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3일 그동안 논란이 돼왔던 정수장학회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박근혜 "국정원은 이런 일을 조사하는 곳이 아니다"**
박 대표는 이날 충북 제천에서 열리는 연찬회에 참석에 앞서 의병장 유인석 장군 사당인 자영영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국정원의 정수장학회 조사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정수장학회 정기 이사회가 2월말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미 지난 1일에 정수장학회 이사장직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국정원 조사와 관계없이 지금까지 여러번 정기 이사회에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한 바 있다"고 이사장직 사퇴와 국정원 조사가 무관함을 강조한 뒤, "여당에서 이걸 문제삼았을 때 갑자기 물러나면 잘못이 있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기 때문에 정기이사회때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 대표는 정수장학회를 포함한 국정원의 7대 의혹 조사에 대해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박 대표는 "국정원은 이런 일을 조사하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위원들이 과연 이런 문제를 공평하게 판단할 위치에 있나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가"라고 조사위원의 자격을 문제 삼았다. 박 대표는 "그 때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언론이 먼저 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가 공권력을 동원해 인권탄압 권력남용 등에 대해 조사를 한다고 하는데 과거사를 조사하는 이 자체도 곧 과거사가 된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지난 30년간 이런 일을 겪어왔지만, 이번처럼 정권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하는 것은 처음 겪는다"면서 "정권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한다고 하는데 막을 수는 없다. 조사를 하지 말란다고 안하지 않을 것 아닌가"라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박 대표는 "역경을 이겨내고 앞으로 꿋꿋하게 이겨낼 것"이라며 "정권이 이렇게 하는 것은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정면대응 방침을 거듭 밝혔다.
***정치권-언론계-시민단체에서 꾸준한 사퇴 압박**
정수장학회는 박정희 전대통령이 설립한 장학재단으로 박근혜 대표는 장학회의 이사장을 밭고 있다. 전신은 삼화고무(사장 고김지태)에서 설립한 부일장학회. 김지태씨 유가족들은 박정희 전대통령이 반강제적으로 장학회를 강탈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과거사 진상 규명이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을 때, 열린우리당은 자체적인 진상조사회를 만들어 김지태씨 유가족 증언 등을 공개했고,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재오 의원 등이 박 대표의 정수장학회 사퇴를 주장해 왔다.
정치권 뿐 아니라 정수장학회가 부산일보 주식의 1백%를 소유하고 있어 부산일보 노조를 비롯한 지역 언론, 시민단체들도 박 대표의 정수장학회 이사장직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이처럼 사방에서 사퇴 압박을 받으면서 박 대표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쾨 결심을 굳히고 시기만을 조율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해 8월당시 진영 대표비서실장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표가 내년 초 정수장학회 정기 총회에서 사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박 대표의 정수장학회 이사장직 사퇴에도 불구하고,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논란은 국정원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정수장학회와 관련된 의혹이 박정희 전대통령에게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한건한건 대응하지는 않겠다"고 밝혔지만, 박 전대통령에 대해선 예민하게 반응하는 박 대표가 국정원의 과거사 조사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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