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영 부산시장의 자살이 한나라당에 의해 본격적으로 정치쟁점화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4일 안상영 부산시장의 옥중 자살에 대해 "노무현 정권의 총선 책략으로 인한 정치적 타살"이라고 노 대통령을 맹공했다. 한나라당은 최병렬 대표의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 직후 본회의 장에 남아 긴급 의총을 갖고, 안 시장 자살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모든 회의를 안 시장에 대한 추도 묵념으로 시작했다.
의원총회장에서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노무현 대통령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안 시장이 구속돼, 자살까지 하게 된 것은 정치적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홍사덕 원내총무 등이 제기한 부산 집회 등은 다수 의원들이 "유서가 발견된 뒤에 해도 늦지 않다"는 신중론을 제기해 유보됐다.
***홍사덕, "전의원과 위원장 부산으로 집결하라"**
홍사덕 원내총무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와 의총에서 잇따라 "이 사건은 안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한나라당과 대한민국의 문제"라며 "빠른 시일 내에 전의원과 위원장들을 부산으로 집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부산시지부장인 권철현 의원은 안 시장의 자살에 이르기까지의 전 경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뒤 "안 시장은 혐의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에서 획책해왔던 정치적 인권탄압이고 야당 탄압이고 야당단체장 탄압"이라며 "한나라당이 이번 일을 계기로 해서 심기일전해 여권과 노무현 정권의 노림수를 분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똘똘 뭉쳐 투쟁해야 한다. 부산에 집결해 달라"고 홍 총무의 부산 집회 주장에 가세했다.
김영선 의원은 안 시장의 구속자체에 대한 부당성을 설명하며 정치인들의 잇따른 구속사태에 대해 "국가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구속 수사는 도주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하는데, 외국으로 도주를 하는 순간 정치인은 끝"이라며 도주 염려가 없는 정치인들의 구속에 대한 부당성을 주장하며 "국회의원을 감옥에 처넣는 것은 국회의원을 뽑아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병렬, "진상 파악이 우선"**
그러나 안 시장 자살의 진위가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산 집회는 성급한 행동이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았다.
부산 지역의 김형오(부산 영도구) 의원은 "안 시장의 자살은 정치적으로 엄청난 사건"이라며 "우리 당에서 가만히 있거나 덮어둘 수는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자성과 반성을 하고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확대 재생산한다는 여론의 비난을 받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부산 집회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경북 지역의 김광원 의원도 "지금 내려가서 집회를 하는 것도 좋지만, 유서 내용이 밝혀진 뒤에 하는 것도 좋지 않냐"며 "다만 구치소의 관리 감독자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지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렬 대표는 마무리 발언으로 "안 시장과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첫 반부터 짝으로 지냈다"며 절친한 사이였음을 강조한 뒤 "이 사건이 터지고 난 뒤에 툭 터놓고 물었더니 노무현 대통령이 '도와달라', '같이 하자'고 말했다고 전하더라"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것 때문에 안 시장이 몰리게 됐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면서도 "단언컨대 이 정권이 안 시장을 죽였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그러나 "이 죽음 앞에 야당의 길을 가는 한나라당이 깊이 생각해야 한다"며 "사실이 어떻든 대선불법자금과 관련해 국민들이 굉장히 어려운 시련을 맡고 있는 만큼 이 기회에 우리가 여러 모로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장외 집회에 대한 여론의 역풍을 우려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권철현 부산시지부장을 중심으로 하는 현지조사단과 최 대표가 오후에 부산으로 내려가 진상파악을 선행하는 것으로 논란을 마무리지었다. 한나라당은 이미 이주영 당인권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진상조사단을 이날 오전 부산으로 급파한 상태로, 최 대표와 함께 유서 확인 등 진상파악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5일 오전 다시 의총을 갖고 구체적 대응방안을 결정하기로 했다.
***민주, 애도속 의혹 제기**
민주당은 안 시장의 죽음에 대해 애도를 표하면서도 검찰의 표적수사의 산물이자, 여권의 자치단체장 빼기전략과 무관하지 않다며 한나라당에 힘을 실어줬다.
조순형 대표는 "검찰수사와 기소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겠다"고 검찰수사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김경재 상임중앙위원도 "검찰이 강압 수사로 안 시장의 자존심을 자극했을 것"이라고 조 대표를 거들었다.
김영환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매우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법무부는 교도행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검찰수사 과정에서 인권유린과 강압수사가 없었는지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우, "자살 경위 밝히되, 정치적 이용 안돼"**
열린우리당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애도를 표하고 구치소내 상황에 대한 진상 규명에 포커스를 맞췄다. 우리당은 안 시장의 자살로 인한 부산 민심을 예의주시하면서 "각 당이 안 시장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정길 상임중앙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타깝고 애석한 일"이라면서도 "안 시장의 자살을 정치적으로 의미를 부여해 해석하려는 것은 고인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야권의 정치공세에 부산시민들이 부화뇌동하거나 동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안 시장의 죽음에 따른 부산민심 향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부영 상임중앙위원은 "어이없는 일로 왜 그렇게 목숨을 끊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 뿐"이라며 "한 사람의 죽음을 각 당이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해 정치적으로 언급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양기대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안타까운 일이고 조의를 표한다"며 "구치소 안에서 발생한 사건의 경위를 철저히 밝혀야 하고, 혐의를 받고 있는 수뢰사실에 대해서도 명백하게 진상규명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권은 이런 불상사에 대해 만에 하나라도 있을 수 있는 정치적인 접근을 자제하는 것이 예의"라며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정치권과 검은 돈의 유착관계를 끊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하루 빨리 마련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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