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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삼성 전쟁, 진짜 문제는 '미국 특허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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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삼성 전쟁, 진짜 문제는 '미국 특허 제도'

애플-구글 사건 기각 판사 "美 특허청엔 3년치 신청서 쌓여있다"

24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 주 연방북부지방법원에서 애플의 완승으로 끝난 '애플-삼성'의 특허분쟁 사건이 파장을 낳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인 삼성이 주요 사업인 휴대기기 부문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는 판결이라는 점에서 한국 언론들은 이번 재판에서 전문성이 없는 일반 시민이 배심원을 맡는 등의 문제를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이러한 한국 언론의 접근방식은 국제 무대에서 경쟁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도 특허제도에 대한 전문성과 법적 싸움을 위한 능력을 갖춰나가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이번 특허 소송에서 나온 문제의 본질이 소송을 유발하는 미국 특허 시스템에 있다는 지적은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달 애플과 구글이 인수한 모토로라 무선사업부 간의 특허 분쟁에서 사건을 기각해 주목을 받았던 리처드 포스너 연방판사는 지난 7월 12일 <애틀랜틱> 기고를 통해 미국 특허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미국 내에서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분류되는 포스너 판사는 애플과 구글이 각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는 이유로 해당 사건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특허를 남발하는 미국의 시스템이 특정 산업에서는 경쟁을 제한하는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허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들어간 비용을 보전하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특허제도가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거나 '특허를 위한 특허'를 노리는 특허 괴물을 잉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포스너 판사의 문제의식은 현재 50여 개가 넘게 진행되고 있는 애플과 삼성의 특허 분쟁이 결국 소비자들에겐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모방꾼'(copycat)보다는 '원조'에 기우는 심리를 이용한 특허분쟁이 아닌, 시장에서의 경쟁과 발전을 위해 시스템과 사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 글의 요지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원문 보기)

[관련 기사] 애플-안드로이드 전쟁, 일방 승리로 끝난다면…

▲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방법원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 배심원 평결이 애플의 완승으로 끝난 후 애플 측 제이슨 바틀렛 변호사가 법원을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엔 왜 이리 특허가 많을까?

필자는 최근 애플과 모토로라가 스마트폰 특허 침해와 관련해 서로를 고소한 사건의 예심 판사를 맡아 기각 결정을 내렸다. (두 기업은) 당연하게도 이에 항소했고, 사건이 아직 종결되지 않았으므로 공개적으로 이 사건을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현재 특허법 구조와 특허당국의 일반적인 문제점, 그리고 재고가 필요한 특허 시스템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의 특허법은 (경쟁자를 배제시킬 권리의 차원에서) 특허를 받은 발명에 20년 동안 독점권을 부여한다. 특허가 유효하다면 그 발명은 정말로 새롭고, 실용적이며, 뻔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특허는 미 특허청(PTO)이 부여하며 유효하다고 간주된다. 그러나 그 유효성에 대해 법정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보통 특허권자에 고소당한 기업이 방어하는 과정에서 이뤄진다.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미국의 특허법은 발명의 유형이나 특정 산업을 차별하지 않는다. 이는 특허법에 있어 가장 큰 논란거리이며, 논란이 되어야만 한다. 그 이유는 혁신을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특허 보호 필요성의 정도가 산업에 따라 다양하기 때문이다.

특허 보호가 정말로 필요한 산업의 가장 알맞은 예는 제약업계다. 이유는 3가지다. 먼저 신약의 개발은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데 약 수 억 달러에 이른다. 발명에 들어가는 비용이라기보다는 그 신약이 안전하고, 효과를 보이며, 법적으로 판매가 가능한지를 결정하기 위해 법이 요구하는 임상실험을 하는 비용이다.

둘째로 이와 관련해 신약 특허는 임상실험 단계가 아니라 약을 개발한 시점부터 특허 기간이 시작된다. 약이 실제로 판매가 가능한 단계까지 가려면 10년 이상이 걸린다. 이는 특허가 실제로 효과를 발휘하는 기간을 단축한다. 이는 발명 주체가 신약 판매 독점권을 최대한 활용해 투자금을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말이다. 또한 개발에서 수익 발생 시점까지의 지연 현상은 기업이 회수한 투자액의 실질 가치를 낮추는데, 미래에 받을 달러의 가치가 현재 받는 달러의 가치보다 낮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발명이나 판매 승인을 얻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과는 무관하게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은 매우 낮은데, 이는 복제약이 허용되면 개발이나 실험에 돈을 들이지 않은 기업들은 특허기업이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정해놓은 가격을 낮출 수 있고, 그럼으로써 특허 기업은 결코 비용을 만회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제약업이 특허 시스템의 전형이 된다. 그러나 몇몇 산업이 방금 설명한 부분에서 제약업계를 닮아간다. (그런 산업은) 대부분 발명에 드는 비용이 낮다. 혹은 소비자들이 기업의 브랜드와 제품 자체를 연관 짓기 때문에 (특허를 받은 기업은) 먼저 경쟁우위를 부여받을 뿐이다. 혹은 선두 기업이 제품 생산과 마케팅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아 비용을 줄일 이점을 준다. 아니면 제품이 곧 (신상품으로) 대체될 것이기에 20년 동안 특허 독점을 할 명분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요소 중의 일부 또는 전부가 공존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산업은 특허 보호 없이 잘 돌아갈 수 있었다.

