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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결국 '2월 타결'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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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결국 '2월 타결'로 가나?

[한미 FTA 뜯어보기 182 : 한미FTA 6차협상 전망] '알맹이' 빠져…진짜 협상은 장외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6차 협상이 15일부터 닷새 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다.

한미 양국 정부의 구상대로라면 협상은 이미 후반부에 접어든 셈이지만 이번 협상은 '재미없는 협상'이 될 전망이다. 무역구제, 자동차, 의약품·의료기기, 위생검역(SPS) 등 양국 간 4대 통상마찰 분야의 협상은 아예 열리지도 않기 때문이다. 농업 분야에서도 쌀과 같은 개별 민감품목의 개방수위에 대한 협상은 이뤄지지 않을 예정이다.

다만 이번 협상에서는 협상 분과별로 남아 있는 '잔가지'들이 거의 대부분 제거되면서 협상의 골격이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또 상품별 양허 수준 및 시기에 대한 협상도 마무리 수준으로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즉 이번 협상은 마지막 협상으로 예상되는 7차 협상에서 '빅딜' 사안만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마지막 준비 작업의 성격을 갖는 셈이다.

오히려 6차 협상 자체보다는 6차 협상을 전후한 양국 고위급 인사들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정부 안팎에서 '한미 FTA 2월 타결설'이 나오고 있는 데에다 실제 양국 고위급 인사들이 잇달아 비공식 접촉을 하고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이런 '장외 협상이 진짜 협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정부도 12일 "6차 협상 기간 중 수석대표 차원에서는 무역구제, 자동차, 의약품 관련 사항에 대해 계속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처별 양보안 준비하라…양보 안하면 협상단 재량대로 할 것"

'한미 양국 정부가 2월 중순까지 한미 FTA를 타결하기로 합의했다'는 일각의 관측과 관련해 외교통상부는 '근거 없는 추측'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안팎의 움직임은 여러모로 '2월 타결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11일 진동수 재정경제부 제2차관 주재로 열린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는 '설(2월 18일) 전에 한미 FTA 협상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각 부처별로 협상 양보안을 준비하라'는 지시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각 부처들이 양보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한미 FTA 협상단이 재량권을 발휘할 것'이라는 통고도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부가 2월 중순에 협상을 타결하자고 결정까지는 내리지 않았다 하더라도 적어도 이 시기에 협상을 끝내기 위한 준비 작업에는 착수한 셈이다.

이에 따라 6차 협상에서는 부처 간 이견을 찾아보기 힘들 전망이다. 그동안 각 부처들은 '한미 FTA에 대한 원칙적인 찬성'을 표방하면서도 협상 타결 후 '면피용'으로라도 협상에서 자기 부처의 이해관계를 관철하려고 노력해 온 측면이 있다. 협상단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각 부처가 협상의 세세한 내용에까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 협상 진척이 더디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고위관계자는 "한미 FTA 협상에서만큼 부처 간 이견이 없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2월 타결설과 맞물려 최근 양국 고위급 인사들의 접촉이 더욱 활발해진 것도 눈길을 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연말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미 의회 의원들과 비공식 면담을 했을 뿐 아니라 최근 캐런 바티야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등 미 행정부 고위관료들과 직접 만나는 등 미국 측 관계자들과 잦은 접촉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FTA 체결을 '참여정부의 마지막 개혁과제' 중 하나로 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신념이 최근 더욱 굳어진 듯 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2월 타결설을 부분적으로나마 뒷받침한다. 노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 개헌을 추진하면서 국정현안에 소홀해질 것'이란 비판이 제기되자 11일 "한미 FTA 등 남은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임상규 국무조정실장도 9일 취임사에서 "한미 FTA 등 현안이 산적해 있어 국조실의 책임이 무거운 해"라고 말했다.

한미 FTA 협상단의 고위관계자는 "협상이 '빅딜'만 남겨 놓고 있는 국면으로 보이지만 아직 남아 있는 '잔가지'들이 많다"면서 "이번 6차 협상에서는 그런 잔가지들을 정리해 다음 협상에서 핵심쟁점들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데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 마지막 날 개최되는 '한미 재계회의'에 주목

한미 FTA를 둘러싼 정치권의 움직임은 6차 협상 기간과 협상 종료 후 조금이나마 활발해질 전망이다. 국회 '한미 FTA 특별위원회'(위원장 홍재형)는 지난 9~12일 미국을 방문해 미 행정부 및 의회의 한미 FTA 관계자들을 접촉한 바 있다. 또 여야 대선주자들이나 고위급 인사들도 하나둘 한미 FTA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의 입장은 적어도 '2월 타결'에는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6차 협상에서는 한미 FTA 반대 진영의 움직임과 이에 대한 정부의 억제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도 '관전 포인트'다. 300여 개의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최근 시위 가담자에 대한 실형 구형, 한미 FTA 반대 광고에 대한 방송 불가 판정, '불법시위'를 한 것으로 규정된 시민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금의 환수 결정, 6차 협상장인 서울 신라호텔로의 접근 차단 등으로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하지만 지난 9일 한국진보연대 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한미 FTA라는 '위기'를 진보진영이 발전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각오가 남다르다.

6차 협상 기간에 한미 FTA에 대한 국내 여론이 얼마만큼 달궈지느냐도 관건이다. 한의사들의 동맹파업, '약값 적정화 방안'의 시행을 둘러싼 보건복지부-시민단체-제약업계의 갈등 등으로 한미 FTA가 산발적인 관심을 모으고는 있지만, 한미 FTA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그리 높다고 할 수 없다.

