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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유대교 극단파-시민사회 갈등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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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유대교 극단파-시민사회 갈등 격화

8살 소녀에게 침 뱉고 '창녀' 모욕까지

이스라엘에서 남녀 분리정책을 주장하는 극단주의자들이 기승을 부리면서 시민사회와 충돌을 빚고 있다. 어린아이까지 공격하고 경찰과의 충돌도 서슴치 않는 극단주의자들의 행동을 시민사회는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27일(현지시간) 예루살렘과 텔 아비브 사이에 있는 소도시 베이트 셰메슈가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에 대항하는 상징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이날 베이트 셰메슈에서는 정치인들을 포함한 수천 명의 이스라엘 시민들이 모여 남녀 분리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는 지난 23일 나마 마골리스(8)라는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가 극단적 정통파 유대교도인 '하레딤' 신도들에게 봉변을 당하면서 일어났다. 당시 신도들은 마골리스가 정숙한 복장을 하고 있지 않다며 침을 뱉고 모욕했으며, 심지어 '창녀'라는 욕설까지 서슴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 19일에는 타냐 로젠빌트라는 여성이 예수살렘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여성 좌석이 아닌 운전석 뒷자리에 않았다가 하레딤 신도와 언쟁을 벌이는 일도 있었다. 1955년 미국에서 백인과 흑인 좌석을 분리한 정책을 거부해 인종차별 운동의 시발점이된 로자 파크스 사건이 이스라엘에서 종교적 성차별 논란으로 되풀이된 것이다.

▲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도시 베이트 셰메슈에 모인 극단적 정통파 유대교도 '하레딤' 신도들이 모여있다. 피켓에 히브리어로 "여자는 이 곳에 머물 수 없다"라고 적혀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 주요 언론들이 마골리스의 사진을 1면에 배치하며 비판의 날을 세웠지만 하레딤은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하레딤 신도 수천 명은 26일에도 베이트 셰메슈에서 엄격한 남녀 분리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하고 취재진들까지 공격했다. 신도들은 경찰관을 '나치'라고 비난했고 여성 리포터들은 '쉬크사'(비 유대교 여성을 경멸조로 부르는 히브리어)라고 조롱했다. 이날 경찰은 신도 6명을 체포했으며, <하레츠>는 이러한 충돌이 이번 주에만 최소 3번에 이른다고 전했다.

'마골리스 사건'의 파장이 커지면서 정치권도 수습에 나섰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25일 "이스라엘은 민주적이고 서구적이며 자유로운 국가"라며 "이스라엘에서 공공장소는 모두에게 공개되고 안전한 곳임을 약속한다"라고 말했다. <하레츠>도 28일 사설에서 "(하레딤) 폭도들은 어떤 식으로든 범죄자"라며 "사법 당국은 폭도들과 그들을 부추긴 종교 지도자들을 엄벌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27일 많은 이스라엘인들이 하레딤과의 싸움을 마골리스 한 명이 아닌, 국가의 장래가 달린 문제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길을 걸을 때도 여성은 길 가장자리에 붙어야 하고,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서는 안 된다는 식의 극단적 종교관을 가진 이들이 최근 몇 주간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군대에도 가지 않고, 경제활동도 하지 않는 채 전통적인 종교공동체 생활을 고수하고 있는 하레딤들은 베이트 셰메슈 등에서 집단으로 거주하며 그 안에서 엄격한 남녀 분리 정책을 취하고 있다. 하레딤이 만든 정당 '샤스'는 현재 네타냐후 연정에 참여해 정치적 영향력까지 행사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전체 인구의 약 10%를 대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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