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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반격

[다산 칼럼]<6>

태풍과 증시 폭락이 동시에 한반도를 덮쳤다. 지난 8월 9일 월요일, 모든 뉴스 미디어는 한마디로 '난리'였다. S&P 신용평가사의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 발표를 계기로 전 세계 금융계가 충격에 흔들리면서 국내증시도 대폭락했다. 투자자들은 패닉에 휩싸여 가진 주식을 투매했다. 신문 1면마다 '검은 월요일' 증시 비명, '증시 패닉-끝없는 추락'같은 주먹만한 제목들이 실렸다. 태풍 '무이파'가 남서해안을 강타, 6명이 사망 실종한 재난기사가 멀찍이 지방뉴스면까지 밀려나갈 정도였다. TV채널들은 축구 중계하듯 2∼3일동안 시황판과 세계증시 소식을 연속 보도했다. 태풍관련 뉴스와 금융재난의 공포와 불안이 지배한 며칠이었다

MB정권 들어 사회 양극화 어느 정권보다 심화

경제를 알아야 잘 살 수 있고 경제위기, 경제문제 해결 없이는 사람이 숨도 쉴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나같은 비전공자도 마찬가지다. 어린이 경제교육, 경제과외까지 등장한지 오래다. 말이 경제지, 온 세상이 돈 얘기로 가득찼다. 돈, 돈, 돈···. 더구나 이 정권 들어서 더욱 심화된 사회 양극화로 하위계층에게 이 말은 목숨이 걸린 절박한 화두가 되었다. 돈은 늘 혜택이 많은 저 위쪽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내가 기자 초년병시절에 번역했던 이탈리아작가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소설 『돈까밀로 신부와 뻬뽀네』시리즈에 "코끼리와 여자는 잊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나 역시 잊지 않는다. 그 시기에 있었던 닉슨 독트린 선언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워터게이트 도청사건으로 쫒겨나는 등 도덕성엔 문제가 심대했지만 추진력에서만큼은 괴력을 발휘하던 닉슨은 당시 베트남 전비 등 경제 부담이 심화 되자, 달러를 찍을 때마다 일정량의 금을 사서 연방은행에 보유해야하는 금본위제를 걷어 차버렸다. 달러가 기축통화로 되고 필요하면 요즘처럼 무제한 찍어서 풀 수 있는 근거가 그 때 마련된 것이다. 권력을 쥔 자가 그릇된 방향으로 밀어붙이기를 하면 어떤 악영향을 두고두고 미치는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더구나 경제를 위해선 공중에서라도 달러를 뿌리겠다는 '헬리콥터 버냉키'가 금융의 수장이 된 이후로 '돈 문제'가 터질 때마다 전세계는 미국의 입만 쳐다보는 신세가 되었다.

요동치는 증시 불안과 3,000억원의 반격 어떻게 풀릴까

어젯밤 뉴욕 시황에 따라 오늘 한국 증시가 요동을 치는 이 와중에, 노태우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선거자금으로 3000억원을 주었다고 밝혀 세상이 시끄럽다. 수십만 명의 전국 정당조직을 운영해야하는 '한국적 민주주의' 제도하에서 선거자금 명목의 그 돈이 YS에게 직접 흘러들어갔을까. 1981년부터 일간신문에 출판전문 지면을 만들고 여러 신문에서 서평지, 북리뷰 섹션 등을 운영해왔던 내게는 원칙이 하나 있다. 선거 때마다 쏟아지는 정치인들의 과장, 허위가 많은 회고록-자서전류는 어떤 외압이나 청탁에도 무조건 싣지 않거나 한줄 짜리 단신으로 싣는다. 물론 빈민운동에 평생을 바친 고(故) 제정구의원같은 경우는 예외였다.

'타임'지 표지에 거액 비자금을 받은 범죄자로 나란히 실렸던 전두환 노태우 두 사람의 수의차림 모습을 기억하는 나는 3천억이든 천억이든 그 실감도 안날만큼 거액의 돈 얘기가 본질로 보이지 않는다.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부도덕한 전직 대통령들과 그들의 5.18 라인이 최초의 문민대통령에게 "3천억을 주었다"며 도전한 느낌이 든다. 상당기간 주었네 안 받았네 정치공방이 계속되겠지만, 나는 내 서평의 원칙을 지킬 것이다. 책의 팩트(fact)를 확인해줄 저자가 중병으로 발언을 할 수 없는 상태라면 대리인들의 정쟁은 무시하겠다.

개인적 호오(好惡)를 떠나서 나는 확실히 기억한다. 3천억을 주었다는 상대는 대통령 취임 후 절대 불가능하다던 금융실명제를 전격 실시했고, 임기말에 친족의 권력형 비리가 밝혀지자 친아들을 사법처리한 최초의 현직대통령이었으며, 재임 중 검소한 생활을 했고, 한몫 챙겨나와 거액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적이 없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어떤 식이든 그 선거자금을 지급받아 소진했다면, 뒤늦게 '3천억원의 반격'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이 거침없이 전 세계에 뿌려댄 달러의 반격으로 휘청대고 있듯이, 국가든 개인이든 돈의 반격에는 심한 상처와 타격을 입게 마련이다. 국고를 내 돈 쓰듯 마구 써버려서 거덜냈거나, 돈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돈을 몰아주는 식을 고집했던 토건정치인들이 비자금까지 챙긴게 사실이면, 나중에 어떤 일을 당하게 될지 모른다. 돈의 반격을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나는 국민이 감당해야할 뒷수습과 국가부채의 짐이 두렵다.

* 다산연구소(www.edasan.org)가 발행하는 <다산포럼> 16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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