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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연찬회 최대화두는 역시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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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나라 연찬회 최대화두는 역시 '박근혜'

"퇴진하라"부터 "박대표 흔들지 마라"까지

한나라당 의원들은 3일 충북 제천에서 개최된 연찬회에서 의원들의 발언은 직간접적으로 박근혜 대표를 향해 있었다. 3대입법 등 쟁점법안 처리, 과거사 문제, 당명개정, 노선과 당의 정체성 등 굵직굵직한 토론 주제의 종착지는 대부분 박 대표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로 이어졌다.

박 대표의 리더십이 중대 기로에 서 있는 모습이다.

***고진화 "우경화의 책임을 지고 퇴진하라"**

당내 이단아로 취급받는 고진화, 배일도 의원은 박 대표의 퇴진을 촉구했다.

고 의원은 "4대입법의 정국 대치과정에서 우리 당에는 두 가지 노선이 있었다"며 "하나는 과거회귀, 냉전적 언사. 지역주의에 기대는 집토끼 노선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상생과 화해 협력, 전향적 사고 열린우리당과의 중원 쟁탈전을 벌이자는 산토끼 노선이었다"고 밝혔다.

고 의원은 "이 두 노선이 7개월간 맞서 왔다"며 "잘못된 결과가 나왔다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러한 얘기가 아무한테서도 안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 의원은 "지난 시기에 잘못된 노선으로 당을 이끌었으면 당 주도세력은 교체돼야 한다"며 "집토끼 노선, 반공 보수주의를 주장하려면 차라리 자민련과 합당하라"고 박 대표 등 지도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고 의원은 박 대표가 과거사 정국에 대처하기 위해서 "열린우리당 신기남 전의장의 해법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박 대표는 일선에서 후퇴해 백의종군해야 한다"고 박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고 의원은 "당 대표가 대권후보에 다시 서기 위해선 세상을 다시 보고 각계각층을 두루 만나야 한다"며 "남북화해 노선을 위해 북한 지도자, 미국 지도자도 만나서 언제 내놔도 손색이 없는 대권후보로 거듭나야 한다"고 고언을 하기도 했다.

배일도 의원은 "당 대표와 대선 후보는 분리해야 한다"며 "박 대표가 대선에 나서려면 대표직을 사퇴하라"고 대권 후보를 전제로 한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박 대표가 대권 후보로 분류되기 때문에 모든 책임이 박 대표에게 돌아가고 열린우리당 공격의 초점이 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소장파 "우리가 비주류 됐냐고 묻더라" **

사퇴 촉구까지 나가지는 않았지만, 특히 주목을 끈 것은 박 대표의 지지세력이었던 소장파 의원들의 박 대표 비판이었다. '새정치 수요모임'이 주축이 된 소장파 의원들은 박근혜 대표 출범 당시만 해도 박 대표의지지 세력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이날 연찬회에서 소장파 의원들은 "박근혜 대표가 우리의 건의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박 대표의 리더십을 도마위에 올렸다.

새정치 수요모임 대표인 정병국 의원은 "지금으로부터 3년전일 것이다. 당시 이회창 총재 체제에서 박 대표는 '당이 시스템으로 운영되지 않고, 인치로 운영되면 사당화되고 경직돼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고, 사당화 방지 의견을 줄기차게 개진했다. 결국엔 그런 의견 받아들여지지 않아 탈당까지 했다. 우리는 박 대표의 그 모습을 높이 샀고 옳다고 생각해, 탄핵과 최병렬 대표체제를 극복하고 박 대표 체제를 출범시켰다"고 그간 박 대표지지 성향이었다는 것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이어 "4대입법 처리 과정에서 기자들과 동료 의원들은 우리보고 비주류로 돌아섰냐고 묻더라"며 "이런 소리를 제3자가 할 때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말하면서 박 대표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은 "우리 나름대로 안으로 만들기 위해 박 대표에게 건의를 드렸고 많은 말을 했지만, 우리가 판단하기엔 박 대표가 그것을 전혀 안받아들인다고 생각했다"며 "이제는 공개적으로 우리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같은 모임 소속의 이성권 의원도 "2주전 한일협정 문서가 공개 된 뒤 3일이 지나 상임운영위회의에서 당내 과거사 문제 태스크포스팀을 꾸리자고 제안했고 당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면서 "그런데 2주가 지났는데 묵묵부답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초의 당직개편과 관련한 친정체제 구축에 대해서도 비판의 맥락은 같았다. 박계동 의원은 "박 대표는 당직 인선에서 삼고초려를 하라"며 "한마디 했는데, 안 받아들인다고 해서 끊어버리고 가까운 사람들만 써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막강한 열린우리당에 맞서야 하는데, 전국구와 초선으로 둘러싸여 어떻게 안정감을 갖나"며 "뜻과 내용이 다르다면 대화를 하라"고 주문했다.

