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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장자연'부터 '삼성 백혈병'까지 다룬 이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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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장자연'부터 '삼성 백혈병'까지 다룬 이 연극

김상수 연출의 <TAXI, TAXI> 시사회 열려

8일 서울 대학로 극장 '공간, 아울'에서 김상수 연출의 사회고발 연극 <택시, 택시> 시사회가 열렸다. 103번째 여성의 날이기도 했던 이날, 연극은 공교롭게도 2년 만에 재점화된 故 장자연 씨 성접대 의혹과 '삼성 백혈병' 의혹 등 현실의 아픔을 고스란히 다뤄 눈길을 끌었다.

<택시, 택시>는 1988년 김상수 작가가 초연했던 연극을 20여년 만에 각색해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시대상을 반영해 등장인물들의 면모는 조금씩 바뀌었지만 시대의 아픔을 담아내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택시 운전사 역할은 월남전 파병 군인에서 중년의 여성으로 바뀌었다. 세상에 대해 긍정을 잃지 않은 그이지만 어린 딸은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쓰러진다. 택시 뒷좌석에서 죽어가는 딸을 바라보는 그의 모습은 최초로 알려진 '삼성 백혈병' 노동자인 故 황유미 씨와 그의 부친 황상기 씨의 사연을 그대로 담았다.

사회 이슈에 대한 '뒷담화'가 난무하는 택시 안 풍경은 연극에서라고 예외가 아니다. 광우병 논란부터 삼성의 무노조 경영, 용산 철거민 참사, 구제역 파동, 심지어 이러한 이슈 상당 부분의 중심에 서 있는 '공군 점퍼를 입고 반말만 하는 선글라스 사내'도 택시를 탄다.

쉴 새 없이 튀어나오는 이슈들이 자칫 '무리수'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연극은 일상에서 자주하는 택시 안 이야기처럼 그러한 사건들이 우리 이웃, 혹은 자신에게 일어날 수도 있는 고통이라는 진실을 전달한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연기 열망에 찬 어린 배우가 성접대로 산산이 부서져 내리는 과정이다. 최근 故 장자연 씨가 생전에 작성했다고 추정되는 편지가 한 방송사를 통해 폭로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다시 모으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를 통해 부분적으로 드러난 사실만 봐도 굳이 故 장 씨뿐만 아니라 연예계에 성을 매개로 한 접대 풍조가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극중 배우가 겪는 고통은 자신의 이야기이자 동료 배우들의 그것이기도 하다.

ⓒ김상수

연극이 끝난 후 모인 배우들은 <택시, 택시>가 곧 자신들의 이야기라고 했다. 운전사 역할의 육미라(49) 씨는 "목숨보다 소중한 자식이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가는 걸 보는 건 두 아이들 둔 엄마로서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성접대를 강요당하는 배우 역할을 맡은 허린(23) 씨는 "성접대 사건에 대해 조사할수록 마음이 아팠고 이는 특정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정화되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연극이 담아내는 것이 불편한 일부에게 연출자인 김상수(53) 작가는 "시대의 이슈를 정면 돌파 하는 것이 연극의 본질"이라고 질타한다. 김 작가는 "다양성은 인정하지만 현재 대학로 연극계는 돈의 논리가 앞서고 있다"며 "<택시, 택시>는 연극의 초심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일종의 '캠페인'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연극은 '아울'에서 5월 1일까지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공연되며 욕설과 폭력, 노출 수위가 높아 18세 이하 청소년은 관람할 수 없다. 문의 010-9984-8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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