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한나라, “친일진상규명특별법 통과 못시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한나라, “친일진상규명특별법 통과 못시켜”

민족문제연구소, “법안저지 위한 변명일 뿐”

한나라당이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의 법사위 통과 불가입장을 고수했다. 원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한나라당에서 특별법안 거부입장을 밝힘으로써 2월 임시국회에서 특별법 통과가 사실상 힘들어졌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민족문제 연구소 등 친일청산에 주력한 단체들은 즉각 반발,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독도 망언 등으로 반일 감정이 높아진 상황에서 친일행위 진상규명과 청산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일례로 민족문제연구소와 오마이뉴스에서 실시한 '친일인명사전'발간 모금행사에서 단기간에 목표액인 5억원을 모아 친일행위 진상규명에 대한 국민들의 여망을 보여준 바 있다. 또한 민족정기 선양회와 4월 혁명회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일제 친일파의 자손들의 정계 은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특별법안 반대는 이 같은 국민들의 여망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난을 받게 될 전망이다. 50년만의 '제2반민특위'시도가 거대 야당의 반대로 물 건너가게 된 것이다.

***김용균, "법안은 원초적인 결함 갖고 있다"**

한나라당 김용균 법사위 간사는 26일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특별법은 표면상으로는 친일 반민족행위를 처벌하는 것으로 돼있다"면서 "그러나 법안이 너무 광범위하고 모호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이 조순형 민주당 대표의 선친인 고 조병옥 박사를 친일분자라고 얘기한 것도 왜곡된 시각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한 뒤, "친일문제의 정략적 매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 법안은 원초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고 거듭 주장하고 "법사위 반려를 검토할 것"이라고 상임위 통과 불가 입장을 천명했다.

김용균 의원이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친일대상자의 범위다. 친일대상자가 지나치게 광범위할 뿐더러, 그 선정기준도 모호하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투서 한 장이면 대부분 친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거들어 당내에 특별법 통과에 대해 부정적 견해가 확산돼 있음을 드러냈다.

김 의원은 특별법안의 문제점을 보완한 수정안 제출에도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박진 대변인은 "수정안을 제출하려 해도 법안 자체가 원천적으로 문제가 많아 불가능하다는 것이 김용균 의원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의 이 같은 발언에 전재희 의원은 독도 문제 등으로 치달은 반일정서를 고려한 듯 다소 신중한 반응을 보였지만, 법사위 통과에는 부정적 입장을 밝혀 김 의원을 거들었다. 전 의원은 이날 상임운영회의에서 "친일특별법에 대해서는 국민감정 등을 고려해 쟁점화 시키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며 "법사위에 보류시키는 방향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안보다 대폭 축소된 특별법 계류 중**

현재 '친일반민족행위에 관한 진상규명 특별법'은 법사위 소위원회조차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돼 있는 상태다.

지난 7일 법사소위에서 김주현 행자부 차관의 특별법안 반대로 논란이 일자, 법안의 발의자인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이 당초 원안보다 축소한 수정안을 제출하며 타협에 나섰고 최연희 한나라당 의원이 이에 동의해 잠정합의안이 도출되었다.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진상위원회의 활동시한은 당초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됐고 조선총독부 산하 친일 어용역사학술단체인 조선사편수회 간부는 친일반민족행위자의 범위에서 제외됐다. 또 언론을 통해 창씨개명을 주도적으로 선전한 행위를 친일반민족행위로 규정한 조항도 삭제됐다. 또한 창씨개명을 주창한 사람만 조사하는 등 조사대상을 삭제 또는 대폭 축소하기로 합의했다.

