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현대차 비정규직, 본사 앞에서 2차 파업 시작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현대차 비정규직, 본사 앞에서 2차 파업 시작

조합비 유용 파문으로 참가 인원 적어…"정규직 요구 꺾지 않을 것"

25일 오후 7시 서울의 기온은 영상 4도를 밑돌고 있었다. 서울 강남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 도로에 모인 현대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예상 밖의 추위에 인스턴트커피로 손을 녹였다. 100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를 의식한 듯 구호를 외치는 목소리가 유난히 크다. 당장의 추위도 추위지만, 주말에는 비 소식까지 예고돼 갈 길이 험난하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25일부터 현대차 본사 앞에서 4박5일 노숙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울산에서 출발해 오후 5시경 이곳에 짐을 풀었다. 지난달 서초 경찰서 민원실에서 현대자동차 측의 집회신고 시도에 뒤섞여 따낸 일정이다.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25일 서울 양재동 본사 앞 노숙 농성을 시작했다. ⓒ프레시안(김봉규)
400여 명이 울산1공장을 25일간 점거하고 나머지 공장에서도 끊임없이 부분파업을 벌였던 지난해 1차 파업에 비하면 이들이 '2파 총파업'이라 이름붙인 이날은 상대적으로 초라했다. 90명이 조금 넘은 파업 인원들은 대부분 지난해 파업으로 해고당하거나 정직 등의 중징계를 당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이날 현대차 울산공장의 조업도 지장이 없었다. 4박5일 중 주말과 휴일이 3일이나 끼어 생산 타격보다는 정규직화 요구라는 상징성이 더 강한 셈이다.

"서울에서 벌이는 싸움, 울산까지 전해졌으면…"

4개월 만에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열기가 식은 것일까? 1차 파업 이후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간 건 사실이다. 지난달 사측과의 대화가 사실상 결렬되면서 유보됐던 징계 절차가 재개돼 약 70명이 해고되고 320명이 정직 등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에게 더 큰 타격은 파업 당시 노조 간부 일부가 조합비를 유용해 사행성 게임장 등을 들락 거렸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다. 지난달 말 이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자 노덕우 수석부지회장, 최정민 사무국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노 전 수석부지회장은 이후 현대차 본사 앞 고공농성에 나섰다 연행됐지만, 종적을 감췄던 최 전 사무국장은 사측과 내통했다는 의혹 속에 이주 초 노조 집행부의 조합비 유용 실태를 문서로 폭로했다.

사측과 대화 결렬 이후 잠적했던 이상수 지회장은 서울 조계사에 느닷없이 나타나 단식 농성을 벌였다. 수배령이 떨어진 상황에서 운신의 폭이 좁았지만 공금 유용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현장에 있는 조합원들과 동떨어져 벌이는 활동이 괴리감을 불어올 수밖에 없었다. 결국 23일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집행부 전원이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했다. 이 지회장은 조만간 경찰에 자진 출두할 것으로 알려졌다.

▲ 이웅화 비대위원장. ⓒ프레시안(김봉규)
지회 안팎으로 우환이 겹치며 애초 예고했던 총파업 동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23일 임시 대의원대회에서도 서울 상경투쟁을 놓고 갑론을박이 오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농성장에서 만난 노동계 관계자는 "애초 파업 인원을 300명 정도로 봤는데 집행부가 벌인 일 때문에 더 동력이 떨어졌다"며 "지난해 대법원 판결과 같이 획기적인 계기가 와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비대위원장을 맡은 이웅화 울산4공장 사업부 대표도 "조합비 유용 사건으로 금속노조의 신뢰를 잃은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며 "조합원들이 상급단체의 보호가 없는 상황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농성을 벌이는데 대한 부담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조합원들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은 건 사실이지만 서로 안정을 찾아가려 노력하고 있다"며 "(파업) 동력이 죽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경 투쟁에 따나 나서지 않는 조합원들도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마음 자체는 변함이 없다"며 "여기서 벌이는 싸움이 울산에 남아 있는 조합원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100여 명의 노동단체 및 시민단체가 합세해 열린 이날 촛불문화제에서 이들은 "(1차 파업 당시 농성장인) CTS에서도 견뎠듯이 여기서도 양말 하나 더 신고 옷 한 벌 더 껴입고 견뎌 나가자", "힘든 건 사실이지만 견뎌내며 싸우는 모습을 보여줘야 현장에서도 다시 힘을 얻을 것이다"라고 발언하며 서로를 북돋았다.
ⓒ프레시안(김봉규)

이들은 농성 2일차인 26일 오전 대학로에서 선전전을 벌인 후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였다. 집회에는 현대차 아산공장 비정규직 지회 조합원 170명, 전주공장 비정규직지회 200여 명이 함께 했다. 아산지회 조합원 및 전주지회 확대간부 80여 명은 주말 동안 농성장에 머물 예정이다.

이날 집회에서 이웅화 비대위원장은 "지회 간부가 비리를 저질렀지만 25일 동안 공장을 사수한 조합원들은 비리를 저지르지 않았다"며 "사측은 이번 일로 노동조합을 깨려 했지만 다수의 조합원들은 지회를 사수해 사내하청 정규직화의 뜻을 꺾지 않고 있다"고 독려했다.

▲ 26일 서울역 광장에 모인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프레시안(김봉규)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