기부터 시작된 유럽의 근대국가(modern nation-state) 형성과 발전과정을 보면 특정한 영토를 통치하고자 하는 일종의 깡패집단 우두머리(king)가 비교적 방대한 영토를 통제하기 위하여 영토의 구석(지방)까지 미치는 관료기구와 전문적이고 직업적인 정규군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즉 왕이 관료기구와 군대를 가지고 자기가 통치하고자 하는 공간에서 상인, 귀족, 백성들을 통제하는 과정이 유럽의 근대국가 형성과정의 큰 부분이다.

그런데 이러한 관료기구와 군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이에 필요한 경제적 자원이 필요한데 지방까지 관료와 군대를 보내고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다른 경제적 자원보다는 간편하게 이동이 손쉬운 돈이라는 화폐가 가장 효율적인 경제적 자원이었다. 따라서 깡패집단의 우두머리는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을(당시 주로 무역업에 종사하던 상인들) 안팎에서 군대로 보호해 주고 대신 이들로부터 돈을 빌려 쓰기 시작한다. 또 빌린 돈으로 관료제도와 군대를 강화하고, 그를 통하여 백성들로부터 효율적으로 세금을 거두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마련된 재원은 국가기구를 더욱 강대하고 체계화하는 데 쓰고, 결국 국가는 안으로는 경제활동과 일부 귀족들의 이권을 보호하고, 밖으로는 이들 경제활동과 특권, 그리고 왕의 영역을 다른 깡패집단(당시의 다른 국가)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상은 유럽의 근대국가 형성과정을 매우 단순하게 모형화한 것인데(위와 다른 다양한 형성과정이 있었고, 또 유럽과 아시아의 국가 형성과정과 성격 역시 매우 상이함), 이러한 근대국가 형성의 일반적인 모형을 보면 지금의 국가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는 데에도 유용한 단서를 제공한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위에서 기술한 모형과 지금의 국가 운용의 모형이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국가도 상당히 방대한 영토를 통치하기 위하여 관료제도와 군대를 보유하고 이들을 운용하는 데 필요한 경제적 재원을 안과 밖에서 확보한다. 그리고 그 경제적 자원의 확보를 통하여 국가는 안과 밖에서 국민과 특정 세력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데 경제적 자원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상인과 시장을 인정하여 국가가 상인과 타협하여 보호와 돈을 교환하게 되면 이는 자본주의적 국가로 발전하고, 상인과 시장을 인정하지 않고 경제활동 자체까지 국가가 관료제로 통합하여 국민을 경제적으로 동원하고 대신 그들을 정치, 경제적으로 보호하게 되면 이는 사회주의 국가로 발전하게 된다. 오늘날의 북한은 후자의 경로를 선택한 사회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고도로 발달된 관료제와 군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이다. 이러한 관료제와 군은 김정일 정권이라는 16세기에 비유하면 군주의 통치를 위하여 작동하고, 이러한 통치를 위하여 경제적 자원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적 자원을 확보하면서 김정일 정권은 스스로와 북한 주민 및 북한의 특정 이권을 보호해야만 한다. 이러한 모형에서 보면 김정일 정권의 북한은 일단 관료제와 군이 작동할 수 있는 수준의 경제적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최소한의 목표가 되며 그 자원이 최소한으로 확보되면 백성이 통제되고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어느 정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

따라서 정치경제적으로 보면 김정일 정권의 단기적 목표는 관료제와 군을 운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적 자원 확보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정치적 노력이다. 그 이상으로 다른 목표를 설정하여 기존의 관료기구와 군이 무너지고 외부의 위협에 노출되게 되면 그러한 목표들은 포기하고 다시 관료기구와 군을 운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적 자원 확보라는 최소한의 목표로 복귀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북미관계를 중심으로 한 6자회담을 읽는 정치경제학적 분석틀이다.

***2. 북한의 정치경제적 한계와 6자회담의 효용성**

북한의 경제체제가 이미 실패한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북한은 그야말로 내부적으로 조세를 통하여 관료제도와 군을 운용할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 90년대를 보면 북한의 경제성장은 계속 마이너스 성장을 해 오다가 98년부터 회복하여 플러스 성장으로 돌았다. 그러나 약 238억 달러라는 작은 경제규모와 인플레 등을 감안할 때 실질적으로는 마이너스 성장이라고 볼 수 있으며, 그 경제규모는 남한의 약 3% 수준에 불과하다. 다시 말하자면 북한의 전체 경제규모는 한국의 국방비 정도밖에 안되는 규모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사회주의 경제는 국민을 동원(mobilize)하여 투입(input)을 늘려 산출(output)을 늘리는 형태의 경제성장을 하게 되는데, 북한은 식량난 때문에 농업 이외의 분야에 경제적 동원과 투입을 제대로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산출로부터 생기는 재원을 마련하기 어렵게 되었다. 북한의 식량난은 지속되어 2005년에는 "농업 주공전선"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농업문제를 경제정책의 최우선으로 두고 있으며, 고위층, 군인, 즉 관료와 군을 제외하고는 일반주민들이 시장에서 어렵게 식량을 구하고 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식량공급의 제한으로 식량가가 올라 식량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외부 식량지원이 매우 중요해지는 상황을 초래하였다.

