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미 대선판에 '휘발유값' 태풍 상륙…누구 탓인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미 대선판에 '휘발유값' 태풍 상륙…누구 탓인가

공화당, 오바마 연일 비난…"유가 상승 영량력 미미" 반론도

미국에서 치솟는 기름값이 대선 정국의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유가 상승의 원인과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지만, 재선을 노리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악재인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18일(현지시간)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 전역의 휘발유 가격은 1갤런(약 3.785리터)당 평균 3.838달러(약 4311원)을 기록했다. 이는 아흐레 연속으로 오른 수치이자 올해 들어서만 17% 상승해 시간이 더 지나면 2008년 7월 기록했던 4.11달러에 근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 때문에 '부시 행정부 시절 기름값이 2배 올랐다'는 공격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는 재선을 앞두고 공화당으로부터 역공을 받고 있다. 공화당의 대선 유력 주자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18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스티븐 추 에너지 장관, 켄 살라자르 내무장관, 리사 잭슨 환경청장을 '휘발유값 상승 트리오'로 지목하고 경질을 요구하는 등 정부의 유가 관리 실패에 초점을 맞췄다. 공화당의 릭 샌토럼 예비후보도 유가 상승의 원인으로 오바마 행정부를 탓하는 TV 광고를 선보였다.

미국 내 보수 진영은 한발 더 나아가 오바마 대통령이 환경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는 캐나다의 원유 수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압력을 넣고 있다. 캐나다는 타르와 모래가 섞여지는 지역에서 원유를 추출해 대형 수송관으로 미국 등에 수출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 원유가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킬 뿐더러 매설될 파이프가 환경을 파괴한다는 반발이 일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파이프 사업 결정을 연기한 바 있다.

여론도 오바마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이 지난 12일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의 유가 정책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이들이 65%였고, 경제정책 전반을 불신하는 이들도 59%에 달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 역시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50% 밑으로 떨어지면서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산업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오바마 대통령이 자동차 매연 기준을 강화하는 규제를 연기할 가능성까지 기대하고 있다.

유가 상승폭이 심상치 않으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전략비축유 방출을 검토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지난 15일 오바마 대통령과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만나 전략비축유 방출에 합의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가 미 정부가 오보라고 부인한 것도 현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게 돌아가는지를 보여주는 해프닝이었다.

▲ 버락 오바마를 지지하는 티셔츠를 입은 한 흑인 남성이 주유 중 올라가는 가격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치솟는 기름값이 대선 구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뉴욕타임스>는 17일 석유 및 관련 상품이 전제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학계에서는 대선 구도에서 유가 상승보다 실업률 변화가 주는 영향력이 27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분석을 감안하면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하락은 <워싱턴포스트>의 설문에서도 드러나듯이 유가 상승뿐 아니라 경기침체 및 8%대의 높은 실업률 등 경제 전반에 대한 실망에서 나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로이터>가 지난 8~11일까지 벌인 설문에서 응답자의 53%가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공격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점도 유가 상승이 미국의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에 물음표를 던진다.

"유가 상승, 오바마보다는 월가 투기세력 탓"

한편, 유가 상승의 원인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가하는 시도는 정치공세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 버클리대 교수는 1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공화당은 왜 유가 상승의 진짜 원인을 언급하지 않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라이시 교수는 미국 석유수요가 1년 전에 비해 오히려 줄었고, 수요량의 80% 이상이 미국 내 생산으로 충족된다는 점 등을 들면서 현재의 유가 상승은 월가의 투기자본이 개입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세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대이란 경제제재로 인한 유가 상승을 예상하고 소수의 거대 석유기업들이 투기에 나서 석유 가격을 좌우하고 있다는 것이다.

라이시 교수는 공화당들이 이러한 사실을 말하지 않고 오바마만 비난하고 있다면서 투기자본들의 석유 투자를 제한할 수 있는 정부 규제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라이시가 글의 타깃을 공화당과 월가에 맞췄음에도 유가 상승 기대의 원인이 된 대이란 제재안에 서명한 당사자인 오바마 대통령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유가 투기설에 반론을 제기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투기보다 수급 상황이 유가에 더 크게 작용한다고 주장하는 그는 2008년 <뉴욕타임스>를 통해 '유가 급등이 투기 탓이라는 것은 (과학적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저온 핵융합 기술로 에너지 문제를 다 해결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힐난한 바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