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시행정부의 딕 체니 부통령 등 주요 관료들이 미군의 민간 병참지원프로그램 위탁회사와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으며 로비활동과 회사 주식매각 등을 통해 상당한 부를 축적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사건은 로비스트가 합법화된 미국 사회의 전관예우 관행을 이용한 정경유착 실태를 보여주고 있으며 또 '대 테러전쟁'을 선포한 미국 부시 행정부의 이해관계가 어디에 있으며 실질적 수혜자는 누구인지를 폭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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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국적기업 등의 활동을 감시하는 미국의 시민단체 코프워치(www.corpwatch.org)는 지난 2일 '반테러전쟁의 폭리 열차(The War on Terrorism's Gravy Train)-체니 부통령이 소유했던 회사가 아프가니스탄 전쟁 계약을 따냈다'는 기사를 통해 체니 부통령이 지난 92년 국방장관 퇴직 후 사장으로 재임했던 달라스의 핼리버튼사(Halliburton Corporation) 자회사인 브라운앤루트사(Brown&Root, B&R)가 미군이 아프간 남부에 세울 병참지원기지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코프워치는 이 기업이 건설에 참여한 정확한 날짜는 기밀사항이라 밝혀지지 않았으나 4월말이나 5월초쯤이라고 말했다.
데니엘 맥긴티(McGinty) 미국 국방부 계약관리 에이전시 대변인은 B&R사의 고용원들은 또한 아프간 전쟁의 주요 기지중 하나로 지난해 10월부터 1천5백명의 미 공군이 주둔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의 카나바드 공군기지에 도착할 계획인데 이들은 3곳의 미 공군캠프(Air Force Harvest Eagle camps)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B&R은 미군 기지에서 캠프관리와, 세탁소, 음식서비스, 비행장서비스와 작전지원 업무 등을 담당하게 된다.
이와 관련, 게일 L. 스미스 미군 작전지원사령부 대변인은 B&R이 미군의 아프간 대테러전쟁 '평화유지작전(Operation Enduring Freedom)'을 지원하기 위해 키르기즈스탄의 마나스(Manas)나 아프간과 파키스탄의 다른 지역에 위치한 미군 기지에서도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B&R이 2001년 12월 14일 미 국방부로부터 따낸 '민간병참지원프로그램(Logistics Civil Augmentation Program, LOGCAP)'이란 새로운 10년짜리 계약서는 상당히 수지맞는 장사임을 보여준다. 이 계약서는 미 국방부가 '비용에 수수료 추가, 무한정 납기와 수량 제공'이라고 부를 정도로 사실상 연방정부가 인도주의와 군사작전을 수행한다는 목적하에 계약사인 B&R사에게 납기와 수량에 관계없이 세계 어느 곳에서나 수익을 담보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B&R 체니 영입 후 미 국방부 민간 병참지원프로그램 계약 독점**
지난해 B&R의 매출액은 130억 달러(약 16조9천억원)이며 현 부시 행정부와 맺은 계약액은 7억4천만 달러(약 9천6백2십억원)에 달한다. 이 계약 규모는 B&R사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맺은 계약액의 37% 정도로 대부분 민간병참지원프로그램(LOGCAP)과의 거래를 통해 달성한 것이다.
예를 들어 B&R은 2001년 11월 중순 미 국무부와의 계약에 의해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의 미 대사관 보안시설을 강화하는 데 2백만 달러를 지급받았다. 보다 최근인 지난 3월에는 미 해군과의 계약으로 쿠바의 관타나모 해안에 408명 규모의 탈리반 전사 포로수용소를 짓는 데 1천6백만 달러를 받았다.
이외에도 켄터키의 미군기지인 포트녹스(Fort Knox)부터 미 해군 기지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의 엘 센트로(El Centro)까지 미국 곳곳에서 미군의 작전을 지원하는 B&R사 종사자들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니다. 간략하게 B&R사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계약들만 살펴보자. 2001년 9월 이 회사는 ICBM 미사일과 사일로 미사일을 제거하기 위한 러시아 국방위협 감축프로젝트를 위해 2억8천3백만 달러를 받았다. 2001년 11월에는 필리핀에서 미 해군의 군함을 현대화하는 계약으로 1억달러를 받았고, 같은 해 12월에는 영국 군의 새로운 탱크 수송 지원 계약으로 4억2천만 달러를 받았다.
