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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한류운동'을 비웃는 가장 통쾌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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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한류운동'을 비웃는 가장 통쾌한 방법

[김성민의 'J미디어']

독재정권을 전복하라!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라!

이른바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북아프리카/중동의 '反독재 운동'에서 뉴욕발 '反월가운동', 그리고 도쿄의 '反원자력' 운동까지. 올 한 해 전세계를 들썩이게 한 구호들이다.

몇 천 킬로미터씩 떨어진 곳에서 울려퍼지기 시작한 저 외침들은 각각의 공동체의 울타리를 넘어 공통의 역사적 의미로 만나고 있다. 저들이 바꾸고자 하는 것은 전 세계를 지배해온 공고한 구조이며, 저들이 분노하는 것은 그 구조가 제시해온 행복과 풍요를 위한 방법들이다. 무엇보다 저 구호들은 지난 반 세기에 걸쳐 인류를 속여온 권력의 복음에 대한 저항이기도 하다.

그렇게 전 세계가 절실하고 절절한 외침으로 과거와 미래 사이의 갈림길에 서 있는 이 때, 지난 달 도쿄의 한 공원에서는 또 하나의 구호가 등장했다.

김태희를 퇴출시켜라!

'反한류운동'의 논리는 대략 이렇다. '미디어와 소비문화를 장악한 한국 대중문화에 일본인들이 세뇌당할 수 있으므로 그 침투를 막아야 한다. 특히 김태희와 같이 일본의 이익에 반하는 반일적 인물은 방송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이에 대해 많은 일본인들은 아예 무관심하거나 매우 비판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안 그래도 부족한 일본사회의 문화적 다양성을 스스로 위축시키고 대중문화에 인종차별적 검열과 통제를 종용하는 시대착오적 운동'.

그리고 그런 '反한류운동'을 바라보는 한국사회의 시선은 꽤 복잡한 듯 하다. 많은 이들이 일본사회의 우경화가 그런 식으로 표출되는 것에 대해 강한 분노를 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혹 그것이 한류 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우려한다. 물론 '反한류' 자체가 한류의 위력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자화자찬식 분석도 간간히 보인다.

▲ 지난 15일 일본 네티즌들이 도쿄에서 한국의 연기자 김태희의 일본 드라마 캐스팅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그런데 한편으로는 한국의 주류미디어가 앞다퉈 '反한류운동'을 전하며 한국사회의 분노와 우려를 부추기는 모습에 대해 커다란 모순을 느끼는 사람들 역시 적지 않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反한류운동'에 자주 등장하는 '방송퇴출'이라는 표현은 오히려 한국사회에서 더 익숙한 것이 아닌가. 최근 몇 년간 정치적 입장과 표현을 이유로 얼마나 많은 '김태희'들이 TV에서, 라디오에서 퇴출되었는가. 얼마나 많은 미디어가 지금도 권력의 검열과 통제를 옹호하고 또 스스로 저지르고 있는가. 그 反문화적 행위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그러므로 '反한류운동'을 대하는 방법은 주류미디어를 보면서 분노하고 우려하는 것이 아니다. 가스통을 둘러메고 일장기를 태우는 것도 아니고, 네티즌이 힘을 모아 2ch 사이트에 사이버 공격을 퍼붓는 것도 아니다. 한류에 힘을 싣겠다고 대형 아이돌 기획사를 맹목적으로 응원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反한류운동'이 갖는 反문화성을 비웃는 가장 통쾌한 방법은 바로 우리 안의 수많은 '김태희'들을 구하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문화적 편향성을 없애는 것. 흔적마저 사라져 가고 있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숨을 불어넣는 것. 지금껏 외면해 왔던 문화적 다양성에 눈을 뜨는 것. 그래서 상처받은 문화를 치유하고 스스로 똑바로 서는 것. 그리고 다시는 흔들리지 않는 것.

그리고 그것은 정치적인 행위를 필요로 한다. 모든 문화는 정치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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