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혁신위원회(위원장 홍준표)는 31일 박근혜 대표에게 북한 방문을 건의하고 나섰다. 박 대표는 지난 18일(미국 시각)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가진 연설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방북의사를 밝힌 바 있다.
***홍준표 "박 대표 방미성과 극대화, 상호공존 대북정책으로 간다"**
혁신위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박 대표의 방미 성과를 극대화하고, 새로운 대북ㆍ통일 정책의 기조를 확인함과 동시에 교착상태의 북핵문제 해결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박근혜 대표의 방북 추진을 건의한다"고 밝혔다.
홍준표 위원장은 이와 관련, "박 대표가 미국에 가서 대단한 성과를 이뤘다고 들었다"며 박 대표의 방미성과를 극찬한 뒤, "방미 성과를 극대화하고 북핵 교착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야당 차원에서 돌파구를 열수 있게 하기 위해 방북을 건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시기는 대표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혁신위는 "대북정책을 그동안의 '전략적 상호주의'에서 '상호공존' 원칙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하나의 실천 방안으로 "북한방송 전면개방을 주제로 한 공청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홍 위원장은 "북방정책 획기적 전환의 고리는 80년대 후반과 90년 초반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에서 비롯됐다"며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정당과 민자당이 북방정책의 출발점을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대북 유화정책의 투명성 보장을 요구했고, 그래서 '전략적 상호주의'로 입장을 정리했었다"면서 "그러다보니 한나라당이 대북유화정책의 발목만 잡고, 반통일 세력으로 비쳐졌다. 북방정책의 출발점에 섰던 한나라당이 대북 강경정책으로 거꾸로 몰리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홍 위원장은 "우리가 시작했던 북방정책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오해를 벗고, 완결하자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 안을 정강에 못박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홍 위원장이 "대북정책에 대해서 당 간부들이 혁신위 의원들에게 전화를 많이 하면서 난리가 났었다"고 밝힌 만큼 당내 보수파 의원들의 반발이 혁신위 안의 최종 채택까지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기전당대회는 상식적인 문제. 박 대표 재신임하자는 것 아니다"**
한편, 홍 위원장은 이날 오전에도 당내 소장파와 지도부 사이의 갈등의 요인이 됐던 7월 전당대회에 대한 필요성을 주장했다.
홍 위원장은 "혁신위 차원에서 조기 전당대회와 관련해 논의한 적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당의 지도체제와 당헌, 권한체계가 바뀌게 되면, 구당헌에 의해 임명된 지도부가 계속 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7월 전당대회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홍 위원장은 "이것은 정치 일정과 상식에 관한 문제"라며 "박 대표에 대한 재신임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왜 재신임으로 보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조기전대에 부정적인 지도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위원회는 대선후보 공정경쟁 관리와 관련해 대통령 선거 1년6개월 이전부터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도록 했다. 대선 1년6개월 전은 시기상 2006년 6, 7월경이 되고, 이 시기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와도 맞물린다.
혁신위는 또 대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선출직 당직으로부터 대선 1년6개월전에 사퇴하도록 했다. 그러나 상임고문 등의 형식으로 당의 의사결정과정에 의사개진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중앙당과 시도당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혁신위는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의 공천은 중앙당에 두고 기초단체장과 광역의회의원의 공천은 시도당에서 행사하기로 이원화했다. 시도당 위원장은 당원의 직선에 의해 선출토록 했고, 광역단체장 출마 희망자는 선거 1년전에 시도위원장을 사퇴하거나 출마를 금지시켰다.
당 조직개편과 관련해선 사무총장과 동급으로 홍보총장을 둬, 홍보를 총괄하도록 했다. 홍 위원장은 홍보총장에 대해 "정부 수반이나 각료들의 측근에서 국민의 생각이나 여론을 수렴해 정책으로 구체화시키거나 정부 정책을 국민들에게 납득시키는 역할을 하는 정치 전문가를 의미하는 스핀닥터(spin doctor) 역할도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위가 대북정책과 당헌당규 등에 있어서 전향적인 개정안을 발표하고 있지만, 운영위원회와 의원총회의 의결 절차를 무난히 통과할 지는 미지수다.
지난번 혁신위의 브리핑에 앞서서 홍 위원장은 박 대표에게 전화 보고를 했지만, 이날은 "팩스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홍 위원장은 "최근에 지도부는 혁신위원들한테 전화를 하는데, 나한테는 아무도 전화를 안하더라"고 농담조로 덧붙이기도 해 혁신위와 지도부 사이의 불편해진 관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