이와 별도로 협상 마지막 날인 19일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한미 양국 재계 인사들의 모임인 '한미 재계회의'(공동위원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윌리엄 로즈 씨티은행장)가 열릴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수년 전 최초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한미 FTA의 체결을 주장해 온 이들은 이번 회의에서 북한 개성공단 문제, 한국인에 대한 미국의 특별비자프로그램 등은 물론이고 농업, 자동차, 의약품 등 민감 분야에서의 빅딜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미국에서는 최근 한미 양국 정부가 FTA 협상 마감시한을 3월 말로 규정하는 근거가 됐던 '무역촉진권한(TPA)'이 연장될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최근 방한했던 칼로스 구티에레즈 상무장관은 8일 한미 FTA 등을 위해 의회가 TPA를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처드 크로우더 농무부 수석조정관도 "한국과의 FTA 협상은 현재의 TPA 기간 안에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 행정부가 이 FTA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경우, 비록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더라도 의회가 TPA 연장에 동의해줄 것"이라고 내다 봤다. 미 상공회의소 등 재계도 TPA 연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우)과 김종훈 한미 FTA 수석대표(좌)가 12월 14일 열린 국회 한미FTA 특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美쇠고기 기술적 협의와 위생검역 분과 협상, 한꺼번에 미뤄져

협상 분야별로 6차 협상을 전망해 보면, 이번에 열리지 않는 한미 FTA 위생검역(SPS) 분과의 협상은 한미 FTA 협상의 최대 걸림돌로 부상한 '미국산 쇠고기 뼛조각' 문제를 다룰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한미 양국 간 기술적 협의와 맞물려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위생검역(SPS) 분과장인 윤동진 농림부 통상협력과장은 "한미 양국 간 의제 설정에 대한 의견차로 인해 위생검역 분과의 협상이 열리지 않는다"면서 "언제 협상이 개최될지 현재로선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창섭 농림부 가축방역과장은 "미국 측에서 지난 8~9일로 예정된 기술적 협의를 못 하겠다고 통보한 후 아직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5차 협상을 달궜던 무역구제 분과의 협상도 아예 열리지 않는다. 무역구제 분과장인 백두옥 산자부 조사총괄팀장은 "앞으로의 협상은 우리 측이 지난 5차 협상에서 요구했던 6개 요구사항의 문안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미국 측 협상단이 지난해 말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이 6개 사항에 대해서만 보고를 한 만큼 다른 요구를 하기는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지난 5차 협상 때도 중단됐던 자동차 작업반의 협상도 열리지 않는다. 자동차 작업반장인 김용래 산자부 자동차조선팀장은 "우리 측은 이미 지난 5차 협상에서 미국 측이 우리나라의 자동차 세제 변경과 관련된 구체적인 안을 내놓으면 '이야기해 볼 용의가 있다(open to discuss)'고 밝혔으나, 미국 측이 아직까지 아무런 안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제 공은 미국 측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의 협상도 열리지 않는다. 협상을 거듭하면서 우리나라의 '약값 적정화 방안'에 대한 미국 측 불만은 커질 대로 커졌지만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여러 차례 '약값 적정화 방안' 관련 미국 측 요구들을 수용하기 힘들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실무 선의 협상'이 무의미해진 탓이다. 다만 지적재산권 분과의 협상에서 '의약품-지재권 연계협상'이 열려 협상이 일부 진전될 가능성은 있다.

ISD '토지 관리·이용→부동산 가격안정화 정책'으로 문안 수정

농업 분과의 협상은 이번에도 '느릿느릿' 진전될 예정이다. 농업 분과장인 배종하 농림부 국제농업국장은 "6차 협상에서는 지난 5차 협상에서 논의됐던 민감품목, 이른바 기타(undefined) 품목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계속될 것이지만 개별품목 하나하나의 양허 수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측 요구사항인) 저율관세할당(TRQ)이나 세이프가드(safeguard, 긴급수입제한)에 대한 논의는 하겠지만 이 문제는 기타 품목의 양허 수준과 연관돼 있어 최종결정은 (민감품목의 양허 수준이 논의될) 다음 협상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투자자-국가 간 국제중재절차)와 관련해서 투자 분과의 협상 관계자는 "우리 측은 6차 협상에서도 '수용' 관련 분쟁은 국내 중재절차에서 해결하도록 하자는 요구를 계속할 것"이라면서도 "우리 측은 이미 80여 개의 투자협정에서 미국 측 ISD 원안을 적용한 바 있어 우리 측이 논리적으로 밀리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간접수용' 예외조항의 예시에 '토지 관리·이용(land control and use)'을 넣자는 우리 측 요구를 미국 측이 거부함에 따라 이번 협상에서는 이 문구를 '부동산 가격안정화 정책'으로 수정해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측 사정으로 인해 6차 협상이 끝난 후인 1월 23~24일 서울에서 별도로 열리는 원산지 분과의 협상에서는 '개성공단산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 달라'는 우리 측 요구를 둘러싼 한미 양국의 지루한 공방이 계속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한미 FTA가 아닌 다른 별도의 협상을 통해 개성공단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원산지 분과장인 전준홍 재경부 관세협력과장은 "6차 협상에서도 개성공단에 관한 우리 측 입장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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