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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니의 '중국 때리기'가 자가당착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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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니의 '중국 때리기'가 자가당착인 이유

[해외 시각] '위안화 절상' 반대파는 中 정부 아닌 미국 기업들

오는 11월 치러질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꺾어야 하는 밋 롬니 후보의 공격 목표중 하나는 중국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태도다. 특히 경제문제와 관련해 막대한 무역흑자를 올리고 있는 중국에 롬니와 공화당은 공세를 높이고 있는데, 환율 조작 문제가 대표적이다.

롬니 측 대변인인 안드레아 솔은 지난달 24일 오바마 정부가 오는 15일 발표될 미 재무부의 반기 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공식 지정해야 한다고 압박을 가했다. 중국이 자국 수출 경쟁력을 위해 위안화 환율을 고의적으로 낮게 유지해 미국 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측은 롬니 자신이 베인 캐피털 CEO 시절 미국 공장의 외주화를 통해 수익을 올렸던 과거를 상기시키며 맞선 상태다.

중국이 경제강국으로 떠오르면서 미국 제조업이 쇠퇴하고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주장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미국의 진보성향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의 딘 베이커 공동소장은 롬니의 '중국 때리기'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지적한다.

베이커 소장은 현재 미국의 주요 소매업체와 제조사들이 중국 현지 투자를 통해 막대한 이득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이들이 중국의 낮은 위안화 가치에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위안화 가치를 절상시키는 과정에서 중국 정부의 반발보다 미국 기업의 반발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위안화 절상에만 매달리다 보면 자본시장 개방이나 저작권 보호 등을 바라는 기업들의 반발도 거세질 것이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아니라, 미국 기업의 이해관계에 맞설 대통령이 필요하지만, '슈퍼 부자'를 대변하는 롬니 후보가 그럴 만한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 베이커 소장은 의문을 표했다. 그가 이러한 내용을 담아 1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기고한 글(☞바로 가기)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미 공화당 밋 롬니 대선 후보. ⓒAP=연합뉴스

롬니의 중국 때리기, 현실는?

롬니가 대선 광고에서 공격적으로 내세우는 주제 중 하나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중국에 강하게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 광고는 중국이 자국 화폐 가치를 "조작"하는 사기꾼이라고 불평한다. 중국이 고의적으로 달러에 대한 자국 화폐의 가치를 낮게 유지시키고 있다는 의미다.

위안화의 가치가 낮다는 것은 달러의 가치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중국이 미국에 상품을 싸게 팔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상품에 보조금을 주는 셈이다. 한편, 달러 가치가 고평가되면 중국인들은 미국의 상품을 더 비싸게 사야하므로 구입량이 줄게 될 것이다. 이는 중국에 수출하는 미국 상품에 관세를 붙이는 것과 비슷하다.

롬니는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킬 '터프 가이'가 되겠다고 약속한다. 선거 광고는 그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선언하고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롬니 개인이 중국과의 거래로 이득을 보았다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그의 공격에 대응했다. 오바마 측의 선거 광고는 롬니가 몸담았던 (사모펀드) 베인 캐피털이 중국으로 일자리를 외주화 하는데 앞장서 왔다는 점을 지적한다.

사람들이 롬니의 기업이 중국에서 벌인 거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를 판단해야하는 반면에, 오바마 측의 선거 광고는 미국과 중국의 협상에 대한 문제를 명확히 한다. 현실에서는 많은 미국 기업들이 통화가치를 낮게 유지하는 중국의 현 상황을 통해 막대한 이윤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기업 명단의 최상부에는 월마트와 같이 중국 등의 개도국에 저비용의 공급망을 갖추는 데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 소매기업들이 있다. 저비용 공급망은 다른 소매기업을 상대로 경쟁 우위를 갖기 위한 주요 수단이다. 위안화가 20~30% 정도 올라 가격이 상승해 자신들의 이점이 상쇄되는 건 걱정하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제너럴 일렉트릭(GE) 같은 대형 제조사들은 중국 등의 개도국으로 공장을 이전시켰다. 이 기업들 역시 달러 가치가 하락해 자신들이 생산하는 제품이 해외에서 상대적으로 더 비싸지는 것에 우려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통화 가치를 절상하라고 요구한다면, 이는 단지 중국 정부와의 갈등으로 번지는 게 아니라 고평가된 달러로 이득을 보고 있는 미국 기업들과의 갈등 역시 빚게 될 것이다. 이 기업들은 위안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낮추려는 어떤 조치도 막기 위해 자신들의 정치적 힘을 마음껏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저평가된 달러를 반대하는 미국 기업들은 고평가된 달러로부터 직접적으로 이득을 얻는 소매업체나 제조기업 이상으로 훨씬 많다. 미국에는 중국 정부에 바라는 경제적 요구 사항이 매우 길게 늘어서 있다.

가장 뚜렷한 요구는 금융산업계가 중국 자본시장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압력이다. JP모건이나 시티그룹 같은 기업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또 중국이 특허와 저작권을 보다 강력하게 관리하라는 요구가 있다. 더 엄격한 특허 보호는 파이저나 머크와 같은 제약사에게 매우 중요하고, 저작권 보호는 디즈니나 타임워너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계에게 막대한 수익을 의미한다.

미국과 중국의 협상 안건에서 위안화 절상 문제가 가장 시급한 문제가 되면, 위와 같은 다른 목표는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누구도 초강대국이 된 중국이 미국 대통령이 전달한 요구 사항들을 간단히 수용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당연히 협상이 벌어지고, 만약 미국이 통화가치에 대한 (중국의) 양보를 얻어낸다면 다른 요구 사항에 대해 협상하는 과정에서 거의 확실하게 (미국 측의) 비용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는 롬니나 다른 대통령이 중국의 통화가치에 대해 압력을 가하려면 고평가된 달러로 이득을 보는 기업들의 반대를 먼저 극복해야만 할 뿐 아니라, 자신들의 요구 사항이 중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우선권을 갖길 바라는 다른 대기업들의 반대까지 넘어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약하면 사실 이 사안은 사기를 치는 중국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맞설 대통령을 찾는 문제가 아니라, 미국 기업의 이해관계에 맞설 대통령을 찾는 문제다. 롬니는 확실히 오바마 대통령이 첫 임기를 보내는 동안 미국 기업들에 맞서지 않았다고 비난할 수 있다. (하지만) 롬니가 자신의 친구와 옛 동업자들에게 더 터프해질 것이라고 믿을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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