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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의 '등급'은 평가인가 협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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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의 '등급'은 평가인가 협박인가

[해외 시각] 美 신용등급 강등 '경고'의 속내

국제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11일 미국이 국내총생산 대비(GDP) 국가 부채 규모를 줄이지 못하면 국가 신용등급을 현재의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강등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성명에서 미 의회가 내년도 예산 협상에서 부채를 줄일 방법을 찾지 못하면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경제 최강국인 미국의 흔들리는 위상은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시작됐지만, 신용평가기관의 '경고'가 나올 때마다 전 세계 경제가 받는 충격은 크다.

하지만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은 주택 모기지담보 증권에 엉터리 신용등급을 부여해 금융위기에 한 몫했다는 '원죄'를 갖고 있다. 금융위기 발발 당시 신용평가기관 관계자들은 미 의회 청문회에서 자신들의 평가는 예측일 뿐이라며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경제위기 국면에서 다시 전 세계의 위험(risk)을 엄중하게 측정하는 기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의 진보 성향 연구기관인 경제정책연구소(CEPR)의 마크 와이스브로는 13일(현지시간) <가디언>에 쓴 글에서 무디스의 성명은 경제적 분석이 아닌, 정치적 목적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경고하는 목소리만큼 미국의 부채 위기가 과장되었다는 지표도 많다고 지적했다. 유로존 국가들의 부채 위기와 달리 기축통화인 달러와 중앙은행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부채 위험을 과장하는 것은 보수층이 주장하는 사회보장지출 삭감을 관철시키려는 의도라고 그는 덧붙였다.

14일 한국은 스탠더드&푸어스(S&P)가 2005년 이후 7년만에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로 상향 조정했다는 소식에 흥분했다. 하지만 등급 상향 자체가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의 완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다음은 와이스브로가 쓴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바로 보기)


ⓒ로이터=뉴시스

무디스의 美 신용등급 강등 경고, 평가인가 협박인가

미 정부의 신용등급을 낮추겠다는 무디스의 위협은 미국의 부채 상황보다는 신용평가기관 자체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 무디스의 이번 성명은 미 국채에 대한 실제 정보를 알고 싶어 하는 투자자들을 위한 위험 평가라기보다는 정치적 목적에서 나왔다고 단언한다. 이는 위험을 측정하기로 되어 있는 무디스에게 정말로 창피한 일이다. 대부분의 언론들이 주목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험이 최소인 국채를 사야한다면 미국 국채가 될 것이다. 미 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갖고 있는 이들은 적어도 핵전쟁 같은 재앙만 없다면 만기가 됐을 때 원금과 수익금을 모두 챙길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미국엔 중앙은행이 있어서 필요하다면 채권자들에게 줄 돈을 간단히 찍어낼 수 있다는 게 한 이유다.

이것이 바로 영국이 스페인보다 더 많은 순(net) 정부부채가 있으면서도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5.6%인데 반해 영국은 1.8%인 가장 중요한 이유다. 영국은 중앙은행과 독자적인 화폐가 있어서 영국 국채 채권자들은 그들이 돈을 받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스페인은 이질적이고, 때로는 적대적이기까지 한 유럽중앙은행(ECB)에 의해 좌우되고, 우리는 그런 사례를 그리스에서도 봤다. 스페인은 국채를 보장하는 것보다는 불황과 디폴트로 가고자 하는 것 같다. 스페인의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려는 ECB의 보증 방안은 지금까지 거부당한 상태다.

미국은 또 다른 나라들에 없는 이점이 있는데, 자국 화폐가 전 세계 주요 준비통화(reserve currency)라는 점이다. 전 세계 중앙은행의 60%의 준비통화가 달러로 비축되어 있고, 전 세계 외환거래의 대부분이 달러를 포함한다. 달러는 언젠가는 준비통화로서의 위상을 잃을 지도 모르지만, 곧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어떤 미국 국채 보유자도 디폴트를 우려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다.

무디스는 - 2011년 8월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춘 스탠다드&푸어스(S&P)처럼 - 경제학적으로 볼 때 의미 없는 성명을 내고 있다. 그 성명은 미 의회가 정부 부채를 낮추는데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 미 국채의 디폴트 위험이 증가한다고 말하는 건가? 세계 경제가 미 국채의 디폴트 상황이 임박한 수준으로 간다면 어떤 금융자산을 소유하려 하겠는가? 심지어 미 연방이 보증한 예금계좌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다. 혹은 당신의 지갑 안에 있는 현금까지도.

이러한 신용평가기관이 정치적 아젠다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 월스트리트와 정치가 대부분과 같이 신용평가기관들은 미 정부가 지출을 삭감해 부채를 줄이길 원한다. 이들은 실업상태거나 어쩔 수 없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아니면 구직 자체를 포기한 2200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을 특별하게 우려하지 않는다. 그들은 고령층의 사회보장혜택을 줄일, 정부지출의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을 지지할 것이다. 무디스의 성명은 신용평가기관이 만든 정치적 협박이다.

이러한 강등 위협은 아마도 무디스가 2000~2007년 동안 (나중에) 대부분이 휴지조각으로 변했던 4만6000개 이상의 주택 모기지담보 증권에 'AAA' 등급을 매기도록 한 부패 시스템과는 다를 것이다. 아니면 신용평가지관들이 엔론이 파산하기 4일 전까지, 리먼 브러더스가 무너지기 며칠 전까지 유지했던 투자등급과도 다르다. 이러한 등급의 상당수는 신용평가기관이 등급심사를 받는 기업들로부터 받는 수수료에 영향을 받았다. 무디스와 S&P, 피치가 수십 억 달러 규모의 신용평가에서 전체 90%의 수익을 가져갔다고 말했었나? 전체 신용평가 수수료 중 98%을 가져갔다는 사실은? 자기 잇속만 차리려는 이들을 독려하는 소수 독점체제처럼 좋은 게 없다.

실제 세계에서 미국은 부채 문제라는 게 없다. 공공부채에 대한 순 이자비용은 미국 국민소득의 1%도 안 되고 지난 60년 이상동안 그 이하 수치를 기록해 왔다. 장기 부채 예측치는 우리의 보건 시스템이 만든 결과다. 만약 다른 선진국(혹은 기대수명이 비슷한 국가)의 의료보장제도 비용과 미국의 예산을 비교하면, 장기 적자는 흑자로 바귄다.

그러나 무디스는 우파들의 아젠다를 밀어붙이기 위해 우리가 연방정부의 부채를 두려워하길 원한다. 하지만 그들은 신용평가기관의 근본적인 개혁을 위한 좋은 사례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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