***"박근혜, 아버지의 過를 갚는데 정치의 의미를 둬라"**

우경화 비판, 독단적 당 운영에 이어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선 박 대표를 향한 요구가 보다 구체적이었다.

임태희 의원은 "박 대표는 아버지 박정희 전대통령에 대해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은 인정하면서, 역사적으로 빚진 것은 대표가 몸으로라도 갚겠다고 이런 자리에서 선언하라"며 "뭐 숨길게 있냐. 사실 왜곡을 밝혀내는데 앞장서자"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평가는 역사적 잣대로 밝혀진다"며 "세상에 공과가 없는 게 어딨냐. 그 과를 갚아라. 거기에 대표가 정치하는 의미를 둬라"고 주장했다.

남경필 의원은 "공은 7이고 과는 3이라는 말은 공허하다"며 "과3이 무엇인지 정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의원은 "과거 사건들을 열거해 하나하나 사례들에 대한 입장을 얘기해야 한다"며 "박 대표는 박 전대통령 시대에 대한 고뇌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남 의원은 "인혁당, 정수장학회 등 구체적으로 입장을 정리해 잘못된 부분을 반성하고, 인정하는 작업이 있어야 넘어갈 수 있다"며 "정수장학회 이사장직 사퇴로 이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박 대표의 문제가 다 털린다고 생각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일부 영남 의원조차도 박근혜 대표를 향해 박 전대통령과의 절연을 주문했다. 이방호 의원은 "박 대표는 개인적으로 아버지가 훌륭할지 모르지만, 공당의 대표는 냉엄하고 엄중하게 과거사 문제를 밝혀야 한다"며 "부모에게 자산을 물려 받을 때 부채가 많으면 상속을 포기하지 않냐. 박 대표도 아버지의 부채가 많다면 상속을 포기하라"고 박 전대통령과의 절연을 주문했다.

***영남 보수, "자학행위 말라. 박 대표에게 힘실어주자"**

노선의 '좌클릭' 주장이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위기에 몰린 영남 의원들은 박 대표를 옹호했다.

특히 김용갑 의원은 "나는 수구 영남 당사자"라고, 김기춘 의원은 "나는 영남출신 의원", 안택수 의원은 "나는 자유포럼 소속"이라고 발언을 시작해 역으로 영남 의원들의 위기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용갑 의원은 "보수에 중도니, 혁신이니, 개혁이니 하며 별놈의 보수가 다 붙었다"면서 "최근의 지지율 하락은 보수화 때문이 아니라 보수의 원칙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우리 박 대표가 상당히 어렵다"며 "열린우리당은 과거사 문제를 계속 압박하는데, 틈만 나면 한나라당 안에서도 공격한다. 지금과 같이 어려울 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박 대표를 적극 두둔했다.

안택수 의원은 대다수 의원들의 내부 비판의 목소리를 "자학을 하고 있다"고 폄하한 뒤, "우리 스스로 우리 당의 국민적 지지도를 떨어트리는 행위 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얼마 전에 신문을 보니 박 대표가 '대통령의 딸임을 잊어달라'고 했다는데, 박 대표는 그렇게 안해도 된다"며 "지금 박 전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78%이고, 2005년 오피니언 트렌드 조사를 봐도 유신독재 사과해야 한다가 39%, 그럴 필요 없다가 57%로 나왔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그렇기 때문에 박 대표는 당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업적 알리고 잘못된 부분은 사과해서 정면돌파하면 된다"고 주문했다.

***"당명개정 반대", "3대법안 2월처리" 대세, 박근혜 입장 주목**

정작 박 대표는 3일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연찬회가 끝나는 4일 오전께는 어떤 식으로든 입장 표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 대표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당명개정에 대해서도 대다수 의원들이 '시기상조'라는 반대 입장을 밝혔고, 3대입법의 처리에 대해서도 영남 의원들을 제외하곤, 소장파와 비주류, 중도 노선 의원 등 3대입법을 상임위에서 다뤄 2월에 처리하자는 입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박 대표가 봇물처럼 쏟아지는 요구를 무시할 수만은 없다.

우선은 이날 발제를 맡은 박세일 정책위의장, 윤건영 여의도연구소장, 허태열 당선진화추진위원회 위원장의 답변 순서가 예정돼 있어 이 과정에서 당의 노선과 정체성에 대한 일정 부분 결론이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연찬회 토론 사이사이 박세일 의장과 유승민 대표비서실장 등과 따로 면담을 하며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표의 입장과 그에 따른 의원들의 수긍여부가 2월 임시국회를 비롯한 향후 한나라당의 행보를 결정할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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