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초 연찬회에서 불거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지지세력과 비판세력 간의 갈등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심청전 동화속으로 들어간 느낌"**
연찬회를 통해 반박(反朴)세력의 중심에 섰던 소장파 의원들은 반박 의원들을 향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뺑덕어미 같다'고 비난했던 전여옥 대변인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소장파 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 대표 정병국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지도부는 당의 변화를 위한 근본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연찬회의 토론을 일부 당직자가 친박, 반박으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 조심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전연옥 대변인을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성권 의원도 상임운영위회의에서 "연찬회에서 당을 아끼고 나라를 아끼는 목소리를 지도부가 어떤 식으로든 수렴해야 한다"면서 "이런 목소리를 고언이 아닌 친위부대, 반대부대로 인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전 대변인이 반박의원들을 향해 '뺑덕어미'라고 비판한 것과 관련 "한나라당이 심청전 동화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라고 비꼰 뒤, "한나라당은 대안을 모색하는 논의의 장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깊이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지도부에게 당부했다.
***박근혜 "연찬회 주장, 겸허히 받아들여 실천"**
소장파들의 이 같은 주장에 박 대표는 "겸허히 받아들여 실천하겠다"고 원칙적 입장을 견지해, 더 이상의 논란은 이어지지 않았다.
박 대표는 의원총회 인사말을 통해 "연찬회에서 정말 많은 의견이 제시됐다"면서 "그 중에 많은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실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당의 노선에 대해선 선진한국 건설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선진화 방안과 정책으로 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의 이 같은 원칙적인 입장 견지는 소장파-비주류 의원들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이며 전 대변인의 발언으로 인해 불거진 당내 친박-반박 사이의 갈등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례로 한나라당은 연찬회 직후 박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당 혁신추진위를 구성, 연찬회에서 제기된 주장들에 대한 당 쇄신 작업에 착수했으며, 소장파와 비주류 의원들의 당권과 대권 분리 주장을 받아들여 구체적인 규정을 혁신위에서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에 묻힌 3대입법**
또한 북한 핵보유 선언으로 인해 여당에서 국보법 폐지 등 3대입법 추진이 힘들어 진 것도 당내 갈등을 잠재울 요소로 분석된다.
한나라당은 설 연휴 직후 의원총회에서 3대입법에 관한 당론을 재조정하기로 했으나, 14일 열린 의총에선 이와 관련해 어떠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한나라당에선 북핵문제가 불거진 이 시점에 열린우리당에서 국보법 폐지 등을 비롯한 3대입법을 재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 당론 조정을 위한 의총 일자도 잡지 않고 있다.
원내대표실의 한 관계자는 "3대입법의 당론을 조정할 의총은 소집 예정이 없다"면서 "북핵 문제로 여당에서도 3대입법을 추진하기 힘들어 진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먼저 나서서 할 이유는 없지 않냐"고 말했다.
이처럼, 박근혜 대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은 논란은 북핵에 묻혀 당분간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전망이지만, 친박-반박이라는 당내 역학 구도가 차기 대권 주자의 대리전 양상을 띄고 있다는 점에서 언제라도 다시 불거질 가능성은 있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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