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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 선관위 "수치 정당 압승"…서방 제재 완화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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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 선관위 "수치 정당 압승"…서방 제재 완화 돌입?

"의석 몇 개 건졌다고 보상해서는 안 돼" 반발도

지난 1일 치러진 버마(미얀마)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와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성이 보장된 자유선거를 버마 정부가 취하고 있는 개혁 조치의 진정성을 가리는 척도로 여기던 서방 국가들은 대(對) 버마 경제제재 완화 여부를 놓고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버마 선거관리위원회는 45개 선거구에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NLD가 40개의 의석을 확보했다고 3일 확인했다. NLD는 45개 지역구 중 44곳에 후보를 냈는데,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4곳도 NLD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마 선관위는 양곤의 빈민지역 카우무의 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아웅산 수치 여사가 85%라는 높은 득표율로 당선됐다고 덧붙였다.

서방 국가들은 이번 선거 결과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제이 카이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선거는) 버마의 민주화 이행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라며 "버마 정부가 더 높은 수준의 개방과 투명성, 개혁의 길로 계속 가고 있다는 지표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버마 정부와 국민들에게 축하의 뜻을 전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평가가 지난 수십 년간 지속된 제재 완화 움직임에 곧장 반영될지는 미지수라고 이날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EU는 오는 23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리는 외무장관 회의에서 제재 완화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파격적인 조치는 나오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EU 관계자는 신문에 EU가 버마에 대한 개발원조를 강화하고 광물이나 목재 수출, 버마 국영기업 투자 금지와 같은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무기 산업에 대한 제제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버마의 수출품이 유럽 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관세를 낮추는 특혜무역의 경우에는 오는 6월에 발간되는 버마 강제노동 보고서의 내용을 확인한 다음에야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 버마의 옛 수도 양곤의 한 시장. 버마 정부는 22년 만에 치러진 민주선거의 대가로 서방의 경제제재 완화라는 선물을 받게 될까? ⓒ로이터=뉴시스

호주와 미국도 제재 완화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버마 반체제인사들은 성급한 제재 해제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NLD의 의석 수가 전체 상·하원의 7%도 안 돼 실질적인 힘이 미약하고, 정부가 소수민족 반군 고문 등 인권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는 의혹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더 기다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버마 인권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아웅 딘은 신문에 "미국과 유럽은 NLD가 의석 몇 개를 건졌다고 버마 정권에 보상해서는 안 된다"며 "서방은 새롭게 선출된 의원들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 명확하게 알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방국들이 자신들의 대 버마 정책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인정하는 수치 여사가 선거 결과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점은 제재 완화 국면에서 버마 정부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유세 기간 동안 유권자 명부 조작 등 정부의 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했던 수치 여사는 NLD의 압승이 점쳐진 2일 연설에서는 '톤다운'에 들어갔다고 신문은 전했다. 수치 여사는 NLD가 이번 선거에서 의혹이 제기된 부정투표 명단을 정부에 제출할 것이라면서 "이는 복수나 분노 때문이 아니라 그런 관례가 어떤 식으로든 조장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버마 정부도 경제제재 완화 이후 서방의 돈을 끌어들이기 위한 바닥 다지기에 나섰다. 테인 세인 행정부는 선거가 실시된 1일 버마 화폐인 짜트(Kyat)에 대한 고정환율제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짜트의 공식 환율이 1달러 당 6짜트인데 반해 암시장에서는 1달러당 약 800짜트에 거래돼 은행을 통한 외국 자본의 투자가 들어오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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