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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대승엔 거품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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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대승엔 거품이 많다"

日 전문가들 "반대 세력 결집…개헌도 간단치 않은 문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정치적 대도박이 화려한 성공으로 끝이 났다. 자민당은 15년만에 단독 과반수를 훌쩍 넘어섰고, 축출된 반대파들은 패배의 쓴 잔을 들었다. 중의원 해산의 직접적인 이유가 됐던 우정 민영화법이 어렵잖게 통과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고이즈미는 그것이 새롭게 출범할 중의원의 첫 번째 임무라고 선언했다.

공명당과 의석수를 합하면 헌법 개정도 가능하다. 고이즈미 자신은 일단 부정하고 있지만 그가 임기 내에 개헌을 관철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도 계속 강행할 것이며, 그로써 주변국과의 갈등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일본인 전문가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다시 말해, 우정 민영화법과 신사 참배에 대한 전망에는 대체적으로 동의하지만, 고이즈미의 대승에는 '거품'이 많아 헌법 개정 같은 근본적이고 중대한 사안에서 모두 고이즈미의 뜻대로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고이즈미는 이시하라 신타로나 아베 신조가 아니다"**

국내에 거주하는 일본인 분석가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우선 평화헌법의 개정이 언론의 예상처럼 쉽게 추진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대부분 의견 일치를 보였다.

이들은 '정치적 몰아주기'가 있을 때마다 일본 국민들에게 나타났던 '균형 맞추기' 정치행태 때문에 개헌은 결코 간단치 않은 문제라고 진단했다.

"21세기에 이렇게 심한 몰표가 나오다니 믿을 수 없다"고 운을 뗀 시모카와 마사하루 <마이니치신문> 편집위원은 "이번에는 일본 국민들이 균형을 잃은 것 같은데 헌법 문제만큼은 신중해야 한다는 국민감정이 있다"고 말했다.

시모카와 위원이 말하는 '균형'이란 한 정치세력에 완승을 주지 않으려는 일본인들의 정치적 심리를 가리킨다. 그는 자민당과 공민당의 의석수가 개헌 발의선인 3분의 2를 넘은 것이 오히려 헌법 개정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았다. 이번 선거에서 스스로 균형감각을 잃었다는 정치적 자성론이 국민들 사이에서 고개를 들어 다수파의 '수의 정치'를 강력히 경계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이어 "고이즈미는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나 아베 신조 자민당 간사장 대리 같은 강경 극우파가 아니다. 납치 문제로 북한에 경제 제재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언제나 강경책만을 쓰지는 않는다. 헌법에 대해 여러 정당과 논의하겠다고 했는데 아마 맞는 말일 것이다"고 덧붙였다.

***"고이즈미는 나카소네의 교훈 잊지 않을 것"**

호사카 유지 세종대 일문과 교수도 유사한 전망을 내놨다.

호사카 교수는 1980년대 나카소네 총리 시절의 역사적 경험이 고이즈미의 '신중 행보'를 이끌 수 있다고 보았다. 당시 자민당은 300석을 차지했으나 국민들의 균형 심리가 발동해 반대파가 성장했고 결국 소비세 도입 문제로 강한 반발을 사 다음 선거에서 많은 의석을 잃었다.

그는 "자민당에 대한 지지는 우정 민영화에 대한 찬성이지 (헌법 개정을 통한) 군대 부활에 찬성한 게 결코 아니다"라며 "국회통과는 몰라도 국민들의 과반수 찬성을 얻기는 힘들 것이다"고 개헌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최근 역사 왜곡 교과서에 대한 일본 내 양심세력의 반대운동이 성공했던 예를 들며 "고이즈미가 오만해져서 신사 참배하고 오만한 외교를 펼치니까 오히려 시민사회 운동이 힘을 얻었다"며 "고이즈미의 승리에는 거품이 많아 선거 결과에 긴장한 양심세력들의 공세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 점에서는 한국인 전문가들의 견해도 다르지 않았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공명당이 개헌에 적극적이지 않아 중의원은 몰라도 참의원 통과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 개정파와 손을 잡는다는 시나리오도 있는데, 지리멸렬해진 민주당이 개헌 문제로 분열되면 당 존립 자체에 문제가 생겨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아니다"고 전망했다.

***"신사 참배는 계속할 것…주변국 대응 중요"**

신사 참배가 계속될지 모른다는 전망에 대해 시모카와 편집위원은 고이즈미 총리의 개인적인 배경과 성격상 참배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조부와 부친 모두 '순수한 국수적인 사고'를 하는 집안에서 태어났고 "마음 먹으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성격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의 하나로 그가 제시한 것은 주변국들의 대응이다. 그는 "법치, 인치라는 말이 있는데 일본은 눈치를 보는 나라다"라며 "노무현 대통령처럼 노골적으로 얘기하는 건 좀 곤란하지만 한국의 국민감정이 어떤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 정부는 사실 중국의 태도를 더 중시하는 것 같다. 중국은 총리, 외상, 관방장관 이 세 사람만 참배하지 않으면 된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한일정상회담에서는 신사 얘기가 직접적으로 거론되지 않았지만,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고이즈미를 만날 때마다 언제나 그 얘기를 한다. 고이즈미도 그걸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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