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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군(先軍)정치'의 미국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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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군(先軍)정치'의 미국 <1>

"이제 믿을 건 군사력뿐"

지난 9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오늘의 미국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미국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로마제국의 전성기 이후 어느 강대국보다 강한 상태이며, 한국전쟁 이후 세계질서에 대한 위협이라고 간주되는 세력에 대해 무력을 사용할 준비가 가장 잘 된 상태이다."

오늘날 미국이 세계를 호령하는 원동력이 바로 군사력에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미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2002년을 '전쟁의 해'로 선포한 바 있다. 또 지난 달 29일에는 북한 이라크 이란 등을 '악의 축'으로 지칭, 전세계의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군사력에 의한 일방적 세계경영의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흔히들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의 군사력 규모가 크게 삭감됐다고 말한다. 실제로 90년대 미국의 국방비와 병력 규모는 냉전시절에 비해 3분의 1 정도가 축소됐다. 또 독일을 비롯한 유럽지역의 미군기지도 대부분 폐쇄됐다.

그러나 지난 해 9.11테러를 거치면서 이러한 경향은 분명히 역전됐다. 우선 부시 행정부가 제출한 2003 회계연도 미국의 국방예산은 전년도에 비해 무려 17%가(4백80억 달러) 늘어난 약 3천8백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 이는 냉전시절 미 국방비의 평균치인 3천3백억 달러를 훨씬 웃돈다. 또한 미국을 제외한 나토 동맹국들의 국방비를 모두 합친 액수인 1천4백억 달러의 3배에 가깝다.

유럽연합의 대외담당 집행위원 크리스 패튼은 최근 미국의 엄청난 국방비 증액에 대해 "미국과의 군비경쟁은 애시당초 꿈도 꾸지 말라"면서 "우리는 입장료조차 낼 수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전세계를 뒤덮은 미군기지**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국방비 증액이 아니다. 미국은 냉전 종식 이후 세계 각지에 대한 군사개입 등을 통해 무력에 의한 세계경영의 준비를 착실히 다져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동과 중앙아시아 지역에 속속 생겨나고 있는 미 군사기지들이다. 90년대 이후 미국은 이라크, 소말리아, 발칸반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전쟁을 치렀다. '인도주의'를 명분으로 한 이들 전쟁이 끝난 후 미국은 이들 지역에서 철수하지 않고 군사기지들을 속속 만들어가고 있다.

걸프전쟁 후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에 영구 주둔기지를 마련했고 바레인, 카타르, 오만, 아랍에미레이트 등 걸프 지역 국가들에 대한 기지 사용권을 획득했다. 발칸전쟁 후에는 헝가리, 알바니아, 보스니아, 마케도니아, 코소보 등 5개 지역에 새로운 미군기지가 탄생했다.

이번 아프간전쟁을 계기로 미국은 아프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키르기즈스탄, 타지키스탄 등에 새 미군기지들을 건설 중이거나 또는 기지 사용권을 획득했다.

석유자원의 보고인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보스니아에서 파키스탄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에 미국의 군사기지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 군사기지들을 통해 미국이 노리는 바는 무엇인가. 근대 경제체제의 핵심적 자원인 석유 등 에너지자원의 공급을 독점하면서 서로는 유럽, 북으로는 러시아, 동으로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반미자주세력을 척결하라**

한편 미국은 반테러전쟁을 계기로 세계 각지의 반미자주화세력에 대한 본격적 소탕작전에 나서고 있다. 필리핀과 콜럼비아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미국은 이미 반테러를 명분으로 필리핀에 미 특수군 출신의 훈련교관들을 보내 합동군사작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속셈은 테러리스트 소탕에서 그치지 않는다. 대부분의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이 냉전 종식 이후 상실한 클라크 공군기지와 수빅만 해군기지의 탈환을 노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마약과의 전쟁을 명분으로 콜럼비아에 개입해 왔던 미국은 9.11테러 이후 콜럼비아에 대한 군사원조를 대폭 증액하면서 노골적인 좌익 게릴라 소탕에 나섰다. 현재 콜럼비아 좌익 게릴라는 국토의 약 40%를 장악하고 있다. 반미자주세력을 뿌리뽑겠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은 1960년대 케네디 행정부 때부터 중앙정보국(CIA)과 특수군(그린베레, 육군 공정대, 네이비씰 등)의 합동작전으로 군사협력, 또는 군사훈련이라는 명분하에 세계 각지의 반미세력들을 소탕해 왔다.

