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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개헌 논의의 최대 수혜자는 노무현 대통령"

<분석> '87년 체제 극복' 명분으로 '남은 임기-퇴임후 계산'

"개헌과 개헌 논의의 최대 수혜자는 당연히 노무현 대통령이다." 연정론이 개헌 논의와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와 관련해 노심(盧心) 읽기에 일가견을 인정받는 정치권의 한 인사의 지적이다.

'연정을 통한 개헌'이 성사될 경우 어떤 방식으로든 노 대통령의 영향력이 유지될 것은 두 말 할 필요도 없고, 설사 궁극적으로 개헌이 성사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실상 노 대통령이 촉발한 개헌 논의가 현 정국에서 그의 발언권이 극대화될 것 역시 두 말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선 노 대통령의 구상에는 개헌, 연정, 선거제도 개편 등 모든 것이 '패키지'로 묶여 있다는 분석이 대종이다.

***선거제도개편과 개헌의 명분은 '87년체제 극복'**

노 대통령은 그동안 "나는 새 시대를 여는 맏형이 되고 싶었는데, 구시대의 막내 노릇을 할 수밖에 없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또한 "세종이 되고 싶었지만 태종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 같다"고도 했다.

최근의 정황은 노 대통령의 이런 언급이 소위 '87년 체제(국회의원 소선거구제와 대통령 5년 단임제가 골간)'의 '막내 역할'을 염두에 둔 것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본격적인 논란이 촉발되기까지는 시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선거제도 개편과 개헌 논의가 맞물릴 수밖에 없는 상황전개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정치 행보'에 대해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쪽은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대통령으로 남고자 하는 역사적 평가를 의식한 것"(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이라며 명분을 강조한다.

그러나 정치권은 대체로 지난 2년6개월 간 이렇다 할 업적을 남기지 못한 노 대통령이 정치질서의 재편에 남은 임기를 '올인'하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소위 '치적'을 고민하게 되는 '집권 3년차 증후군'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야당 "남은 임기를 위한 전략이 숨어 있다"**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는 당장은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 문제를 극구 분리시키려고 한다. "개헌론이 섞일 경우 선거제도 개편 문제에 대한 초점이 흐려진다"는 이유이지만, 실제로는 현직 대통령이 개헌 논의의 중심에 등장할 경우 야당과 여론이 이를 '정략적 의도'로 받아들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주의 타파'나 '87년 체제의 극복'이라는 '대의명분' 속에는 남은 임기에 대한 '전략'이 숨어 있다는 것이 야권의 판단이다.

우선 노 대통령과 여당 지지도의 지속적인 추락세와 맞물려 임기 반환점을 돌기 전부터 '조기 레임덕'이 거론되는 위기 상황에서, 적극적인 승부수를 통해 정국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이라는 게 일반적인 풀이다.

한나라당 김무성 사무총장은 연정 제안이 들어온 초반부터 "조기 레임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대통령이 정국의 중심에 서려는 것"이라고 경계했고,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도 "하는 일마다 성과를 내지 못한 대통령이 낡은 정치를 척결한다는 명분을 쥐고 정치적 긴장의 중심에 서려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청와대 발(發) 선거구제 개편론 혹은 개헌론이 일차적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있다. 지금 분위기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필패'가 예상되는 만큼 노 대통령의 제안에 향후 지방선거 분위기를 역전시키기 위한 포석들이 숨어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인 것이다. 이런 해석은 노 대통령이 지방선거 결과를 개헌에 대한 가부 표현으로 수용하겠다는 식의 '승부수'를 던질 수도 있다는 '수읽기'로까지 진전된 상태다.

어쨌든 이런 해석대로라면 당초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예상됐던 개헌 논의는 조기에 공론화될 수밖에 없다.

한편 개헌론의 방향이 '내각제' 혹은 '이원집정부제'로 무게중심이 쏠리면서 퇴임 후를 고려한 대통령의 '후계 대책'이란 해석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높은 곳에 서 있는 사람이 고소공포증을 느끼듯이 최고권력자이기에 퇴임 후에 대한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내각제 개헌이 가능하다면 다음 정권에도 일정부분 자신의 정치적 지분을 담보할 수 있으니 역대 대통령 몇몇이 겪었던 최악의 사태는 면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노회찬 의원도 "내각제 개헌이 궁극의 목표라고 볼 수 있는 근거는 확실치 않지만 만약 내각제 개헌이 목표라면 자신의 정치적 활동기간을 연장하려는 비겁하고 부도덕한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공난망… 그래도 계속될 것**

노 대통령이 굳이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에 사활을 건 것도 개헌과 선거법 개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두 가지 모두 재적의원 3분의 2가 필요한 사안으로, 한나라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애당초부터 개혁연정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현재로선 한나라당을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위한 테이블에 끌어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압박하기 위해 대통령직을 건 카드를 던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노 대통령이 던질 다음 카드가 무엇일지는 일차적으로 박근혜 대표와의 영수회담 결과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헌논의 역시 차기 주자들의 이해관계가 엇물려 있는 사안이어서 노 대통령 의중대로 흘러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야권의 차기 주자들의 반발은 물론이고 당장 여당 내 주자들 진영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 점은 눈여겨볼만 하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계열로서 재야파를 이끌고 있는 장영달 상임중앙위원은 "개헌을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조기 개헌론에 손을 들었다. 지난번 당의장 경선 과정에서 '친(親)김근태-반(反)정동영'을 선언한 유시민 상임중앙위원도 "당이 개헌문제를 주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문희상 의장이나 민병두 전자정당위원장은 "개헌 공론화는 내년 말쯤이 적당하다"며 개헌 전략에서 김근태계와 큰 차이를 보였다.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에 대해서도 양측의 입장차이는 현저하다.

이처럼 대연정과 개헌론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불투명한 상황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헌논의의 최대 수혜자일 수 밖에 없는 노 대통령이 이에 대한 집착을 쉽게 버리지 않을 것만은 확실해 정국의 불안정성은 한층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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