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부터 충북제천에서 열리는 의원 연찬회를 앞둔 한나라당이 폭풍 전야다.
특히 국보법, 과거사법, 사학법 등 3대입법 처리를 둘러싸고 소장파와 비주류 의원들이 2일 2월처리를 한 목소리로 주장,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나 박근혜 대표, 김덕룡 원내대표, 박세일 정책위의장 등 한나라당 지도부 '빅3'는 한 목소리로 "쟁점법안에 냉각기를 가져야 한다", "정쟁이 벌어지면 경제가 실종된다"고 처리 유보를 주장하고 있어, 연찬회에서의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소장파+비주류 박근혜 협공**
소장파 의원들이 중심이 된 '새정치 수요모임'과 이재오, 홍준표, 김문수 등 비주류 의원 모임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는 이날 오찬 모임을 갖고 "3대입법은 상임위에 상정해 2월에 처리해야 한다"는데 합의했다. 이 밖에 두 모임은 당명개정 반대, 당권과 대권의 분리 등 박근혜 대표를 직간접적으로 겨냥한 6개항을 발표하며 박 대표를 향한 본격적인 견제에 나섰다.
이재오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나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3대입법 처리를 지연시킬 이유가 없다"면서 "이 법안들은 상임위에서 한나라당의 입장을 중점적으로 개진해 주도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임위에서 토론할 경우 열린우리당의 강행처리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민주적 절차를 거쳐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작년을 거치면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많은 반성을 했다. 강행처리, 물리저지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정권과 권력의 부패에 대해선 정치생명을 걸고 싸워야 하지만 법안에 대한 입장차이는 충분히 향보하고 협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법안과 정책은 목숨을 걸고 싸울 일 아니다"라고 국보법 사수에 당의 명운을 건 박근혜 대표를 겨냥해 비판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연찬회에서 필요하다면 투표를 통해서라도 3대입법 2월처리 주장을 관철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권과 대권 분리", "여의도연구소 독립"**
또한 두 모임은 "당권과 대권을 분리해야 한다"며 "이후 당 대표는 '관리형 대표'로 선출돼야 하고 대권에 나서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도 합의했다. 이는 연초 당직개편에서 "박 대표가 친정체제를 구축하려는 것 아니냐"며 사당화 비판을 받은 것에 대한 견제 성격으로 풀이된다.
당명개정에 대해서도 "현 시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의견을 같이 해 꾸준히 당명개정을 주장해 온 박 대표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두 모임은 "지금처럼 여의도연구소가 사설연구소처럼 운영돼선 당의 전망을 세울 수 없다"며 "당 대표가 당연직 이사장을 맡아선 안되고, 외부인사를 초청해 운영토록 해야 한다"고 여의도연구소의 독립성 강화를 주장했다. 박 대표는 취임 직후 여연 소장으로 박세일 의원에 이어 윤건영 의원을 임명했다. 두 의원 모두 박 대표의 자문 그룹으로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재오 의원은 "당직에 책임있는 인사들이 한마디 하는 것으로 당론이 결정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론 결정에 있어서 의원투표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디지털 정당 구현으로 20-30대 젊은 층 지지를 위한 노력에도 두 모임이 의견을 같이했다.
이 의원은 "앞으로도 수요모임과 발전연은 현안에 대해 자주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혀 소장파와 비주류 의원들이 이번 연찬회를 계기로 본격적인 연대가 시작될 전망이다.
***지도부 "쟁점법안 미뤄야" 충돌 불가피**
이날 두 모임의 이 같은 합의로 연찬회에서 지도부와의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3대입법 처리와 관련해 박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 박세일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는 한 목소리로 처리 유보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임채정 의장이 1일 교섭단체 연설에서 "연말에 합의한 대로 2월에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데 대해 박 대표는 "정쟁을 하면 경제를 살릴 수 없다"고 처리 유보를 주장한 바 있다.
김덕룡 원내대표도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쟁점법안은 냉각기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고 박세일 정책위의장도 취임 일성으로 "쟁점법안은 별도기구에서 충분한 합의를 통해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세일 의장은 연찬회에 앞서 배포한 발제문에서 ▲하향평준화, 교육관치, 이념과잉의 폐해를 부른 사립학교법 ▲언론에 대한 정파적 통제와 여론의 상시조직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언론관계법 ▲좌파적 수정주의 역사관 교육과 과거사 관련법 ▲통일 지상주의를 위한 국가보안법 폐지 등 여권의 4대입법 추진을 강하게 비판하며 현정권을 반(反)선진화세력으로 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지도부도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현안에 대해 연찬회에서 밝힐 입장에 대해 박세일 의장과 유승민 비서실장 등과 논의하며 의원들의 비판에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어 박 대표의 발언 수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도, 보수파 3대입법 처리 '2+1' 방식 대두**
당내 중도성향 의원들과 영남 보수 의원들 중심으론 국보법은 미루고 사학법과 과거사법은 2월에 처리하는 '2+1'방식이 대두되고 있어 연찬회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475세대(50년대생으로 70년대에 대학을 다닌 40대)' 모임인 '푸른정책연구모임(이하 푸른모임)'은 앞서 1일 모임을 가져 연찬회에 임하는 입장을 정리했다. 푸른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박진 의원은 이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3대입법 처리와 관련해 "국보법은 별도로 처리하고, 나머지는 상임위에서 상정해 토론하는 2+1 방안이 모임에서 제기됐다"며 "합의를 하되 전향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박 의원은 "박 대표 한 사람에게 모든 책임과 부담을 넘기고 비판할 때가 아니다"라며 "당이 총력으로 위기를 극복할 때"라고 소장파와 비주류 의원들과는 다소 다른 목소리를 냈다.
3대입법 등에 대해 가장 강경했던 영남권 의원들에게서도 과거사법과 사학법은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 변화가 감지된다. 자유포럼 대표인 이방호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프로그램인 <손석희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보법은 기본 틀을 유지하되 쟁점 부분은 개정해야 한다"면서 "나머지 두개 법은 전향적으로 개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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