필자는 개발 비용을 특별히 강조하고 싶다. 제품 개선을 위한 연구개발 사업에 엔지니어 팀이 월급제로 고용된 업계에서 특정한 개발을 위한 비용은 적게 들기에 특허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특허가 중요하지 않은 시장에서의 개선은 경쟁의 일환으로 특허 보호가 없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이뤄질 것이다.

특허를 얻기 쉬워질수록 개선은 더 빨리 이뤄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특허를 얻으려는 바람에서 유발된, 처음으로 제품을 개선한 기업이 되기 위한) '특허 경쟁'은 개발 활동에 자원을 과도하게 쏟는 결과가 될 수 있다. 특허 경쟁은 승자독식구조다. 다른 경쟁자보다 하루 먼저 발명에 성공해 특허를 신청하는 기업이 발명에 따르는 전체 이익을 가져간다. 하루 더 일찍 제품을 손에 넣는 소비자들이 받는 혜택이 발명 과정을 촉진시키는 비용보다 낮은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게다가 특허 보호 없이도 잘 나갈 수 있는 기업은 라이벌 기업이 특허를 자신들을 상대하기 위해 어떻게 쓸지 모른다는 공포로 특허 보호에 반대할 강력한 이유를 가질 수 있다. 특허는 특허 범위 안으로 경쟁을 제한하고, 이 때문에 한 기업이 충분한 특허를 갖추면 시장을 독점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가능성은 두 개의 쓸데없는 현상을 낳는다. 수비 목적의 특허 출원과 특허 괴물이다. 수비적인 특허 출원은 모방기업(copycat)이 시장에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장에 제품을 출시했을 때 특허 침해라고 비난받지 않을 것을 확실히 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특허에 드는 비용과 경쟁자들이 특허를 취득했을 때 분쟁을 해결하는데 드는 비용은 사회적 낭비다.

특허 괴물은 자신들이 만들어내려는 제품을 위해 시장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특허 괴물은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 제조사들에게 함정을 파 특허를 침해하지 않은 제품을 만들었다고 해도 특허 침해 행위로 고소할 수 있게 특허를 취득하는 기업을 말한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몇몇 추가적인 요소로 인해 악화된다. 일례로 미 수정헌법 7조는 원고가 손해배상을 받길 요구하는 경우 연방법원에서 배심제로 재판을 치를 권리를 부여한다. 판사들은 현대의 IT기술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배심원들은 더 힘들다. 그러나 원고는 배심원들이 특허권자 쪽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으며, 모방기업으로부터 발명의 과실을 지키는 발명가들에 더 가치를 두어야 한다고 믿기에 배심제를 요구한다. 저작권법 규정과는 달리 특허권자는 특허 침해 사건에서 이기기 위해 피고가 특허를 침해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증명할 필요가 없다. 이 문제는 몇몇 산업계에서 특허를 실제로 침해했는지 여부를 찾기 위해 특허 기록을 통째로 검색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더욱 악화된다. 현재 특허법과 무관하게 검색의 어려움, 그리고 특허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 문제는 실제로 혁신을 저해할지 모른다.

또 다른 문제는 미 특허청이 심각하게 인원 부족에 시달린다는 점이다. 그 결과 많은 특허 심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지면서 너무 많은 특허가 부여된다는 공동의 인식이 형성되면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특허청에는 현재 3년치 특허 신청서가 쌓여 있는데, 이는 특허 접수가 이뤄진 시점부터 접수를 받을지를 결정하는 시점이 평균 3년 차이가 난다는 걸 의미한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조치들이 있다. 제약업과 같은 특수 성격을 가지지 않은 기업의 발명에 대한 특허 기간을 줄이는 것, 특허를 받은 발명에 대한 라이선스를 강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법정에서 항고 심사를 제한하는 것을 조건으로 특허청을 확대하고 절차를 강화해 특허분쟁의 주체로 내세움으로써 배심제를 포함한 법정싸움을 없애는 것, 특허권자가 특정 기간 안에 특허 제품을 생산하지 않으면 특허를 잃게 함으로써 특허 괴물을 방지하는 것, 그리고 특허 사건을 주재하겠다고 자원한 연방 판사에게 특별 훈련을 시키는 방안이 있다.

이러한 개선안을 지지한다고 딱 잘라서 입장을 표명하기에 필자는 특허법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 단지 우리의 특허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지만 거의 확실히 효과적인 해법도 있으며, 이러한 문제점과 해법이 더 많은 주목을 받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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