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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로, 교황에게 "교황은 무슨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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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로, 교황에게 "교황은 무슨일 하나?"

2박 3일 쿠바 방문한 교황 "미국의 제재가 부당한 부담 지워"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박 3일간의 쿠바 방문을 마무리하며 미국의 대(對)쿠바 경제 제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교황은 이번 방문에서 쿠바의 정치 시스템 개혁과 국민들의 자유 증진을 주문했지만, 미국이 바라던 만큼의 압박은 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황은 28일(현지시간) 이날 쿠바 방문 일정을 모두 소화한 뒤 호세 마트티 공항에서 연 출국 기념식에서 5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미국의 쿠바 제재에 대해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경제 제재가 (쿠바) 국민들에게 부당하게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말했다. 제재가 정치·사회 개혁의 발목을 잡는 원인 중 하나가 됐다는 것이다. 이같은 발언은 교황이 쿠바 방문에 앞서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를 순방하던 중 '마르크스주의는 이미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쿠바의 개혁을 촉구했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미 국무부는 교황이 라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국가평의회 의장)과의 만남에서 인권 문제를 거론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회담 중에 오갔던 인도적 문제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밝히길 거부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교황은 방문에 앞서 쿠바 반체제 인사들과의 만남도 거절했고, 2009년 말 쿠바 내 유대인 공동체를 위해 위성 전화 장비를 반입하려다 붙잡혀 15년 형을 받고 수감된 미국인 앨런 그로스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러한 교황의 행보는 쿠바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얻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교황은 방문 첫날인 26일 쿠바 제2의 도시 산티아고에서 약 100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미사를 열고 쿠바 정치 지도자들이 변화를 받아들이길 촉구했는데, 쿠바의 주요 지도자들은 이를 맨 앞줄에 앉아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황과 주요 지도자간 만남에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이어졌다. 교황은 27일 라울 카스트로 대통령과 55분간 회담했고, 다음날에는 쿠바 혁명의 주역인 피델 카스트로 전 대통령과 만났다. 특히 85세 동갑내기인 교황과 피델의 만남에서 나이에 대한 농담이 나오는가 하면, 피델은 "교황은 어떤 일을 하는가"라는 돌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 28일(현지시간)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만난 교황 베네딕토 16세. ⓒAP=연합뉴스

교황 측이 "활기찬 대화였다"고 표현한 지도자들과의 만남은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1998년 요한 바오로 2세 방문 이후 쿠바가 처음으로 크리스마스를 인정했던 것처럼 가톨릭교의 '수난일'(Good Friday)을 국가공휴일로 지정해 달라는 등 종교 활동의 폭을 넓히는 구체적인 요구가 전달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교황 측은 또 쿠바 정부에 가톨릭 학교와 방송국을 설립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일부는 무신론 국가인 쿠바의 헌법에 저촉되는 사안이어서 얼마나 받아들여질지 미지수다. 반면 쿠바의 정치 개혁에 대해서는 마리노 무리요 쿠바 부통령이 교황과 라울 카스트로 대통령의 회담에 앞서 "쿠바에서는 어떠한 정치적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음으로써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번 교황 방문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라울 카스트로 대통령 입장에서 교황의 방문이 쿠바 제체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정부가 현재 추진하는 경제 개혁에 신뢰를 보내는 결과를 낳길 원한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교황 입장에서는 쿠바 정부를 정중하게 대할 때 쿠바 내 종교적 활동의 공간을 넓힐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28일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연 야외 미사에서 "쿠바와 세계는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각자가 진리를 추구하고 사랑의 길을 선택해 화해와 친선의 씨를 뿌릴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미사에는 약 30만 명의 군중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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