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19일 오전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경제 살리기’에 모든 역량을 경주하는 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경제, 안보, 교육 등 민생 분야에 역점을 두면서 가급적 정쟁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총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민생 투어를 의식한 민생정치 맞대응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 대표는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노 대통령의 대북 특사 방침 등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예의 ‘특단의 대책’ 류의 발언으로 대통령이 계속해 총선운동에 몰입한다면 탄핵을 발의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盧정부 1년, 정책 비판**
최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 1년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 대표는 “노무현정부 1년 동안의 정치와 사회는 온통 분열과 갈등이었다”며 “국민통합은 어디가고 정치적으로, 이념적으로, 세대적으로 나라는 갈라졌다”고 비판했다.
최 대표는 “조세부담률이 일본을 능가하여 미국과 비슷한 나라인데도 납세자를 우습게 아는 나라, 의료비 교육비 민간부담률이 세계 1위인 나라, 한강의 기적을 만든 이 나라 노년층에 대해 복지를 책임지지 않는 나라, 국가를 위해 중동으로 베트남으로 갔던 50대를 대책없이 퇴출시키는 나라, 민주화 정보화 세계화 한류열풍을 만든 30대, 40대를 이민가게 만드는 나라, 음란메일 세계 1위인 나라, 조폭이 아이들의 영웅인 나라, 학교 앞 안전사고와 노인안전사고율이 세계 1위인 나라, 중고생 음주흡연이 1위인 나라, 이혼율 세계 3위의 나라, 신용불량자가 3백50만명이 넘는 나라”가 오늘의 대한민국이라고 규정했다.
최 대표는 회견 말미에 “되도록 대통령 비판을 자제하려고 약속도 했고, 노력하려 한다”며 “이번 회견문에서도 실무자들이 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내용도 내가 다 줄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대표는 청와대의 대북송금 사건 관련자 특별사면을 추진할 것이라는 방침에 대해서 “재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중간에 소 취하하고 사면하겠다는 것은 법이고 뭐고 다 무시하고 표심을 붙들어야 되겠다는 의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 대표는 “정쟁하는 분위기를 줄이고, 일자리 만드는데 함께 나아가는데 대통령이 우리라도 좀 따라와 주길 바랐는데, 그에 대한 평가도 없이 총선에만 몰입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이렇게 처신하는데 할 말이 많지만 이 자리에서 얘기하진 않겠다”면서 “대통령과 관련된 여러 문제에 대해 새롭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대단히 하고 싶지 않은 결심을 할 수도 있다”고 총선몰입 시 대통령의 탄핵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번 총선은 현 정권에 대한 심판**
최 대표는 다가오는 4월 총선은 노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심판이 주된 성격이 될 것이라고, 반노(反盧)전선을 구축할 뜻을 분명히 했다. 최 대표는 이번 총선의 목표가 1당이 아닌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이번 총선은 현 정권의 심판이 주된 성격”이라며 “대통령은 미래를 보고 후보를 선택하지만, 국회의원 선거는 미래보다는 정부가 일을 잘하나 못하나를 심판하는 것이 어느 나라, 어느 시대가 갖고 있는 선거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노 대통령은 사실상 열린우리당의 선거대책본부장”이라며 “입당을 하지 않아도 열린우리당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대표는 “현실성도, 구체성도 없는 듣기 좋은 말과 선동으로 국민을 현혹하고 표를 모으는 세력으로부터 욕을 먹더라도 국가와 민족의 장래에 온 몸을 던지는 애국세력이 그 어느때 보다 필요한 때”라며 ‘이미지’정치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을 에둘러 비판하고 그와 각을 세웠다.
최 대표는 자신이 전국구로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당내 의견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조언하는 분도 있고, 몇 명이 모여 앉아서 논의 한 적도 있는데, 그 의견을 고맙게 받아들인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고 전국구 출마 의견을 일축했다.
***유엔사 이전, 당론 거부는 안할 것**
최 대표는 유엔사와 연합사의 이전에 대해서도 자주적 외교를 고집한 청와대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최 대표는 “외교정책을 ‘자주파’와 ‘동맹파’로 구분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이념의 잣대”라며 “‘반미냐 친미냐’, ‘자주냐 동맹이냐’의 낡은 코드를 버리고 오로지 경제적 국익을 기준로 동맹관계를 활용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자주외교를 제일 열심히 외친 나라가 조선인민공화국일 것”이라며 “북한 핵이나, 우리 경제 구조를 봤을 때 자주외교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자주외교론을 비판했다.
최 대표는 “일반적으로 이 세상에 혼자서 자주외교를 하는 나라는 없다”며 “이나라 경제와도 관련해 미국과의 관계도 쓸 용자를 사용하는 ‘용미(用美)’라는 국익중심의 외교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미군 장갑차에 의해 두 어린 학생이 희생된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반미정서가 급속히 확산됐고, 이것이 미군 정책자들에게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쳤다”며 “원천적으로 촛불 시위를 선거에 이용한 노무현 대통령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대표는 “국방부와 외교부는 나라의 여러 어려운 여건을 헤아리고, 남북관계나 안보적 측면에서 미 8군이나 연합사는 미측이 제공하는 대로 28만평 더 주고서라도 있어야 되겠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 무슨 일이 있어서인지 청와대에서 11만평 더 줄 수 없다고 고집한 것으로 안다”고 유엔사 이전 책임을 청와대내 NSC(국가안전보장회의)로 돌렸다. 최 대표는 “정부 핵심부처에 있는 사람이 미 8군과 연합사를 잔류시킬 수 있었음에도 의도적으로 한강 이남으로 밀고 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철저히 규명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기분 같아서는 국회에서 동의안해주고 싶으나, 동의하지 않는다고 저지되겠나”며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해 당론으로 동의안을 거부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최 대표는 “당론은 아니지만, 많은 의원들이 (이전 거부에) 동조하고 있다”며 “한ㆍ미 양국에 새롭게 얘기할 것이 있는 지 두고 볼 것”이라고 외교부에 대한 압박은 계속해 나간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교 '선지망 후배정', 고교내 우열반 편성"**
최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유달리 경제-교육살리기에 역점을 두는 모습이었다.
최 대표는 우선 경제를 살리기 위해 투자가 필요하고 투자촉진을 위해서는 정치 안정과, 예측 가능한 사회가 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구체적으로 ▲‘전략투자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는 대단위 국내기업공단 설립 ▲청년실업해소특별법 통과 ▲청년 국제인 10만명 양성 프로젝트 추진 등을 약속했다.
최 대표는 교육 분야에 있어서도, “고교평준화제도는 당분간 유지하되 '선지망 후배정'을 원칙으로 하고 같은 학교 안에서도 '우열반 편성'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표는 또 "특목고, 자립형 사립학교를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확대운영해 나가면서 일정소득 수준 이하의 자녀가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학교에 입학할 경우 국가가 학비를 지원하는 제도도 도입하고, 교육방송을 통해 유능한 학원 강사의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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