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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 누구도 '실업운동'을 환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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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 누구도 '실업운동'을 환영하지 않았다"

프랑스 실업운동가 로베르 크레미유 초청 토론회

"방송사에서 우리에게 '실업자 소개'를 부탁할 때 따라붙는 세 가지 조건이 있다. 건실한 직장을 다니다 퇴출됐을 것, 구직활동을 성실히 했음에도 6개월에서 1년 정도 놀았을 것, 중년의 남성 가장일 것이다. 이는 아직도 우리 사회가 실업자를 IMF때 생긴 '도시락 싸서 등산가는 아버지' 이미지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대다수 실업자는 기혼여성·고령자·청년·장애인등 일할 의사와 능력은 있지만 일할 곳이 없는 구직단념자와, 실업과 취업을 넘나드는 비정규직 근로빈곤층, 통계에 잡히지 않는 5인미만 사업장과 노점상등 영세자영업자다.

최영미 전국실업단체연대 정책위원은 "이들에 대한 정부 지원은 굉장히 제한적이고 98년 이후 등장한 민간 실업단체들의 각종 프로그램도 한계가 많다"며 "이제는 실업사업 뿐 아니라 본격적인 실업운동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99년 전국의 32개 단체가 연합해 만들어진 전국실업단체연대는 2000년 기초생활보장지원법 제정과 정착에 참여하고, 실업빈곤층에 대한 종합상담, 자활사업등을 벌여왔지만 90여명에 불과한 상근자와 열악한 여건으로 근본적인 혁신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MNCP, 프랑스 실업운동의 산 증인**

이에 민주노동당과 한국자활후견기관협회, 전국실업단체연대등은 23일 서울에 있는 실업극복국민재단에서 프랑스 실업운동가 로베르 크레미유 초청토론회를 갖고 '프랑스 실업운동의 역사와 성과, 향후 과제'등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진 1>

이날 초청된 로베르 크레미유(62)는 86년에 생긴 MNCP(실업자 및 불안정취업자 국민운동 Mouvement National des Chômeurs et Précaires)의 창립멤버로 2002년까지 회장을 역임했으며, 97년 '실업대항 유럽행진'을 조직하고 <45세 이후 일자리 구하기> 등을 집필하는 등 프랑스의 실업운동을 이끌어왔다.

40여개 지부의 4천여명 회원으로 이루어진 MNCP는 97년 암스텔담에서 5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실업자 시위, 97-98년 고용안정센터 점거등을 통해 실업문제를 이슈화해 정부를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성공한 후, ▲실업자의 대표성 인정 ▲노동권 및 소득권 보장 ▲실업자를 위한 대중교통 무료이용권 보장 ▲실업보험제도의 개혁 ▲불안정취업의 거부 ▲Workfare등 강제 노동 거부등을 요구조건으로 활동하고 있다.

***"'실업문제 이슈화' 위해 시위, 점거, 소송 등 총동원"**

이들은 98년 정부로 하여금 '실업자 및 불안정취업자의 사회보장조건'을 향상하기 위한 '반소외법' 제정과 청년 실업자들의 최저임금수준의 수당(기존수당의 2배) 보장이라는 성과를 낸 후, 최근에는 사회수당 계산법 소송을 통해 20억 유로에 해당하는 80만명분의 실업수당 인상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사진 2>

크레미유씨는 "프랑스의 실업률은 1997년 12.6%로 3백만명을 상회한 후로 항상 10%대를 유지해왔으며, 이중 장기실업자는 75만여명, 25세 미만 청년실업자수는 45만여명에 달한다"며 "실업문제의 장기화는 필연적으로 고질적인 빈곤문제로 이전됐으며 피해자는 청년, 여성, 이민자등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 정부는 물론 노조 및 좌파 정당까지도 '실업은 일시적인 문제이며, 경기가 회복되면 완전고용이 이뤄질 것'이라며 실업자들을 조직하는 것은 무용할 뿐 아니라 이들을 '실업의 덫'에 가두는 것이라고 봤다"며 "특히 노조는 실업운동에 대해 무관심할 뿐 아니라 적대감을 보이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실업이 고용시장이 일시적으로 작동되지 않아서 지속된다고 보지 않는다"며 "경제가 성장해도 실업은 여전했다. 이는 자유주의 경제체제 자체가 임금 축소 압력을 위해 일정한 수의 실업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3>

***연대를 통한 실업 탈출 시급**

'경기활성화에 기대는 일시적 방편으로는 실업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며 그가 대안으로 주장하는 것은 기존 시장이 만들지 않는 일자리를 사회적 연대의 방법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윤추구보다는 인간의 필요에 부응하는 일명 '사회적 연대의 경제체제'의 자원은 공공부분, 증여 및 자원봉사와 같은 자발적 기여, 금융거래등에 대한 과세에서 동원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업운동가들은 실제로 끼니 해결이 어려운 실업빈곤층을 위한 '연대적 식당'을 운영한다든지 부도난 제철소등을 접수해 실업자들이 협동조합 형태로 경영하기도 한다.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받는 보조금과 기부, 자원봉사자들의 참여, 각종 상품 및 서비스의 판매가 이들의 힘이다. 참여자들은 정상적인 임금을 받으며 그 외의 수익은 사적으로 배분하지 않고 기업에 재투자한다. 지자체 보조금은 95년부터, 정부보조금은 98년부터 받기 시작했다.

크레미유씨는 "수당은 물론 가족도 없는 경우가 다반사인 실업자들은 혼자서 실업 탈출이 힘드므로 공동활동이 필요하다"며 "충분치 않은 수당은 생활전반의 애로사항을 최우선 과제로 만들어 재취업을 방해하기 때문에 각종 사회수당은 물가인상률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사회는 기본적인 사회안전망 개선부터"**

그는 "각종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재 프랑스 공공기관의 지원은 빵부스러기를 던져주는 수준일 뿐, 유럽에서는 해마다 각종 공공서비스를 죽이고 다국적 기업에 특혜를 주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고, 실업해결도 Workfare라는 강제적 근로참여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우리는 이러한 경향에 맞서 노동시간 단축과 사회적 연대의 경제체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이들은 현재 주 32시간 4일 노동을 주장하고 있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이성수 한국자활정보센터 사무국장은 "프랑스의 경우 고용보험을 납부하지 않은 실업자들은 다양한 종류로 분류되어 최저사회수당을 받으며 이 수혜자들은 98년 기준으로 3백30만명, 가구원까지 합치면 전 인구의 9%로 우리나라의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비율인 3%는 이에 크게 못 미친다"며 "기본적인 공공부조와 사회안전망 개선과 함께 빈곤실업층에 대한 실업부조의 도입도 검토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홍원표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최근 서울지하철은 노동시간 단축에 상응하는 추가인력 보완을 하지않아 노사분규원인을 제공하는등 공공부문부터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개념이 전무하다"며 "또 대부분 사업장의 월급이 낮은 기본급과 높은 수당으로 이뤄져 근본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충이 힘든 구조"라고 우리나라의 한계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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