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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부무도 '北 위성 사전 인지' 사실상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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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부무도 '北 위성 사전 인지' 사실상 인정

베이징 북미 합의에서 '위성 발사 금지' 넣는데는 실패

지난해 말 북한이 미국에 위성 발사 계획을 이미 알렸다는 보도와 증언이 연이어 나오자 미 국무부도 사실상 이 사실을 시인했다.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 부차관보를 지냈던 에반스 리비어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2011년 12월 15일 북한 관료와의 대화 중에 (위성 발사) 가능성을 처음 인지했다"며 "이 관료는 주권국가로서의 북한의 권리를 강조하면서 위성 발사에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거나 반대하는 시도는 북한의 위성 발사 의지를 더욱 강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이어 "오바마 행정부는 이미 북한 측 협상대표로부터 비슷한 발언을 들었고,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전달했다"며 미 정부가 지난해 이러한 사실을 통보받았다는 며칠 전 언론 보도가 사실임을 확인했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22일(현지 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이에 대해 "작년 8월부터 지난달 2.29 합의에 이르기까지 3차례에 걸친 북미대화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그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떤 물체의 발사도 유엔결의 1874호 위반으로 간주한다는 입장을 아주 분명하게 밝혔기 때문에 북한은 지도자(김정일)의 사망 전이든 후든 미국의 입장에 대해 추호도 의문을 가질 소지가 없었을 것"이라며 사실상 미국이 사전에 위성 발사 계획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시인했다.

▲ 북한이 다음달 '광명성 3호' 발사 장소로 예고한 평안북도 동창리 로켓 발사대의 최근 사진. ⓒ연합뉴스

미국의 '사전 인지설'이 사실상 확인되면서 위성 발사를 둘러싼 의견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베이징(北京)에서 '2.29 합의'가 어떻게 타결될 수 있었는지는 여전히 관심사가 되고 있다.

23일 <경향신문>은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당시 합의문에 '위성 발사 중단'도 명시하려 했지만 북한이 반대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 임시 중지' 항목만을 넣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위성 발사에 대해서는 발사가 되면 2.29 합의가 깨질 것이라는 '경고'를 보내는데 그쳤다. 미 국무부가 북한의 위성 발사에 대해 '합의 위반'이 아닌 '약속 불일치'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이 때문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해석했다.

이에 대해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기고에서 "북한은 미국이 그 동안 중장거리 미사일 프로그램 동결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위험을 상당히 줄였다고 판단하고, 위성 로켓을 미사일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은 또 2.29 합의가 북핵 프로그램의 중요한 부분을 동결·해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에 미국이 합의 자체를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을 수 있다"며 "미국이 앞으로 수년 간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북한과의 협상을 원한다고 계산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한 가지 확실해진 건 북한의 미사일과 핵 활동에 대한 어려웠던 협상이 더 많은 난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글을 맺었다.

장거리 미사일과 인공위성은 어떤 차이?


핵과 항공우주기술이라는 양대 첨단 과학기술을 보유하는 것은 국가 주권의 문제다. 그러나 두 기술 모두 군사용과 민수용을 어렵지 않게 넘나들 수 있다. 이 위험을 막고자 국제사회는 핵에 관해서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항공우주기술에서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등의 규제 체제를 만들어 군사용에 관해 국가 주권의 일정한 제약을 가한다.

북한은 2003년 NPT 탈퇴를 선언한 상태지만 핵에 관한 국제적 규제 체제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고 있고, 크게 볼 때 현재 협상중이다. 국제적인 회담인 6자회담은 기본적으로 ①을 논의하는 장이고, ②에 대해서도 '경수로 핵발전소' 이슈로 6자회담의 테두리 안에 있다. 2005년 6자회담에서 나온 9.19 공동성명이 이행되면 북한도 NPT에 다시 들어가게 된다.

③에 관해 북한과 미국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까지 미사일 협상을 진행해 타결 직전까지 갔으나 2001년 미국에서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중단됐다. 북한은 일본하고도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합의를 한 적이 있으나 2006년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사실상 깨졌다. ④에 대해서는 '우주 공간의 평화적 이용권은 모든 국가에 있다'는 북한의 주장이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④는 ③과 사실상 같은 기술이기 때문에 미국은 ④에 관한 북한의 권한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09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는 북한에 "탄도 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종류의 발사"를 금지함으로써 ③과 ④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으나, 북한은 이 결의 자체를 무시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 2.29 합의에서 미국에 장거리 미사일 발사의 임시 중단을 약속한 것은 ③관한 것이다. 미국은 ④까지 포함시키려 했지만 북한은 거부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미국이 2000년 중단된 양국간 미사일 협상을 북한에 제안해 ③과 ④에 관한 논의를 포괄적으로 하라고 제안하고 있다. 위성 발사 전에 제안이 이뤄져 발사를 유예시키는 것이 최선이고, 설령 위성 발사를 강행되더라도 미사일 협상밖에 해결의 길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은 2000년 미사일 협상 당시보다 발사 기술을 훨씬 향상시켰기 때문에 협상이 재개되어도 '비싼 값'을 받으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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