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각각 의사일정에 상정돼 있지 않던 '서청원 석방요구 결의안'과 '노무현-정동영 경선자금 수사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켜 여론의 강한 비판을 사고 있다. 이로써 불법자금 수수 혐으로 구속된 한나라당 서청원 의원이 석방되게 됐으며, 여권의 경선자금을 둘러싼 정치권의 정쟁도 더욱 격화되게 됐다.
특히 이라크 파병안 등에 대해서는 기명투표를 요구해온 민주당이 서청원 의원 석방에는 무기명 비밀투표로 응해, 민주당의 이중성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서청원 석방요구 결의안 통과**
한나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의사일정에 상정돼 있지 않던 '국회의원 서청원 석방요구 결의안'을 무기명 투표로 실시, 재석 2백20명 중 찬성 1백58표, 반대 60표, 기권 2표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한다"는 헌법 44조에 따라 서 의원은 석방되게 됐다.
석방요구 결의안은 회기 중에만 그 효력이 인정돼 2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난 뒤에 검찰이 다시 구속할 수는 있으나, 한나라당 주도로 비리연루의원 7명에 대한 체포 동의안을 전원 부결시킨 데 이어 구속 중인 의원마저 석방시킨 데 대한 비난 여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앞서 서 전대표의 측근인 박종희 의원 등 32명이 지난 7일 발의한 결의안은 한나라당도 참석한 교섭단체 협의에서 "구속 중인 다른 의원들과의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이날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본회의에 앞서 박 의원 등이 22명의 서명을 받아 서 전대표의 석방요구 결의안을 상정할 것을 요구하는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상정했고, 최병렬 대표가 당론 없이 자유투표로 할 것을 결정하자 무기명 비밀투표로 서 전대표의 석방요구 결의안이 가결됐다.
***한나라당, 아전인수격 검찰 비판**
박종희 의원은 결의안 제안 설명에서 "해외에 도피중인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팩스 하나로 영장 실질심사도 없이 바로 구속됐다"며 "기업의 약점을 잡아서 협박해 진술서를 받아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일반인이라도 대사관이나 영사관의 인증 한 장 없는 팩스로 구속시킬 수는 없다"며 "인권 침해 차원에서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항변했다. 그는 "국회가 스스로의 권위를 지키지 못하면 권력의 칼이 국회의원 한분 한분의 목을 겨눌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진 대변인은 결의안이 통과된 후 "오늘의 결과는 검찰의 표적편파 수사 등 행정부의 공권력 남용을 입법부 차원에서 견제하고 저지한 것"이라며 "국회의원 개개인의 의회민주주의를 위한 양심과 양식에 따른 판단의 결과인 만큼 노무현 정권은 이러한 국회의 뜻을 올바르게 인식해야 한다"고 아전인수식 해석을 곁들였다.
이에 대해 문효남 대검수사기획관은 "구속적부심이나 보석 등 형사소송법으로 보장된 석방제도가 있는데, 그것을 거치지 않고 국회가 석방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형사사건을 정치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강한 불만을 표했다.
민주당은 일부 의원들이 석방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음을 인정하면서도 한ㆍ민 공조라는 여론의 비난 차단에 부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김영환 대변인은 "지도부는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갑자기 예상치 못한 석방안이 상정되자 표 단속을 하지 못했고, 일부 의원들이 서 전 대표와의 개인적인 인연, 동정 때문에 찬성에 가담했을 수 있다"며 "일부 의원들이 개인적으로 동의에 참여하게 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민주당 내 찬성표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이에 김 대변인은 "서청원 의원의 석방요구결의안 통과는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청문회를 앞두고 한ㆍ민 공조처럼 비쳐져 아주 안 좋을 것 같다"고 여론의 역풍을 차단하기 위해 부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전형 수석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잘잘못이나 억울함이 있다면 재판과정에서 소명하면 될 터인데 국민에게 다수당의 횡포로 비쳐질 것"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당내 일부 의원이 석방안에 동조한 것으로 나타나자 당혹스런 반응을 보였다.
***'노무현-정동영 경선자금 수사촉구 결의안' 통과**
민주당도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예정에 없던 '노무현 대통령-정동영 의원 경선자금 수사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강제성이 없는 만큼 검찰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경선자금수사에 곧바로 착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이 불법대선자금 청문회와 더불어 경선자금 수사까지 촉구하기로 함으로써 총선을 60여일 앞둔 국회는 경선자금을 둘러싸고 또 다른 정쟁에 휘말리게 됐다.
법안 제안 설명을 한 민주당 안상현 의원은 "이미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후보 경선시에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자금을 사용할 수 없었고 관련 자료는 폐기했다'고 본인 스스로 증거 인멸 등 위법사항을 저질렀다고 시인한 바 있다"며 "정동영 의장 역시 권노갑 전고문이 2천만원을 줬다고 하지 않았냐"며 결의안 통과를 요구했다.
이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전원 반발하며 퇴장한 가운데 야3당 의원들만 참석한 상황에서 재석 1백73명 중 찬성 1백67명, 반대 1명, 기권 5명으로 통과시켰다. 반대한 의원은 자민련 김종호 의원 한명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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