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조선일보 편집인의 지난 11일 IPI(국제언론인협회) 총회 발언과 지난 18일자 칼럼 '"불쌍한 기자여, 네 꼴을 보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위원장 김용백)은 22일 12시 서울시의회 앞에서 '조선일보 편파왜곡보도 및 IPI 망언 규탄대회'를 열고 "조선일보에 대해 언론본연의 역할인 공정보도를 해줄 것과 김대중 편집인에게는 언론인의 기본 양심을 찾을 것"을 촉구할 계획이다.
언론노조는 또 조선일보를 인쇄해왔던 조광출판(주) 광주 분공장의 위장폐업으로 10주째 광주에서 서울로 길거리 상경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조광출판 조합원들의 집단해고 사태에 대해 조선일보가 직접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언론노조는 22일 집회에 앞서 발표한 '언론인의 기본 양심을 저버린 조선일보 김대중 편집인은 사죄하라'는 성명을 통해 김 편집인의 IPI 발언과 베네수엘라 쿠데타 사태에 대한 18일자 칼럼이 사실을 왜곡하는 '습관성 거짓말과 악의에 찬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김 편집인의 IPI 발언중 언론노조가 거짓이라고 지적한 내용은 "언론사주와 광고주들에게 받는 압박은 정부 압력에 비하면 거의 미미한 수준이다" "현 정부는 한국 역사상 가장 가혹한 언론탄압을 한 정부로 기록될 것이다" "며칠 전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독립적인 신문 가운데 하나인 동아일보의 편집인이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정부 주장 때문에 사임했으며 그는 비윤리적인 언론인으로 낙인찍혔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좌파적인 신문들로부터 공격받고 있다" 등이다.
김 편집인의 발언은 현직 기자들이 느끼는 현실과는 분명히 거리가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언론비평 전문지 미디어오늘이 현직 기자 4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기자들은 외부로부터 받는 압력의 순위를 광고주의 영향력(79%), 언론사주와 경영진의 편집권 침해(67.2%), 권력의 언론자유 침해(46.1%) 순이라고 지적했다.
이현락 동아일보 편집인의 사임도 정부 주장 때문이 아니라 오래 몸담아온 신문사에 특혜분양 의혹이라는 스캔들로 잡음이 생길까봐 물러났다는 게 이 편집인 스스로의 해명이었다. 언론노조는 이같은 "김대중 편집인의 주장에 대해 일일이 반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이 모든 것이 IPI 회원들을 선동하기 위한 거짓임을 스스로 더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가 지적한 조선일보 18일자 '김대중 칼럼: "불쌍한 기자여 네 꼴을 보라"'의 문제점은 베네수엘라 쿠데타 이후 차베스 대통령이 쿠데타로 나라를 망쳐 놓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언론을 비판한 것을 두고 IPI가 언론탄압의 생생한 현장이라며 보여준 비디오를 인용해 독자들을 선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언론노조는 지난 16일 '조선일보 김대중씨는 붓을 꺾어라'는 성명을 내고 김 편집인의 IPI 발언은 망언으로 "국가 위신을 추락시키고 국내 언론인들을 국제적으로 망신시켰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언론노조가 22일 집회에서 발표할 '언론인의 기본 양심을 저버린 조선일보 김대중 편집인은 사죄하라' 성명 초안 전문.
***'언론인의 기본 양심을 저버린 조선일보 김대중 편집인은 사죄하라' **
조선일보 김대중 편집인의 IPI 연설문은 가히 충격적이다.
당장 눈에 들어오는 것만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 언론사주와 광고주들에게서 받는 압박은 정부 압력에 비하면 거의 미미한 수준이다.
- 현 정부는 한국 역사상 가장 가혹한 언론탄압을 한 정부로 기록될 것이다.
- 며칠 전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독립적인 신문 가운데 하나인 동아일보의 편집인이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정부 주장 때문에 사임했으며 그는 비윤리적인 언론인으로 낙인 찍혔다.
-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좌파적인 신문들로부터 공격받고 있다.
위에 열거한 김 편집인의 주장에 대해 일일이 반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 모든 것이 IPI 회원들을 선동하기 위한 거짓임을 스스로 더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습관성 거짓말이나 선동이 이번만이 아님도 그 동안 여러 미디어비평 매체에서 밝혀진 바 있다. 한데 이런 못된 버릇이 또 다시 나타났다. IPI에서 연설한 내용이 세상에 밝혀지면 당혹감을 느꼈는지 지난 5월18일 토요일자 조선일보 7면의 '김대중칼럼' "불쌍한 기자여, 네 꼴을 보라"는 글에서 또 다시 교묘하게 독자를 선동한다. 아니 악의에 찬 선동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올바르다.
