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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보수-진보 통합하는 제3의 이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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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 "보수-진보 통합하는 제3의 이념 필요"

"영토적 통일 고집할 필요없이, 남북 경제공동체도 통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23일 "더 이상 보수와 진보의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이 둘을 다 포괄할 수 있는 '제 3의 통합적인 이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날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원 특강에 앞서 사전 배포한 연설문에서 이같이 밝힌 뒤, 여러 차례 '실용'을 강조하고 북핵 문제 등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도 "영토적 통일을 고집할 필요없이 남북간 경제공동체도 통일과 같은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북한 정권의 실체를 인정하며 남북한 경제교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나라당, 유연한 실용주의 추구할 것"**

박 대표는 "선진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심 세력이 필요하다"며 "산업화 세력의 경륜과 민주화 세력의 열정이 통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허황된 명분과 이념을 따질 것이 아니라 먹고 사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실용주의 정신으로 무장을 한 세력이 나라의 중심에 서야 한다"며 "정치권 내에선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이 조화를 이룬 저희 한나라당이 산업화와 민주화의 토대위에 선진화를 이룰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은 극단적이고 소모적인 이념대결보다는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공동체 자유주의' 이념 하에 유연한 실용주의를 추구할 것"이라며 "공허한 얘기보다는 손에 잡히는 정책을 갖고 실제로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방 60년은 정말 자랑스런 기록"**

그러면서 박 대표는 해방이후 65년여 동안의 시기를 1940~50년대의 '건국'의 시기, 1960~70년대의 '산업화'의 시기, 1980~90년대의 '민주화'의 시기로 구분하고 "우리의 해방 60년사는 정말 자랑스런 기록이 아닐 수 없다"고 종전부터 주장해 왔던 '긍정'의 역사관을 밝혔다.

박 대표는 "건국의 시기에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입각한 남한 단독정부를 선택했다"며 "비록 통일정부를 수립하지는 못했지만, 한반도의 공산화를 막고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한 선택이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박정희 전대통령의 집권기인 '산업화 시기'에 대해선 "무엇보다 경제개발에 집중했고, 수출 중심의 대외지향적인 '개방경제'를 선택했다"며 "그 결과, 1인당 국민소득 70달러로 세계에게 가장 가난했던 나라가 1만달러 고지에 올라섰다. 대한민국이 제1의 도약기를 맞이했던 것"이라고 극찬했다.

박 대표는 이어 민주화 시기에 대해 "‘한국에 민주주의가 싹트는 것은 쓰레기통에 장미가 피는 것과 같다’는 국제사회의 냉소적 평가를 딛고, 산업화의 성공을 바탕으로 개발도상국 중에 가장 성숙한 민주화를 이루어냈다"고 주장하며 "민주화의 시대를 대한민국의 제2의 도약기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 대표는 "21세기를 막 넘어선 지금,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을 제3의 도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핵포기하고 체제안전-경제혜택 얻어라"**

북핵 문제 등 대북관계에 대해서 박 대표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 핵문제를 전향적으로 풀어간다면 스스로가 원하는 체제안전과 경제적 혜택을 동시에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우리 또한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보장 자체를 수용할 수 없다는 당내 북핵 강경파 의원들의 입장이 거세지고 있는 한나라당의 대북 대응 기조에 변화를 가져올 지 주목된다.

또한 박 대표는 "평화적 기반 위에 꼭 정치적, 영토적 통일을 고집할 필요 없이, 남북한이 서로 자유로운 왕래가 보장되고 군사적인 대결이 사라진 '경제공동체' 정도의 수준도 통일과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밝히기도 해, 북한을 '실체'로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당내 보수성향 의원들과 시각차를 보였다.

박 대표는 "그러나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남북간에 진정한 평화와 교류협력은 어려울 것"이라며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만이 한반도에 평화를 창출하고 남북한이 공동번영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란 점을 북한이 잘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 돼 국제사회로부터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치하고, 수출중심의 개방형 경제체제로 나아간다면, 현재의 극심한 경제난이 상당부분 나아지고, 남북한의 교류와 협력도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며 "그렇게 가야 한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한나라당은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은 일방적이기 보다는 따뜻하면서도 원칙을 지키는 호혜주의에 따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더 가난해질 것이다"**

박 대표는 부패 척결 의지도 역설하면서 최근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치자금법 개정움직임에 대해서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못박았다.

박 대표는 지역구 건설인허가와 관련해 건설업체로부터 5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수감된 박혁규 의원에 대해 인사위원회를 열어 당원권 정지 조치를 취한 사실을 밝히며 "당원권 정지는 지난 총선에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킨 것인데, 만약 유죄가 확정될 경우에는 영구출당 조치할 것"이라며 "한나라당 뿐 아니라 정치권 전체에 그런 분위기가 확산되어서 국민들이 정치권을 믿고 신뢰할 수 있도록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정치자금법 개정과 관련해선 "여당에서 작년에 개정했던 정치자금법을 다시 과거로 돌리려는 시도가 있는데, 한나라당은 그런 생각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못박았다.

이어 박 대표는 "자산백지신탁제도를 반드시 도입해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로 있는 한 지위를 이용해 치부를 하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고, 반부패투명사회협약에도 앞장서겠다"며 "한나라당은 더 가난해지고 더 가혹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즘 서울대 공대도 미달이더라. 정말 큰 일"**

경제분야에서 박 대표는 기존의 감세, 규제완화 정책을 주장하며 "출자총액제한제도 같이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철폐하고, 경영권방어제도도 기업 현실에 맞도록 개정하는 것이 정말로 경제를 살리는 개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한나라당은 이날 출총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법안'으로 확정했다.

노동 문제에 대해선 박 대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근로자는 임금을 양보하고 사용자는 고용을 보장하는 노사정 양보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교육 분야에 대한 생각을 밝히며 본인이 공대(서강대 전자공학과) 출신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박 대표는 "30여년전에 대학진학을 앞두고 앞으로 한국이 살 길은 기술개발 밖에 없다고 보고, 전자공학과를 택했다"며 "당시 어머니는 사학과를 선택하라고 하셨지만 나는 뜻을 꺾지 않고 공대에 갔습니다. 그 때는 여자가 공대를 가는 것이 드문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공대는 최고 인기학과였는데, 요즘엔 서울대 공대에서도 미달사태가 벌어지고, 그나마 공대에 진학한 학생들도 고시공부를 하거나 의대입학을 위해 재수를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정말 큰일"이라고 개탄하고 그에 따른 대책으로 ▲자립형 학교 양성 ▲학교 자율성 강화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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