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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동네에선 최루탄 터지는데, F1 보고 있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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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동네에선 최루탄 터지는데, F1 보고 있을 건가?"

바레인 시위대 "F1 대회가 체제 홍보용으로 악용"…저지 나서

바레인에서 지난해 '아랍의 봄'사태로 인해 취소됐던 F1 그랑프리 대회가 올해 다시 반정부 시위대의 타깃이 됐다. 바레인 정권은 대회를 통해 정국이 안정됐음을 홍보하는 기회로 삼으려는 반면 지난달 대규모 시위를 계기로 다시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반정부 시위대들은 개최 저지를 벼르는 상태다.

20일(현지시간) <BBC>는 바레인 당국이 22일 시작되는 2012 F1 바레인 그랑프리의 시범주행을 앞두고 보안을 강화했다고 전했다.

반정부 시위대는 셰이크 하마드 빈 이사 알 칼리파 국왕이 F1 그랑프리를 체제 선전에 이용하려 한다며 F1이 열리는 기간 동안 '분노의 3일'이라 명명한 시위를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바레인의 인권운동가 나벨 라자브는 "F1 대회는 국민들을 탄압하는 독재자을 위한 홍보행사로 열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열린 반정부 시위에는 'F1 철회'(Down F1)라는 구호가 주로 등장했으며 바레인 당국은 불법집회라는 이유로 섬광탄 등을 동원해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켰다.

지난 18일에는 인도에서 온 레이싱팀이 트랙 연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화염병이 날아 들어와 급히 대피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화염병을 던진 시위대들은 남겨진 레이싱카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했다. 현장을 빠져나긴 인도 레이싱팀 일부는 현재 경기를 포기하고 고국으로 돌아가길 원한다고 방송은 전했다.

F1 대회를 관장하는 국제자동차경주연맹(FIA)은 이번 시위 양상을 마지막까지 지켜본 뒤 대회 진행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 18일(현지시간) 바레인의 셰이크 하마드 빈 이사 알 칼리파 국왕이 '최루가스'라고 쓰인 레이싱카에 탄 풍자그림 앞을 한 남성이 지나치고 있다. ⓒAP=연합뉴스

바레인은 지난 2003년 알 칼리파 국왕의 지시로 1억5000만 달러를 들여 경주 트랙을 건설해 2004년 첫 그랑프리 대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개회될 예정이었던 F1 대회는 당시 터진 시위 과정에서 5명의 경찰을 포함한 35명이 숨지면서 취소된 바 있다. 바레인은 이후 계엄령을 선포하고 시위대를 진압하면서 지난해 10월 재차 경기를 개최하려 했지만 이 역시 열리지 못했다.

방송은 바레인 정권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관광상품인 F1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최근 반정부 시위를 단발적인 해프닝으로 포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레인 당국은 18일 터진 화염병 사건이 우발적인 사건이라며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위대는 19일에도 모여 대회 개최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다 최루가스를 동원한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시위대들은 최근 감옥에서 2달 넘게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는 활동가 압둘 하디 알 카와자의 석방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알 카와자의 딸 자이나브는 "정부는 '바레인 상황이 괜찮다'라고 말하기 위해 F1 대회를 이용하길 원하지만 바레인은 괜찮지 않다"라고 말했다.

자이나브는 자신 또한 F1 팬임을 밝히면서도 "우리는 F1 경기를 보기 위해 오는 손님들을 반기지만 우리가 현재 고통받고 있는 지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시위 과정에서 부상당한 시위대를 돕다 체포돼 15년 형을 선고받았던 의사 나다 다이프는 "당신이 외국인이라면 옆 동네에서 최루가스가 터지고 있는데 편안하게 경주를 보고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현재 석방된 상태지만 구금 과정에서 고문과 성폭행 위협을 당했고 눈을 가린 상태에서 자백서 서명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인구 다수가 시아파인 바레인은 소수파인 수니파 바레인 왕조가 자신들을 차별하고 있다며 인권 보호 등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바레인 정권은 이에 따라 지난해 일부 개혁 조치를 발표했지만 알 칼리파 국왕은 총리 등 정부 요직 인사권 포기 요구는 거절해 시위대들의 반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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