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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대학, 미친 등록금…단편적 접근으론 해결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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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대학, 미친 등록금…단편적 접근으론 해결 불가"

[복지국가SOCIETY] 대학 등록금 문제, 보편주의 복지로 풀자

대학생과 학부모들은 연일 집회를 통해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실현을 요구하고 있고, 정치권은 이에 대한 해법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여당이 먼저 제기하긴 하였으나, 정치권이 반값 등록금 공약을 정략적으로 제기한 것이 오히려 부메랑이 되었다. 기성 정치권에겐 큰 도전이지만, 한국 민주주의의 심화와 발전에는 하나의 계기가 열린 것이다. 이제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권이 우리사회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각된 대학 등록금 문제를 미봉책으로 어물쩍 넘기기는 어렵게 되었다. 그랬다가는 정치적 심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졸업생의 83%가 대학에 진학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대학교육은 더 이상 고등교육이 아닌 보통교육이 된 셈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옹호하기 어려우며, 장차 우리사회의 큰 변화를 통해 극복해야할 과제이다. 대한민국의 대학교육이 현재의 사정과 같이 이렇게 된 것은 우리 국가와 사회가 발전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경제사회의 운영원리가 온전히 시장만능주의와 개인의 책임에 맡겨진 무한경쟁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대학 등록금 문제와 졸업 후 취업 대책은 시장의 논리와 개인의 자율선택에 방치해 둘 영역이 아니라 국가가 적극 개입해야 할 영역이 된 것이다.

원래 학문 연구를 하기 위해 일반계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진학하고, 취업준비를 위해 전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한다는 사회적 통념은 더 이상 의미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문계 고등학교 재학생 비중은 10년 만에 36%에서 24%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전문계 졸업자의 취업률은 55%에서 19%로 급락하였고, 반면에 대학 진학률은 40%에서 70%로 급증했다. 고등학교 교육 현장에서 지난 10년 동안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일반계 고등학교가 대학입시 준비기관으로 전락한 데 이어 전문계 고등학교마저 이런 추세에 편승함으로써 나타난 결과이다.

이에 대해 어떤 이들은 전문계 고등학교 졸업자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피상적인 설명에 불과하다. 이에 대한 근본 원인은 고졸자와 대졸자 사이의 취업기회의 불평등, 취업 후 임금수준과 승진의 불평등이라는 노동시장의 양극화 문제에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취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높은 비용을 무릅쓰며 굳이 대학에 진학하려 하고, 이러한 욕구에 맞춰 전문계 고등학교마저 직업교육을 포기하고 대학 진학을 미끼로 학생을 모집하는 현상이 일반화된 것이다.

무한경쟁과 각자도생의 길을 추구한 결과 나타난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학력 인플레는 더 이상 더 나은 기회를 보장하는 보증수표가 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노동시장의 문제 해결을 은폐하고 지연시킨 것에 불과했다.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최저임금 수준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88만 원 세대'를 양산해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 하에 추진해온 수출 대기업 중심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으로는 경제성장의 과실이 일반서민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는 내수 중심 중소기업의 생존기반은 더욱 위태로워지고, 중산층은 날로 붕괴되었다. 또, 학생과 학부모들은 일반적인 물가상승 폭보다 훨씬 더 높은 대학 등록금 인상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시장만능의 무한경쟁 속에서 노동과 일자리 복지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개인적 생존문제 해결 방식은 이제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이것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대학 등록금 문제의 본질이다.

반값 등록금 문제는 이런 사회적 배경에서 비롯된 문제이므로 등록금 문제에 국한해서 해결할 수 없는 것이고, 결국 우리나라 경제사회의 구조적 해법을 도모해야 하는 것이다.

▲ ⓒ프레시안(최형락)
첫째, 등록금 문제에 대한 직접적 해결책으로서, 취업 후 분할상환조건의 무이자 대여 장학금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일종의 완전 후불 등록금이다. 약 30년 전에 필자는 이 제도를 통해 혜택을 받은 바 있다. 원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국가가 보증인이 되고, 국가가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교육은 사회에 필요한 인재 수요를 충족시키는 공적 기능을 갖고 있으므로 마땅히 국가가 책임질 몫이다. 국가는 후속조치로서 졸업자의 완전고용과 취업 후 고용안정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유럽 선진 복지국가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청년 실업자들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 그것이다.

둘째, 현재의 모든 전문계 고등학교를 특성화 고등학교로 전환해야 한다. 산학연계를 통한 취업보장을 전제로 하는 특성화 고등학교로의 전환인 것이다. 교육당국과 학교는 후속 조치로 임금 및 근로조건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현장과 실무가 최고의 스승인 직업과 직종들이 많다. 이렇게 하면 굳이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되고, 장기적으로 대학 진학률이 유럽 선진국 수준으로 정상화될 수 있게 된다. 또, 그 결과는 경제활동인구의 증가로 이어져서 내수경제가 활성화된다. 구조 조정되는 대학은 취업자에 대한 능력 향상과 재취업 프로그램 수행기관으로 활용할 수 있다.

셋째, 학력 철폐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대졸자와 고졸자의 임금격차를 줄이고, 과도적으로 고졸자를 채용하는 경우에 차액을 일정수준까지 국가가 지원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제도의 도입은 국가로 하여금 '동일노동 동일임금' 정책을 강도 높게 추진할 수 있게 한다.

넷째, 비정규직 등 불안정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당국은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으로 높이고, 표준 취업규칙 또는 표준단체협약을 제정하여 이의 준수 여부를 관리 감독해야 한다. 최저임금의 획기적 인상은 궁극적으로 노동시장의 직종 간 임금격차를 줄이는 효과를 거두게 되며, 그래서 우리나라의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제기되고 있는 비정규직 및 저임금 근로 문제를 푸는 해법이 된다. 이것이 장기적으로는 불필요하게 높은 대학 진학률 문제의 해결책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다섯째, 등록금 문제는 보편주의 복지국가 체제를 구현할 정치세력의 집권을 통해서라야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 무상급식,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운동과 마찬가지로 대학 등록금 문제는 등록금의 임시방편적 인하나 선별적 시혜정책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살인적인 대학 등록금 부담은 단지 파편적인 등록금 인하라는 현상적인 해법만으로는 궁극적 해결이 불가능한 사안이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와 선별주의 복지체제라는 이원적 구조로 작동하고 하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사회체제의 운영원리 자체를 '보편주의 복지국가'로 바꿀 때라야 경제사회 문제들의 온전한 해법이 나오게 된다. 복지국가 국민운동이 시민사회에 널리 확산되고, 복지국가 정치세력이 집권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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