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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총재직에 '아시아계 미국인 카드', 신흥국에 먹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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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총재직에 '아시아계 미국인 카드', 신흥국에 먹힐까

美 보건 전문가 한국계 김용 지명…비 경제학자 출신 한계도

미국이 세계은행(WB)을 새롭게 이끌게 될 후보로 한국계 미국인인 김용(51, Jim Yong Kim) 다트머스대 총장을 지명하면서 미국 독식 체제에 불만을 드러내던 중국과 브라질 등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올해 6월 총재직에서 물러나게 되는 로버트 졸릭을 대신할 후보로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 래리 서머스 전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 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23일(현지시간) 미국이 내민 '김용 카드'는 외신으로부터 적절한 인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23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왼쪽)을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 ⓒAP=연합뉴스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유럽 출신이,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인이 독차지하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중국, 브라질 등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미국과 유럽의 이러한 '신사협정'에 대한 불만이 점차 커져왔다.

이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인을 내세워 세계은행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면서도 신흥국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아시아계 후보를 내세우는 카드를 선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 발전에 기여하는 세계은행에 전문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라며 "김 총장의 풍부한 국제적 경험이 세계은행의 역할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25일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그는 아시아 정상들을 상대로 김 총장 지지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서방 언론들은 김 총장 지명 소식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워싱턴포스트>는 24일 사설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정치적으로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은 후보를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또 빈곤국에 대한 지원 역할이 점점 강조되고 있는 세계은행의 위상을 감안할 때 평생을 빈곤국 보건 지원에 힘써온 김 총장의 역량이 잘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가디언>은 다스머스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김 총장이 개발분야 경험을 가지고 있는 최초의 세계은행 총재 후보라는 점과 제프리 삭스 교수가 (자신의 총재직 도전 의사를 철회하면서) 김 총장에 대한 100%지지 의사를 밝힌 점은 고무적"이라며 "또한 그는 백인도 아니고, 앵글로색슨계 백인 신교도(WASP)도 아니며, 래리 서머스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오바마 행정부의 김 총장 지명에 대해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문은 24일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이 세계은행 내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는 개발도상국들의 요구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며 "세계은행을 이끌어나갈 인물로 정치인이나 은행가 대신 개발 전문가를 선택한 것은 미 정부의 진일보한 조치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문은 이어 "세계은행 창설 이래 60년 이상 계속해서 미국인이 총재직을 맡는 것은 많은 국가들에 실망을 주는 것"이라고 덧붙여 미국의 독식 체제에 대한 불만이 여전함을 드러냈다.

<뉴욕타임스>는 김 총장이 미국 시민권자로 '미국 독식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반대편에 서 있는 브라질과 중국이 미국 측 후보에 대항할 수 있는 단일 후보를 내세우지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사설에서 국제지구의 수장 자리가 모든 국가에 개방되어야 하지만 또한 최고의 자격을 갖춘 이가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세계은행 총재 후보직에는 김 총장과 함께 나이지리아의 여성 재무장관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콜롬비아의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 전 재무장관도 도전한 상태다. 세계은행 총재직은 25명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후보 인터뷰를 통해 정하지만 세계은행 지분 약 16%을 차지한 단독 이사국인 미국은 거부권까지 갖고 있어 김 총장의 선출 여부에는 큰 이견이 없다.

김 총장은 5살 때 부모를 따라 서울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 1.5세대로 브라운대와 하버드대에서 공부 한 뒤 결핵과 에이즈 퇴치 등 국제 보건활동에 헌신해왔다. 2009년 하버드 의대 국제사회의학과장으로 근무하던 중 400대 1이 넘는 경쟁을 뚫고 다트머스대 총장에 선임됐다. 다트머스가 소속된 아이비리그(미국 동부 8개 명문대학) 총장에 아시아인이 총장을 맡은 것은 최초였다.

유엔(UN) 반기문 사무총장에 이어 한국 출신 국제기구 수장 탄생을 목전에 둔 한국 정부도 고무된 양상이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세계은행은 세계 빈곤퇴치와 개발 분야에 있어 매우 중요한 국제기구"라며 ""이러한 기구에 김용 총장을 지명한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디언>은 '은행'(bank)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국제기구 수장 자리에 경제학자 출신이 아닌 김 총장의 선출이 유력한 데 대해 일각에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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