B&R사는 이미 1962년부터 1972년 베트남 전쟁 당시 미 국방부로부터 수천만 달러의 계약을 따내는 등 군수산업계에서는 알려진 업체다. 그들은 당시 베트남에서 도로를 깔거나 활주로, 항구, 군사기지 등을 건설했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B&R사는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 공군기지를 건설했던 주요 사업자중 하나였다.
1992년 시작된 군사 기지 관리서비스는 딕 체니의 지휘아래 이뤄진 B&R사의 새로운 사업영역이다. 미 국방부는 B&R사와 같은 민간기업이 어떻게 세계 곳곳의 잠재적 전쟁지역에서 미군의 물자를 조달할 수 있는지를 연구한 보고서를 제출한 B&R사에 3백90만 달러를 지불했다. 1992년 말 국방부는 B&R에 보고서의 업데이트를 위해 추가로 5백만 달러를 지급했다.
같은 해 B&R사는 소말리아 아이티 코소보 보스니아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장소에 파견을 필요로 하던 미군의 엔지니어 회사로부터 첫 번째 5년짜리 병참지원계약을 따냈다. 발칸 반도에 위치한 2만명 미군기지의 하수처리시설과 부엌, 샤워, 세탁시설 등을 위한 계약은 지금까지 B&R사에 가장 많은 수익을 남겨준 계약이다. 미 의회 소속의 감사기구인 일반회계국(the General Accounting Office)은 B&R이 이 계약을 통해 22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석유관련 기업이었던 핼리버튼사, 체니 영입 후 군수산업에 손대 떼돈벌어**
B&R사의 모회사인 핼리버튼사는 원래 정유산업계에서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중의 하나다. 핼리버튼은 1990년대 초반 국방장관이던 딕 체니를 영입하며 기존 군사 운영의 민간화를 연구하고 보충하는 업무를 부여받았다.
딕 체니는 국방장관에서 물러나 핼리버튼의 사장으로 취임했으며 심복인 데이비드 그리본 부관을 데려왔다. 체니가 부통령으로 선출돼 사장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두 사람은 수익이 엄청난 상당한 액수의 정부 사업을 핼리버튼사에 가져다줬다.
체니가 부통령으로 선출돼 백악관으로 간 후에는 체니의 절친한 친구로 남부 유럽 미군 사령관을 역임한 조 로페즈(Lopez)가 미 정부와 핼리버튼사간의 연결을 담당했던 데이비드 그리본의 업무를 인수받았다. 체니의 또 다른 절친한 친구인 리차드 아미티지 국방부 부장관은 현재 업무를 맡기 전까지 핼리버튼사의 컨설턴트로 일했다.
비평가들은 이들의 관계를 '정부와 빅 비즈니스간의 회전문(돌고 도는 관계)'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비판한다. 빌 하퉁(Hartung) 뉴욕 세계정책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은 "체니는 회전문이란 단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나는 체니가 다음 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면 백악관을 떠난 그는 핼리버튼사로 돌아갈 것임을 확신한다"고 비난했다.
'최후의 에너지 전쟁(The Last Energy War)'의 저자인 하비 바써만(Wasserman)은 B&R사의 계약들을 스캔들이라고 표현했다. "부시-체니 팀은 미국을 가족사업을 하는 곳으로 변화시켰다. 우리가 체니에게서 보지 못한 것은 바로 체니가 그의 오랜 가까운 친구들과의 거래를 단절했다면 누가 그에게 수백만 달러짜리 황금의 손을 주었겠는가라는 것이다. 그들은 미덕과 염치, 상식이 없는 사람들이란 말인가"라고 말했다.
