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북한 헌법 '핵보유국' 명기 = 협상 끝?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북한 헌법 '핵보유국' 명기 = 협상 끝?

[정욱식의 '오, 평화'] 그래도 대화 외의 대안은 없다

최근 북핵 문제와 관련해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하나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5월 22일 "원래 우리는 처음부터 평화적인 과학기술위성발사를 계획하였기 때문에 핵시험과 같은 군사적 조치는 예견한 것이 없었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지난 4월 13일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직후 국내외에서 제기된 북한의 3차 핵실험설이 일단 기우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북한이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한 것은 아니다. "미국이 계속 제재압박놀음에만 매여달린다면 우리도 부득불 자위적견지에서 대응조치들을 취하지 않을수 없게 될것"이라고 경고해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계속될 경우 핵실험과 같은 추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열어두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북한이 헌법에 '핵 보유국'을 명기했다는 점이다. 국내 언론들이 북한의 인터넷 사이트 <내나라>를 인용 보도한 북한의 헌법 서문을 보면, "(김정일 동지는) 우리 조국을 불패의 정치사상 강국, '핵 보유국', 무적의 군사강국으로 전변시켰으며, 강성국가 건설의 휘황한 대통로를 열어놓았다"고 나와 있다.

북한이 헌법에 핵 보유국임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2005년 2월 핵보유 선언, 그리고 2006년과 2009년 핵실험 이후 개정한 2009년 및 2010년 헌법에 핵 보유국을 명시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첫 개정 헌법에서 핵 보유국을 밝힘으로써 핵 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공식화 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

▲ 북한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내나라'에 실린 북한의 개정 헌법 전문(全文). ⓒ연합뉴스

김정일의 대표적 업적은 '핵보유'

이처럼 북한이 헌법에 핵 보유국을 최초로 명기한 것은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표적 업적으로 핵무장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이미 2011년 12월 19일 김정일 위원장 사망 발표 당시에도 김 위원장이 "그 어떤 원수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핵보유국, 무적의 군사강국으로 전변시켰다"고 주장했고, 사흘 뒤 노동신문 사설에서도 "조국을 그 어떤 원수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강위력한 핵보유국으로 전변시키신 것은 만대에 불멸할 업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12월 28일자 북한의 노동신문은 김정일 위원장의 "혁명유산"은 "핵과 위성, 새 세기 산업혁명, 민족의 정신력"이라며, "핵보유국과 위성발사는 대국들의 틈에 끼여 파란많던 이 땅을 영영 누구도 넘겨다보지 못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김정은 체제의 입장은 김정일 시대와 비교할 때, 중요한 차이점을 내포하고 있다. 김정일 정권은 핵무기 개발을 나서면서도 "조선반도 비핵화는 고(故)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이러한 입장 발표는 찾아볼 수 없으며, 오히려 김정일의 최대 업적으로 핵보유를 내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선대의 유훈과 업적이 북한 체제에서 상당한 규범적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서, 김정은 체제의 이러한 입장 표명은 북한의 핵포기 가능성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진다. 이는 또한 국내외에 팽배한 '북핵 협상 무용론'을 더욱 부채질할 우려도 크다. 대화와 협상은 실종된 채, 핵보유국 지위를 노리는 북한과 이를 인정하지 않는 한-미-일 사이에 '강 대 강'의 대결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도 커졌다.

그래도 대화는 필요하다

북한이 핵보유국을 헌법에까지 명기한 것은 19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과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 정신을 근본적으로 훼손한 것이라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동시에 부시 행정부 말기에 어렵게 만들어진 협상 모멘텀을 살리지 못하고 대북강경책으로 일관한 이명박 정부와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하에 북한과의 협상을 꺼려한 오바마 행정부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북한이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기했다는 이유로 대화를 포기하기에는 그 대가가 너무나도 크다는 것이다. 대화의 부재는 북핵 능력의 강화를 의미한다는 것은 지난 20년간의 역사를 통해 충분히 경험한 바이다. 무엇보다도 '핵보유국' 북한과 더불어 산다는 것은 대단히 낯설고도 위험하고, 그렇다고 북한을 없는 존재처럼 여기고 살아갈 수도 없다.

또한 지금까지 협상다운 협상도 부족했다. 일례로 9.19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기 위한 '평화포럼'에 합의했지만, 7년이 지나도록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6자회담이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대화 이외에는 대안도 마땅치 않다. 전쟁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은 재론을 요하지 않는다. 20년간의 경험이 말해주듯 제재도 북한의 핵포기를 유도할 정도로 치명적일 수 없다.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북한 정권이 민생보다 안보를 중시하고 있고, 둘째는 한반도 비핵화보다 안정을 중시하는 중국이 버티고 있으며, 셋째는 북한이 제재와 압박 자체를 "미국의 적대시정책"의 상징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대화의 유용성에 대한 판단은 각기 다를 수 있지만, 대화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당장 핵실험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것은 대화를 원한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이 우리에 대한 적대시정책의 철회를 행동으로 보여주기전에는 언제가도 열릴수 없게 되어있다"고 조건을 달았지만,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조선반도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수 있는 길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가 2.29조미합의의 구속에서 벗어났지만 실지 행동은 자제하고있다는것을 수주일전에 통지한바 있다"고 밝힌 것도 북미 2.29 합의를 복원하고 싶다는 의사 표현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한미 양국도 북한이 내민 손을 잡아볼 필요가 있다. 대화와 협상이 단기적으로는 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도모할 수는 없더라도 북핵 능력의 강화를 억제하는 데에는 유용하다. 동시에 북한의 진의를 파악해 대타협의 가능성도 타진해볼 수 있을 것이다.

* 필자 정욱식 블로그 '뚜벅뚜벅' 바로가기
* 필자가 <프레시안>에 연재한 글을 엮어 만든 책 <핵의 세계사>가 발간되었습니다. ☞ 책 소개 바로가기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