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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원내대표 경선, '반쪽'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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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원내대표 경선, '반쪽' 위기

반대파 "경선연기" 요구에 지도부 "연기 불가"

한나라당 내분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9일 오전 8시30분부터 의원총회를 열고 내분 사태 수습방안을 논의했지만, 반대파 의원들의 "원내대표 경선 일정 연기" 요청에 지도부의 수용불가 입장이 완강한 상태다. 일단 지도부는 결론을 유보한 채 이날 오후 다시 의총을 열기로 했으나, 반대파 의원들은 "경선 강행시 보이콧하겠다"고 경고하고 있어 11일 원내대표 경선이 반대파 의원들의 불참속에 '반쪽'으로 치러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반대파 경선연기 주장에 박근혜 "당헌당규대로 해야"**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 직후 "반대파 의원들의 원내대표 경선 연기 요구에 대해 결론을 아직 내리지 못했다"며 "오후 4시에 다시 의원총회를 소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원내대표 경선 연기를 수용할 수 없다는 지도부 입장이 확고하다.

박근혜 대표는 투명사회협약 조인식을 마친 이후 기자들과 만나 "당헌당규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일주일 이내에 하도록 돼 있는 당헌당규대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총선 이후 의원들의 요청에 따라 당헌당규를 수정했다"고 덧붙여, 반대파 의원들의 연기 요청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원내대표 선거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연희 의원도 "연기는 원칙에도 맞지 않고, 이럴 때일수록 당헌당규를 지켜야 한다"며 "조사해본 바로는 11일에 가장 많은 의원들이 모일 수 있다고 한다"고 말해 강행입장을 밝혔다.

강재섭, 맹형규, 권철현 의원 등 새 원내대표 후보들도 이미 슬로건까지 결정하며 11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 일정에 맞춰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일정 연기에 부정적이다.

권 의원은 "후보들이 연기를 요청하라는 주장도 나왔는데 어떤 선거에서도 후보가 선거의 룰을 결정하는 경우는 없다"며 "지도부와 선관위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강재섭 의원은 "99.9% 그대로 가면 된다"고 말했고, 맹형규 의원도 "일정대로 간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김문수-안상수 "박 대표도 책임져야"**

그러나 수도지키기 투쟁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반대파 의원들은 11일 경선이 강행될 경우 경선 보이콧을 경고하고 있어 지도부가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오 의원은 "반대파 의원들이 다 불참하면 반쪽으로 치러지는 것"이라며 "경선을 11일로 밀고나갈 경우 반쪽 경선이 될 것이고, 한나라당 내분은 장기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의총에서 반대파 의원들은 지도부를 향해 쌓였던 불만을 털어놓았다. 반대파 의원들 중에서도 강경파로 분류되는 안상수, 김문수 의원들은 박근혜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안상수 의원은 "김덕룡 원내대표가 물러난 마당에, 박 대표도 깨끗이 물러나고 비대위를 만들어야 한다"며 "당명도 바꾸고 행정수도의 새로운 대안으로 기업도시 육성책을 내놓자"고 주장했다.

김문수 의원은 "한나라당이 아류정당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수도이전은 노무현 정권이 나라를 망치는 것의 핵심인데 한나라당은 시종일관 야합과 사쿠라 짓을 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정권의) 비위를 맞추고 상생한다고 한 첫째 책임은 박 대표"라며 "박 대표가 나라를 위해 중대한 결단을 내려 달라"고 퇴진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같은 박 대표 사퇴 주장은 반대파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진 못했다. 그러자 이재오 의원이 중재안으로 '원내대표 경선 일정 연기'를 내놓은 것이다.

이 의원은 "박 대표 중심으로 당을 수습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지금 양측 입장이 첨예하니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해 원내대표 경선 출마자 3인이 연기를 요청해달라"고 제안했다. 반대파에 동참하고 있는 고진화 의원은 "이 정도가 당에서 수습할 수 있는 합리적인 안이라고 생각한다"고 경선 연기 주장이 수습을 위한 반대파 의원들의 '마지노선'임을 밝혔다.

***김덕룡 "나를 딛고, 박근혜 중심으로 단합해달라"**

한편 이날 의원총회에선 김덕룡 전원내대표가 사퇴의 변을 밝히며 "박 대표를 중심으로 한 사태의 수습"을 촉구했고, 박세일 의원 등에 대해 사퇴를 종용하는 듯한 발언을 한 김무성 사무총장과 전여옥 대변인의 유감 표명도 이어지며 전ㆍ현 지도부의 유화 제스처도 이어졌다.

김 전대표는 "한나라당이 나의 사퇴를 발판으로 나를 딛고 서서 빠른 시간 내에 박근혜 대표 중심으로 단결해서 혼란을 수습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기 바란다"며 "내가 여러분께 충심으로 바라고 호소하고 싶은 것이 바로 이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차 한잔이나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고뇌의 시간, 우정의 시간을 가질 기회가 있으리라 믿기 때문에 오늘은 내가 말을 줄이겠다"고 밝혀 의원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자신의 박세일 사퇴 촉구 발언과 관련, "총장으로서 당의 기강을 잡아야 되기 때문에 한 발언"이라며 "일부 의원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면 유감"이라고 말했다. 전여옥 대변인도 "나는 말과 행동을 일치하는 삶을 살아왔는데, 정치인들이 사표를 낸다고 해서 사표를 반드시 낸다는 게 아니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됐다"며 "그 점에 대해 의원들에게 불편하게 한 점이 있다면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선 전재희 의원의 단식 중단과 박세일 의원의 의원직 사퇴서 철회 결의안도 채택했다. 그러나 전 의원은 단식을 중단할 뜻을 내비치지 않고 있고, 박세일 의원도 여전히 연락을 끊고 잠적중이다.

특별법 통과이후 개별적인 성명과 브리핑으로 공방을 벌였던 한나라당의 '두가족'은 이날 의총을 통해 처음 한 자리에 모여 수습방안을 논의했지만, 내분은 여전히 진행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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