뿐만 아니라 특정 국가와의 대외무역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중국과의 비중은 2000년대 20%를 상회하여 2004년에는 약 40%에 육박하고 있으며, 한국과의 비중도 약 20%대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 무역의 절반 이상을 중국과 한국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식량난과 관련하여 한국의 농업부문의 비거래성 교역은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인도적 비거래성 교역은 전체 교역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주로 쌀, 비료의 무상지원에 집중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1995년 쌀 15만톤을 지원한 이래 대북식량지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으며 2000년에는 쌀 30만톤과 옥수수 20만톤, 그리고 2002년에서 2004년까지는 매년 쌀 40만톤을 지원하였고 2005년에는 쌀 50만톤을 지원하게 되어 있다. 한국 말고도 세계식량계획(WFP)의 대북 식량지원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WFP는 1996년 이래 대북 식량지원 사업에 지속적으로 참여해 왔으며 2001년에는 매년 정례적으로 옥수수 10만톤 분량을 지원해 왔다. 4차 6자회담이 열린 2005년 8월 직전인 7월의 남한의 대북 지원액은 6억1,085만천달러로 전년 동월 1억2,655천달러 대비 무려 382.7%가 증가하였고(전월인 6월에 대비하여 16.1%감소), 품복별 구성비율은 비료, 쌀, 시멘트, 의약품 등이 주로 차지하였다.

따라서 북한은 근대국가체제의 안과 밖을 보호하는 관료기구와 정규군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경제적 재원을 마련하는 데 상당한 애를 먹고 있음을 알 수 있고, 또 그 재원의 상당부분을 외부에 의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제한된 재원으로 내부의 위협, 즉 정권과 특권층에 대한 도전세력은 관료와 정규군으로(당과 선군정치) 통제가 가능하나, 외부의 위협, 즉 미국과 한국, 일본 등과의 군사력 격차를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아 가장 적은 재원으로 가장 최대한의 군사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핵무기를 개발하여 외부의 위협에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6자회담은 북한에게 근대국가로서 관료기구와 정규군을 효율적으로 유지하여 내외부의 위협을 막아내는 데 매우 주요한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우선 6자회담이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지속되어야 북한은 6자회담 재개와 지속이라는 대가로 남한과 중국 등으로부터 지속적인 경제협력을 얻어낼 수 있다. 사실 남북관계만을 보더라도 남북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하여(공식적으로는 다른 명분이었지만) 제15차 장관급 회담(6.21-24)에서 대북 식량지원에 합의하였고, 경추위 제10차회의 (7.9-12)에서 쌀 50만톤을 차관방식으로 제공하는 합의서를 체결하였다. 이 합의서에는 식량지원뿐만이 아니라 개성공단, 수산협력, 경의선, 동해선 건설 등 다른 경제협력 사안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지원이 6차회담 재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인센티브로는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6자회담이 개최되고, 합의문이 도출되면서 남북 경제, 에너지 협력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여기에 북미관계 개선, 북일 수교 등이 뒤따르면 북한이라는 근대국가를 작동시키는 재원마련은 훨씬 수월해 질 것이다.

한편, 외부의 위협에 대한 최소한의 비용을 통한 최대한의 효과라는 핵억지에 있어서 북한은 위에서 말한 재원마련을 지속해 가면서 이와 병행하여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시점(북미수교)에서 완전하게 핵을 포기하려고 할 것이다. 이번 6자회담에서는 그 시점이 정말 확실히 올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북한은 경수로문제를 가지고 신뢰구축의 기간을 확보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이며, 또한 핵 포기의 시점을 가능한 한 뒤로 미루려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6자회담틀이 완전히 깨지는 것은 북한에게는 근대국가 운영의 재원 마련에 큰 타격을 줄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위협 수준이 다시 빠른 속도로 상승하기 전에는 북한이 6자회담의 틀을 완전히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미국도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북한을 관리하고자 하는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6자회담의 운명은 꽤 질길 것으로 보인다.

***3. 9,19 공동합의문의 정치경제적 해석과 앞으로의 전망**

이러한 시각에서 이번 9.19 공동선언문을 해석해 보면 1항은 핵포기와 북한의 외부로부터의 위협제거를 교환하는 원칙을 담고 있다. 2항은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관계국과 수교협상에 들어갈 것을 표명한 조항이다. 3항은 북한이 얻어내고자 하는 경제 및 에너지 협력에 관한 조항이며, 나머지 조항들(4, 5, 6항)은 이러한 거래를 위하여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틀의 협의를 계속해 나가자는 원칙을 밝히는 조항들이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공동성명의 조항들을 정치경제학적 시각에서 해석하면 북한이 근대국가 운용을 위한 재원마련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와 거래를 표명한 매우 전형적인 근대국가 정치경제의 틀에 딱 맞아 떨어진다.

이렇게 보면, 앞으로 6자회담의 미래에 대해서도 정치경제학적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우선 북한은 관료기구와 정규군을 유지하는 경제적 재원마련을 위하여 6자회담의 틀을 이어가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6자회담의 틀이 외부의 위협감소에 병행하지 않고 북핵을 제거하는 수순으로 들어간다면 상당히 반발하면서 틀을 깨고자 하는 위협을 가할 것이다. 즉 핵을 먼저 포기하고 그 다음의 순서를 기다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근대국가의 작동은 관료기구와 정규군을 확보하여 내부를 통제하는 것만으로는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외부의 위협으로부터도 보호를 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북핵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안과 밖 모두에서 근대국가로서 작동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해 주면서 북한이라는 근대국가의 내용을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는 내용으로 바꾸어가는 방법을 고안해 내야 할 것이다. 그 해답은 역시 근대국가 북한이 안정적으로 체제전환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관료기구와 정규군의 주인이 누가 될 것인가도 그 체제전환의 틀 속에서 안정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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