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북한의 핵보유-6자회담 불참 선언과 관련해 "북핵정국", "비상상황"이라고 규정하며 "그럼에도 정부는 안일하고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정부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김용갑 의원은 고영구 국정원장 사퇴와 국정원 해체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이 외생변수를 무시하고 정치 공세로만 일관하고 있다"고 반박, 북핵문제의 해법을 둘러싼 여야의 '시각차'가 정치권 공방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박진 "남한은 북한의 핵 협박 볼모로 전락할 것"**
한나라당은 11일 오후 국회에서 북핵문제대책특위(위원장 김덕룡) 1차회의를 열고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6자회담 불참선언의 배경과 의도를 파악하는데 부심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나라당 국제위원장인 박진 의원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은 국내적, 국제적으로 대단히 충격적인 사태"라며 "대미협상용 벼랑끝 압박전략이라는 측면도 있으나 전체적으로 한반도는 핵위기로 빠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북한이 실제로 핵을 보유했을 경우 한반도에 미치는 7가지 영향을 발표했다.
박 의원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은 낮아지고 한반도 안보위기 고조 ▲남북한 재래식 군사균형은 깨지고 핵무기라는 비대칭전력에 대응하기 위한 엄청난 국방비가 소요 ▲남북관계에서 남한은 북한의 핵 인질화가 돼 북한의 핵 협박의 볼모로 전락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남북통일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핵심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한반도 비핵화는 물 건너가고 한반도 안보리스크는 급등할 것이며 외국의 대한 투자 인센티브는 격감 ▲북핵 위협의 현실화로 주한미군 감축이 가속화되고 한미동맹의 갈등 심화 요인 ▲북핵 보유 위협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본, 대만 등의 핵보유 추진 연쇄반응 가능성(동북아지역 핵군비 경쟁 확산으로 지역안보 불안 고조)"도 아울러 지적했다.
***박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북핵문제 입장 밝혀야"**
이에 박 의원은 ▲소강상태를 거쳐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교착상태가 지속돼 상황이 점차 악화 ▲타결 불능, 핵위기 고조라는 세 가지 향후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당연히 첫 번째 시나리오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해선 "북한의 대화 복귀 명분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며 "미국의 대북 특사 파견 협상 등도 예상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교착상태가 지속되는 시나리오'에 대해선 "북한의 의도가 6자회담의 틀을 깨기 위한 무리한 밀어 붙이기 전략이라면 북한의 고립화는 심화되고, 6자회담 무용론이 대두될 것"이라며 "이 경우 북한을 제외한 5자 회담 개최 등 외교적 압박으로 흐를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이 밝힌 최악의 시나리오는 "북한이 핵ㆍ미사일 실험, 핵물질 이전 등 추가 도발 행위를 할 경우 유엔 안보리에 회부돼 미ㆍ일ㆍ유럽 등 PSI 체제 등 대북압박 체제가 작동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북한의 강력 반발과 핵위기가 고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갑 "국정원 해체하라"**
한반도 핵위기가 고조될 것이라는 인식아래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북핵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정부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통일부와 NSC 등 정부 당국의 잘못된 여러 가지 대응책이 이 문제를 불러온 게 아닌가"라며 "소위 북한 핵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과 6자회담에 대해 근거 없는 낙관론을 펼친 것 등 정부의 잘못된 계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진 의원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시나리오로 가기 위해선 정부의 북핵불용의 확고한 입장과 국제공조를 통한 전방위 외교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우리 정부의 대응 자세는 아직 소극적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북한 핵무기 보유 선언에 대한 입장을 국민 앞에 직접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갑 의원도 성명을 내고 "현 정권이 사실상의 대북 뇌사상태에 빠진 근본 원인은 이 정권의 치유 불가능한 안보불감증에 있다"면서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무능력과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국가정보원의 책임을 질책하지 않을 수 없다"고 국정원을 겨냥했다.
김 의원은 "대북정보를 수집ㆍ분석하고 판단하는 국정원이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다면 국정원은 존재의미가 없다"며 "고영구 국정원장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고, 국정원이 이런 식으로 계속 운영된다면 차라리 해체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14일로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당 자체적인 결의문을 추진한 뒤, '북핵불용'을 골자로 하는 국회 차원의 결의문을 여당과 협상을 통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주말에는 국방위, 통외통, 정보위 등 관련 상임위 소집도 요구해 놓은 상태다.
***임종석 "한나라당, 정치공세 중단하라"**
이 같은 한나라당의 주장에 열린우리당은 "무책임한 정부정책 비난과 정치공세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임종석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무엇보다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북한 핵관련 성명에 대한 배경과 목적 및 외생변수의 특징을 간과한 채 정부의 대북정책과 핵문제 해결을 위한 그동안의 접근방식을 송두리째 비판하고 섣부른 평가로 국민의 불안을 조장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태도"라고 지적했다.
임 대변인은 "한나라당 논평은 논리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전략적으로도 적절치 못한 상투적 정치공세에 다름 아니다"라고 혹평한 뒤, "미국과 중국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 신중한 태도로 상황을 주시하며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대안 없이 정부와 외교안보팀의 대북정책 골격을 흔드는 식의 무책임한 행태는 실로 우려할 만하다"고 비난했다.
임 대변인은 "북한의 이번 성명은 대화의 중단이 아닌 협상의 돌파구를 열기위한 강력한 대미압박전술이라고 봐야한다"며 "정부는 보다 긴밀한 남북 직접대화를 통해 북을 설득하고, 6자회담에 조속히 복귀할 수 있도록 협상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미국, 중국을 비롯한 우방국과 긴밀히 협력하여 평화적 방법으로 북핵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14일 외교부, 통일부 등과 긴급 당정회의를 갖고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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