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을 둘러싸고 지난 23~24일(현지시간) 진행됐던 이란과 서방국의 협상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종료됐다. 오는 7월 1부터 미국과 유럽의 대이란 경제제재가 시행될 예정이어서 다음 달 모스크바에서 개재될 협상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24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만난 이란과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및 독일로 이뤄진 6자 협상국(P5+1)은 우라늄 농축을 두고 벌인 협상에서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회의장을 나왔다.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양측이 (협상의) 진전을 원했고 공감대로 이뤘지만 중요한 견해차가 남아있다"고 회의 결과를 설명했다. 양측은 다음 달 18~19일 모스크바에서 다시 협상을 열기로 했는데, <뉴욕타임스>는 7월 1일부로 미국과 EU의 대이란 추가 경제제재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사실상 마지막 협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서방의 '당근' 제시에 이란 "우라늄 농축 권리 보장해야"
애슈턴 대표는 이란이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20% 수준의 고농축 우라늄 문제를 해결한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협상과정에서 양측이 보인 이견차는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6자 협상국은 이란에 우라늄 농축을 동결하는 조건으로 민간항공기 부품 제공, 의료용 동위원소 제공,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를 받고 자신들과의 협상을 통해 의혹을 해소하는 한 평화적 목적의 핵 프로그램을 실행할 권리를 준다는 약속 등을 '당근'으로 제시했지만 이란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측 협상 대표인 사이드 잘릴리는 이번 대화가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협상의 가장 큰 장애물은 자국의 우라늄 농축 권리가 있다는 주장을 상대방이 거부한데 있다고 주장했다. 잘릴리 대표는 6자 협상국이 이란의 핵 권리를 인정할 때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6자 협상국은 이란이 가입해 있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상에는 '(우라늄을) 농축할 권리'에 대한 구체적 정의가 없으며, IAEA의 감시 하에서 민간 핵 프로그램을 진행할 권리만 있다고 반박하는 입장이다.
<뉴욕타임스>는 서방 관료와 협상 대표들이 애초 이번 바그다드 회의에서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고 전했다. 쉽게 양보했다가는 자국네 친(親) 이스라엘 진영과 보수 진영의 반발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대이란 경제제재가 시작되는 7월이 가까워질수록 이란에 가해지는 압력이 강화돼 자신들의 협상력이 커진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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