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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의 은밀한 쿠데타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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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의 은밀한 쿠데타가 시작됐다

[해외 시각] 미국의 민주주의 위협하는 TPP 협상

미국의 외교·안보분야 싱크탱크 '포린 폴리시 인 포커스'(FPIP)의 외부 기고자 힐러리 맷페스(Hilary Matfess)는 25일(현지시간) 미국이 주도하는 광역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칼럼(☞바로 가기)을 통해 TPP 협상 과정에서 드러나는 미 정부의 비밀주의에 대해 비판했다.

칼럼은 현재 TPP와 관련한 협정 내용을 의회와 대중에 소상하게 공개하지 않는 한편, 일부 누출된 조항에서는 금융 위기 상황에서도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등 기업의 이익에 치우친 내용이 발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년 간 논란을 빚다 지난 3월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지적됐던 것처럼 현재 미국의 TPP 협상은 의회와 대중을 무시한 채 강행됨으로써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 특히 기업의 이익에 편중된 자유무역주의에서 변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기대됐던 오바마 정부에서 더 큰 규모의 자유무역협정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우려된다고 강조한 칼럼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편집자>

TPP, 투자자 계급의 조용한 쿠데타

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거대 자유무역지대 구상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노동자·환경·각국의 주권에 해를 미치는 힘을 기업에 부여한다는 게 확실히 알려진다면 위안이 될 것이다. 불행하게도 비밀스럽고 불투명하게 협상이 진행되면서 이 중 많은 부분이 알려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TPP에 대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역 차원에서 보면 미국에서 아직 시도된 적이 없는 가장 큰 규모의 자유무역협정이 된다는 점이다. 미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협상 담당자들은 "광활한 분야의 법과 규범을 비롯해 상품과 서비스, 농산물 무역에서의 장벽"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완전히 낮추려는 의도를 표했다." 하지만 이런 거창한 야망에도 불구하고 협상 과정과 협정문 초안에 대한 세부 내용은 고의적으로 의회와 미국 시민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협상 전반에 걸친 비밀주의는 숨이 막힐 지경이다. 지난 7월 미 하원의원 134명은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 (TPP에 대해) 의회 위원회 측의 자문을 받고 협성문 초안이 공개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원들은 커크 대표에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이 진행되던 1990년대 초 협정문 초안이 회람되고 의회 위원회가 자문을 했다고 상기시켰다. 하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1달 뒤, 미 하원은 커크 대표에게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을 논의한 우루과이라운드, 세계무역기구(TWO)의 도하라운드, 수많은 NAFTA 협상 때처럼 의회 사절단이 협상을 지켜볼 수 있게 해달라는 탄원을 냈다. 지속되는 요청에도 의회는 협상을 감시할 수 있는 어떤 중요한 권한도 얻지 못했다.

의회와 언론, 대중이 아쉬운 대로 유출된 일부 협상 내용에 만족하고 있는 동안, 외교안보 관련 단체 '저스트 포린 폴리시'는 600명의 기업 로비스트들이 협정문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고 밝혔다. 대중이나 이들이 선출한 의원들보다 기업이 정부 협상에 더 잘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미국의 민주주의는 비참한 상태에 놓였다. 미국의 무역정책에 대한 기업의 영향력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의회 감독 기능에 대한 동시적 경고는 더욱더 불안감을 준다.

지난 5월 미국 민주당의 바니 프랭크, 샌더 레빈 하원의원은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에게 자본 자유화를 공고히 하는 TPP 조항에 우려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서한에서 금융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자본 통제장치를 두는 데 각국이 합의할 수 있는 능력과 관련해 "미국 정책에 관한 공식 입장 문서"를 요구했다. 누출된 초안이 정확하게 협상의 방향을 반영했다면, 자본통제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은 민간 기업들로부터 제소를 당하고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수백 명의 경제학자들이 지난해 1월과 2월 이러한 조항에 반대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유출된 투자부분 협정문 초안은 경제학자들이나 프랭크·레빈 의원의 우려가 반영되어 있지 않음을 보여줬다.

유출된 협정문에서는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시민단체 '퍼블릭 시티즌'(Citizen.org)에 따르면 지금까지 협상은 기업들이 토지·천연자원·혹은 공장을 인수할 때 정부의 심사를 피할 수 있는 권리를 주고 있다. 또 협정문은 기업의 이행의무(performance requirement)를 금지하고, "건강·노동·환경 규제로 인해 미래에 기대하는 수익"을 잃었을 때 보상받을 수 있다고 보증하고, "제한 없는 자본 이동" 권한과 관련한 충격적인 조항을 포함했다. 만약 이러한 내용들이 정말로 TPP 조항이라면, 협상은 각국 정부가 기업 활동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는 행위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사실상 규제로 인한 기업의 어떤 '손해'에 대해서도 정부가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

진보 진영의 많은 이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견고한 자유무역주의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희망한다. 하지만 퍼블릭 시티즌 글로벌 무역 감시부의 로리 웰라치에 따르면 유출된 TPP 조항은 "의회에 충격을 줬는데, 미국의 협상 당사자들이 오래 된 NAFTA 무역 모델을 대체하겠다는 오바마의 공약을 완전히 폐기하고,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가 반대해 핵심 경합 주(州)에서 승리를 안겼던 부시 전 대통령 식의 협상을 사실상 확장하고 있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다."

ⓒhudong.com
TPP 논란은 미국 정치의 충격적인 흐름을 드러낸다. 기업에 인격(personhood)을 부여한 (보수 시민단체) '시티즌 유나이티드 판결'은 미국 시민과 이들이 선출한 대표들, 혹은 이 협상으로 영향을 받게 된 국가보다 기업이 더 많은 권한을 부여받게 될 무역 협상에 길을 제공했다.

미국 경제의 수많은 분야에 막대한 잠재적 충격을 가할 무역협상이 비밀스럽게 추진되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문제가 있다.

협상 당사자들이 고의로 전문가와 의원들을 무시하고 기업의 이익에 치우쳐있다는 점은 미국 민주주의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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