이러한 전통은 냉전 종식 이후 더욱 강화돼 가고 있다. 일례로 미국의 한 시민단체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병력 규모와 국방비가 감소 추세를 보여온 90년대 이후에도 미 특수군 병력과 관련 예산은 꾸준히 늘어 왔다. 1991년부터 1997년 사이 미 특수군 병력은 1만명이 증가했으며 관련 예산도 24억 달러에서 34억 달러로 약 40%가 늘어났다.

또 미 특수군이 군사훈련, 또는 작전을 펼치는 국가는 91년 92개국에서 99년에는 1백52개 국가로 늘어났다. 전세계가 미군의 작전지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례로 지난 1997년 구 소련지역인 우즈베키스탄에서 최초로 합동군사훈련을 치른 미군 병력은 바로 미 육군 82 공정대였다.

외국 군대에 대한 미 특수군의 교육.훈련중 가장 핵심적인 교과목은 '해외 내부 국방(FID; Foreign Internal Defense)'이다. FID란 한마디로 내란진압을 말한다. 중요한 것은 노동조합, 목사, 언론인 등 비무장 민간세력도 FID의 주요한 대상으로 상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미루어 미국이 노리는 바는 미국에의 예속을 거부하는 자주세력의 성장을 막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세계 최대의 무기 상인, 미국**

미국은 또한 세계 최대의 무기 상인이다. 90년대 이후 미국은 전세계 무기 거래의 40% 가량을 공급하고 있다. 미국에게 군사력은 일본·유럽 등 경쟁 세력을 견제하고, 반미 국가를 '응징'하며, 잠재적 반미 세력의 성장을 봉쇄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주요한 돈벌이 수단이기도 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는 9.11테러 직후 미 의회에 대해 오는 2007년까지 미국의 무기 수출에 대한 모든 제한을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반민주국가, 또는 인권탄압국가 등에 무기수출 규제를 해제한다는 것은 결국 마구잡이로 무기를 팔아먹겠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무기 판매만이 돈벌이 수단은 아니다. 군사력, 군사기술을 판매하는 기업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민간기업들로부터 군사력을 빌리거나 군사기술을 전수받는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24개국에 이른다.

미국의 빈넬이란 기업은 1975년 민간기업으로는 최초로 미 국무부로부터 허가를 얻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방경비대를 훈련시키고 있다. 사우디의 국방경비대는 왕족 보호가 주임무이다. 다시 말해 미국의 민간기업이 전제정권의 유지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돈벌이도 하고 있는 것이다. 특기할 것은 최근까지 빈넬은 저 유명한 칼라일 그룹 소유였다는 사실이다.

***군사력·군사기술 판매하는 민간기업들도 속속 생겨나**

이처럼 군사력과 군사기술을 판매하는 민간기업들은 냉전 종식 이후 퇴역한 미군들에게 일자리와 돈벌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군사력의 민영화·상품화에서 간과돼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민간기업의 활동은 미 의회나 언론 등의 감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이들이 민주주의와 인권 등을 침해하는 활동을 해도 이를 알아내거나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군사력과 군사기술까지도 돈벌이의 수단이 됐다는 사실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군사화가 갈 데까지 갔음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제 믿을 건 군사력뿐**

미국의 수정주의 역사학자 찰머스 존슨은 지난 2000년 발간한 저서 '블로우백'에서 미국의 군사화에 대해 이렇게 비판했다.

"냉전이 끝난 후 지난 10여년간, 미국의 대외정책 입안과 수행은 국방부가 독점해 왔다. 미국의 대외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미국은 갈수록 단 하나의, 부적절한 수단에 의존하고 있다. 그것은 곧 군사력이다."

흔히들 북한에 대해 '선군정치(先軍政治)로 강성대국'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이 말이 적용되어야 할 국가는 미국이 아닐까.

'선군정치로 강성대국을 유지하려는 미국', 이제 그 실상을 찾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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