반면 체니의 대변인인 제니퍼 밀러와이즈는 백악관으로부터 B&R사와의 계약에 어떤 도움이 있었다는 것을 부인했다. 그녀는 "체니 부통령은 계약과 관련해 핼리버튼사나 자회사의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또한 그는 핼리버튼사를 떠난 뒤 그 회사의 정책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체니 부통령 98년부터 2000년까지 2년간 3백90억원 벌어**
한편 코프워치는 회사 자료를 인용해 '돈 버는 군인(Soldier of Fortune)'인 체니 부통령이 1995년 기준으로 세계 최대 정유업체였던 핼리버튼사에서 사장으로 재임중 98년에만 4백40만 달러의 연봉과 배당을 받았으며 99년에는 1백92만 달러를 받았다고 밝혔다. 2000년 5월 그는 10만주의 핼리버튼 주식 처분으로 5백10만 달러를, 같은 해 8월에는 남은 주식을 매각해 1천8백5십만 달러를 벌었다. 2년 남짓한 기간동안 정유산업쪽으로는 전혀 경험이 없던 사람이 3천만 달러(약 3백9십억원)라는 재산을 축적한 것이다.
코프워치는 체니 부통령뿐만이 아니라 체니가 수석 로비스트로 임명한 데이비드 그리본 또한 상당한 액수의 재산을 축적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민간업체의 비용절감에 따른 부메랑, 현지 고용인들의 항의시위**
미군은 B&R사와 같은 민간회사에 군사기지의 시설과 관리를 위탁하는 이유는 인건비 등 비용의 절감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미군의 싱크탱크인 병참관리연구소는 병참지원프로그램 계약사업자는 24% 적은 인력을 고용하며 28%의 비용절감을 가져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정부 관리들은 이같은 주장에 회의적이다. 네일 커틴 일반회계국(GAO) 담당감독관은 "산적한 이같은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것은 편리한 일이다. 문제는 정부가 이같은 일들을 감독하는 데 필요한 최선의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책분석가들은 이 문제가 간단히 표현해 무엇인가가 잘못 돌아가기 전에 발생할 수 있는 시간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토마스 도넬리 PNAC(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 부감독관은 "하청업자인 아프가니스탄의 계약사업자가 납치당하거나 악용되는 상황을 가정해보라. 이 문제는 정책 차원에서 숙고되지 않았거나 일반의 토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현지에서 고용되는 노동자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미군이 받는 급료보다 더 적은 돈을 받으며 일하고 있으며 미국은 그에 따른 우환을 겪기도 했다. 1994년 미군은 소말리아에서 B&R사가 해고한 노동자들의 항의시위에 곤봉과 최루탄을 갖고 투입된 적이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운전사들이 사막에서 고성능폭탄의 운반도중 요리를 위해 프로판 가스에 불을 붙이려 한다는 경고를 받기도 했다.
***"감시기구인 평의원회 도입해 B&R사의 부정거래 조사해야"**
미국의 대테러전쟁 작전이 발칸반도로 확장된다면 수억달러가 B&R사의 수익으로 돌아갈 것이다. 미군은 우즈베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기지에 이어 최근인 올해 1월 키르기즈스탄의 마나스 공군기지에 3천5백명의 군인을 위한 물류공급자를 파견하기 시작했다.
B&R사는 아프가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사업에 대해 기사 작성 시점까지도 함구하고 있었다. 젤마 브랜치 B&R사 대변인은 "B&R사는 아직 양국에 인력을 파견하지도 않았고 지원업무를 맡지도 않았다"며 최근의 민간병참지원프로그램 계약과 관련된 세부사항을 공개하기를 거절했다. 그러나 B&R사가 양국의 위탁사업자로 결정됐다는 증거가 제시되자 젤마씨는 "우리는 아직 상세하게 말할 수 없다. 미군과 직접 접촉해보라"고 이메일 답장을 보냈다.
한편 국방부는 민간부문의 서비스 영역을 전투기와 폭격기의 연료공급부터 미사일추적시스템까지 확대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소문으로는 국방안전경비업체(the Defense Security Cooperation Agency, DSCA)가 민간인들을 고용해 새로운 아프간의 경찰과 군인으로 훈련시킨다는 말도 회자되고 있다. 크로아티아에서는 이미 군사훈련을 위해 개인기업을 고용한 적이 있었다.
데이비드 데스 로치(Des Roches) DSCA 대변인은 그같은 계획이 있다는 것에 대해선 부인했으나 미래의 가능성까지 제한하진 않았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폭리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 분야의 일들을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잘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빌 하퉁 세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 회사는 효율성보다는 내부자 거래와 부정부패에 더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며 "2차 세계대전동안 기업의 폭리를 감시하는 평의원회가 있었다. 내 생각으로는 이 제도의 부활을 통해 B&R사를 조사하게 해야 한다"고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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