김 편집인은 IPI를 들먹거리고, 미주지역 IPI 회장을 거론한다. 하지만 IPI가 어떤 단체인가? 46억 원의 증여세와 법인세 포탈 및 횡령 혐의로 구속되었던 조선일보 사장 방상훈이 '한국 정부로부터 부당한 압력을 받는 한 부회장직은 계속 유지시키는 게 IPI방침'이라며 박수로서 부회장 연임을 가결했던 단체이다. 그렇다면 IPI가 규정하는 압력 또는 탄압은 무엇인가? IPI가 총회결의문에서 밝힌 탄압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것이다.
▲ 정부의 비판 언론을 겨냥한 세무조사
▲ 2년 이상 적자 경영을 금지하는 법률 조항
▲ 과다한 신문 판매 부가세 부과
▲ 정부 주도의 강제적인 신문 가격 인상
▲ 언론사의 소유지분 제한
▲ 공동 신문판매체제·공동 인쇄 시설·공공방송시설의 강제적 사용 또는 사용 제한
이런 단체가 만든 비디오가 어떤 내용으로 편집했는지는 안 보아도 알 것 같지만 그래도 김 편집인이 보았다는 비디오의 주요 내용은 소개하고자 한다.
- 그들은 대중매체를 그들 손아귀에 넣고 주무른다.
- 저들은 거짓의 신문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전파하라. 반복해서 전파하라.
- 대중매체의 소유주들은 기자를 고용해 베네수엘라 국민을 속이고 짓밟고 있다.
- 엘 나시오날(베네수엘라 최대의 신문)은 사설로 기사로 제목으로 파렴치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
- 차베스가 연설도중 취재하는 여기자를 향해 "저 여기자의 얘기 좀 들어보자"고 군중을 선동하면서 "저 기자가 돈에 고용돼 거짓을 전하고 있다"며 "불쌍한 기자여, 당신 꼴을 보라"고 외치는 장면도 보여줬다. 꼭 어디서 많이 보아오던 수법 그대로였다.
이 모든 것이 정말 '꼭 어디서 많이 보아 오던 수법 그대로'임에 우리는 놀라며 이 내용 그대로를 김 편집인과 조선일보에 돌려주고 싶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기사를 보여주고 싶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999년 10월에 실렸던 기사이다.
국제적인 언론 일부는 재빨리 차베스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를 "급진 좌파 권위주의자" (radical-left authoritarian)라고 하거나 "독재정치로 향하고 있다" (drifting towards autocracy)거나 "쿠데타의 새로운 형태가 등장하는 길을 닦고 있다" (paving the way for a modern form of coup d'etat)거나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국내는 이와는 정반대의 분위기이다. 1968년 5월의 프랑스를 기억하게 하는 토론과 정치적 논쟁이 넘치는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심각한 폭력도, 희생도, 정치적 반대 또는 신문과 방송에 대한 검열도 없다. 이런 반대세력은 새 대통령에 대해 종종 사악한 비판을 하는 등 위축되지 않고 있다.
이런 정권을 향하여 '엘 나시오날'은 미국과 함께 최근 쿠데타에서 이틀 간 권좌에서 밀려났던 '차베스'를 악인으로 몰아갔던 신문이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기사를 좀 더 보자.
잘 사는 소수와 나머지 국민 사이에 간격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이 더 충격적인 것은, 세계 2위의 석유 수출국인 베네수엘라가 지난 25년동안 석유수출로 벌어들인 돈이 3천억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돈은 마샬플랜을 20번 이상 할 수 있는 것에 해당한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사람 절반 이상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으며, 전체 일할 수 있는 이의 4분의 1은 실업자이고, 직업이 있는 사람의 3분의 1은 밤에 부업을 해서 먹고 산다. 또 20만명 이상의 어린이가 구걸로 생을 잇고 있다.
이렇게 나라를 망쳐 놓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대표적인 언론이 '엘 나시오날'이기도 하다. 이런 '엘 나시오날'을 핍박받고 억압받는 신문으로 김 편집인은 은근히 묘사하고 있다. 그것도 베네수엘라의 최대 부수를 자랑하는 신문임을 강조한다.
김 편집인의 의도가 궁금하다. 부패하고 기득권에 혈안이 되어 있던 베네수엘라의 대중매체, 특히 '엘 나시오날'의 처지를 동감한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것이 아니라 이 신문의 성격을 모르고 칼럼을 썼다고 해도 '사실 확인'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제는 김대중 편집인은 언론계를 떠날 시점이 되었나 보다.
2002년 5월 2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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