***민족문제연구소, "법안 저지위한 변명일 뿐"**

이 같은 한나라당의 입장에 '친일인명사전'편찬을 주도했던 민족문제 연구소는 즉각 반발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조세열 사무총장은 "법안규정이 포괄적이라고 통과시킬 수 없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 이 법안통과를 저지시키기 위한 변명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원래 법안 자체는 포괄적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으며 법안의 역할은 국가적 차원에서 역사청산의 바탕을 마련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 사무총장은 "법안에서 친일파규정을 상세하게 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라고 주장했다. 친일문제특별법이 통과되어 위원회를 구성하면 이 기구가 공청회 등을 통해 학계의 지속적인 연구와 국민적 여론수렴을 통해 구체적인 규정이나 자세한 시행세칙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사무총장은 "안 그래도 부결을 막기 위해 김희선 의원이 친일 언론문제라든지 민감한 부분은 다 삭제하거나 수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안 그래도 '누더기 법안'으로 법안의 취지가 유명무실해질 것을 걱정했는데 야당이 법안통과를 반대하고 있으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조 사무총장은 친일 행위자의 기준에 대해서는 "논란이 여전한 부분으로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와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으나 민족문제연구소는 여러 논의 끝에 구체적 기준을 마련한 바 있다.

다음은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상정한 '친일파 규정안'으로, 굵은 글씨 부분이 현재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친일파(부일협력자, 민족반역자) 규정안**

가-1) 한국의 주권을 지키기 위하여 일제와 싸우는 부대를 토벌하거나 토벌하도록 명령을 내린 자나 그것을 권유한 자
가-2) 한국의 주권을 지키기 위하여 활동하는 단체나 개인의 행위를 방해한 자
가-3) 독립운동자 및 그 가족을 체포ㆍ살상ㆍ학대ㆍ처형한 자 또는 이를 지휘한 자
가-4) 독립운동을 저해할 목적으로 조직된 단체의 간부 및 직원
가-5) 독립운동에서 변절하여 부일협력한 자
가-6) 밀정행위로 독립운동을 저해한 자

나-1) '을사조약', '한일합병조약', 한국의 주권을 침해한 조약 및 기타 문서에 조인한 자 및 모의한 자
나-2) '한일합병'으로 인하여 수왕(受王), 수공(受公), 수작(受爵)한 자
나-3) 습왕(襲王), 습공(襲公), 습작(襲爵)한 자
나-4) 일본제국의회의 귀족원 의원 및 중의원 의원
나-5) 조선총독부 중추원 부의장, 고문 및 참의

다-1) 일본제국주의 군대에 참가하여 침략전쟁을 봉족(奉足)하여 오던 조선인 일본군 장교들
다-2) 학병, 지원병, 징병, 징용, 공출을 권유하거나 강요한 자
다-3) 일본군을 위안할 목적으로 부녀자를 제공한 자
다-4) 창씨를 수창하거나 권유한 자
다-5) 신사 조영위원이 된 자
다-6) 언론 예술 학교 종교 문학 기타 각종 문화기관을 통하여 일제 통치를 찬양하고, 독립(민족해방)운동을 방해하고, 내선융화 황민화운동을 추진시키고, 일제 전쟁에 협력한 자
다-7) 일제 전쟁을 돕는 군수품을 생산하고 자원을 제공한 자 및 거액의 금품과 비행기 등을 헌납한 자

라-1) 부도(府道)의 자문ㆍ결의기관 의원과 읍면회의원, 학교평의회원 중 죄적이 현저한 자
라-2) 사법부 내의 판사, 검사와 서기, 집달리, 형무관리 중 죄적이 현저한 자
라-3) 주임관 이상의 관리 또는 군경의 판임관 이상 관리나 고등계에 임직한 자
라-4) 경찰관리, 헌병 및 헌병보조원 중 죄적이 현저한 자
라-5) 일본정부, 일본군부, 조선총독부로부터 포상 또는 훈공을 받은 자
라-6) 일제 통치기구의 각종 외곽단체의 간부와 직원
라-7) 은행, 회사, 조합, 산림, 어장, 공장, 광산 등 경제기관에서 착취행위를 한 간부 및 직원
라-8) 조선사편수회 등 민족의식을 왜곡말살하기 위한 기관에 근무한 자
라-9) 토지조사사업, 기타 여러 식민통치사업에서 일제의 권력을 배경으로 하여 민족 성원에게 경제적인 고통을 준 자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