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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월평마을과 건축가 이승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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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월평마을과 건축가 이승택 (2)

[김정헌의 '예술가가 사는 마을']

이승택과 '쿠키' 회원들은 '월평, 예술로 물들다'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즐겁게 놀았다. 월평이 예술로 물들었다 기 보다 '쿠키'가 이 마을, 월평에 물들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지난번에 썼듯이 이들은 과거와 현재에 대한 마을이야기와 그와 함께 온 마을 주민들의 내력과 삶의 모습들을 이해하고 기록하기 위해 마을 답사와 주민들의 인터뷰를 먼저 시작했다.

마을과 마을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책과 영상으로 기록하고 이후의 모든 교육프로그램과 미술작업의 기초자료로 활용했다.

그들은 이 사전 인터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마을에 대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을에 숨겨진 비경, 거기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들, 오래전 마을에서의 기억과 추억 등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알고 수집하게 되었다. 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마을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어간 것이다.

이들은 이 보물단지 이야기들을 콘텐츠로 해서 마을의 답사코스를 만들기로 했다.
▲ 주민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마을답사코스를 만들었다. 마을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마을 어르신이 문화해설사로 나섰다. 흔하게 지나치던 장소들이 저마다 이야기를 가지고 재탄생했다.

재미있는 이야기나 전설이 있는 장소를 엮고, 마을의 특산물인 백합과 한라봉을 시식하고 체험하는 코스를 곁들였다. 여기에 마을 어르신이 마을 이야기를 풀어 설명해 주는 문화해설사로 등장한다. 실제로 노인회장님이 이 역할을 수행해 큰 힘이 되었다.

여기에 마을 주민들이 어리고 젊었을 때 추억이 물든 장소를 직접 지도를 그려 이야기와 함께 들려준다. 지도그리기는 삐뚤삐뚤 했지만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 다들 재미있게 그려냈다.

설화가 곁들인 본향당, 마을의 기가 빠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조성된 아왜낭목 숲, 주민들의 공동 목욕탕인 행기소, 물방애(말이 끄는 방아) 터, 지금도 남아 있는 제주도 재래식 변소, 통시와 초가집, 월평에서 가장 아름다운 월평포구 등에 얽힌 이야기들은 무궁무진했다.

나는 마을에 숨겨진 보물은 뭐니 뭐니 해도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마을의 보물인 '이야기'를 이들이 발견하고 끌어낸 것이다. 정말 대단하다. 제일 처음 예술 어쩌구 하니 마을 사람들이 데면데면하다가 점 점 갈수록 빠져 든 모양이다.
▲ 마을 안에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떠들썩하면 마을이 살아난다. 아이들과 함께한 프로그램들은 아이들 스스로의 활동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어른들의 참여도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이들이 마을 이야기와 함께 주목한 것은 마을의 어린이 들이다. 어린이들이 매주 참여한 미술교실을 중심으로 이들은 월평탐험대를 꾸려 여러 가지 놀이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마을에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는 마을은 살아 있다. 이들이 답사 길 안내도 도 맡고 자기들이 재미있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만들어 내기도 했다. 아이들의 상상력이 어른들한테도 감염되는지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나만의 경운기 만들기', '집에 있던 월평사진들 모아 전시하기', '월평음악단의 공연'등으로 축제 분위기에 한껏 물들었다.
▲ 서투른 솜씨지만 숨겨둔 열정을 꺼내어 마을밴드 '월평음악단'이 만들어졌다. 주민 스스로 만든 축제다.

여기에 세상에서 가장 작은 갤러리 '송이갤러리'를 미술가인 윤돈휘씨가 설치해 올레코스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쿠키'의 대표인 이승택이 미술가인 지민희씨를 끌어 들여 월평에 비어 있는 빈집을 이용해 레지던스를 했는데 그는 여기를 작업실로 사용하면서 월평에서 나온 여러 가지 자연물들, 나뭇가지, 작은 돌, 조개껍데기 등을 이용해 설치 작업을 했다. 전시회에서 설명을 곁들인 지민희씨의 안내에 주민들은 예술에 물들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 세상에서 가장 작은 갤러리를 자처하는 '송이갤러리'. 올레7코스가 끝나는 송이슈퍼 앞 마을버스정류장에 작은 예술쉼터를 마련했다.

이승택과 '쿠키' 단원들은 특히 프로그램 진행 전에 꼭 주민 설명회를 가졌다. 설명회를 네 번이나 했다. 주민들이 이해가 안 되거나 수용할 수 없는 것들은 그들의 의견을 물어 수정하기도하고 변경하기도 했다.

주민설명회를 통해 그들과 소통한 것이 이 '월평, 예술로 물들다'가 성공한 가장 큰 요인이다.

지금도 이들 월평주민들과 사업을 시행한 쿠키단원들과는 친구처럼, 때로는 자기 자식들처럼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 오래된 골목의 질감을 그대로 살리고 최소한의 손길을 가미하여, 장소의 고유성을 지키며 변화를 준 걸매마을 공공미술 프로젝트.

월평마을의 사업 이전에 이승택이 이끈 공공미술 프로그램이 또 하나 있다.

서귀포 시내와 가까운 천지연폭포와 걸매생태공원에 붙어 있는 동네가 있다. 걸매생태공원이 내려다 보이는 급경사지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은 '걸매마을'이다.

이 마을은 좁은 골목길로 이어지는 산동네 마을이다. 집들이 벼랑 위에 걸려 있고 그 사이로 좁은 골목길 들이 끊어질 듯 이어진다. 집들은 오래된 산동네 집들이지만 아래 걸매생태공원이 펼쳐져 있어 전망은 최고로 좋다.

여기 골목 담장을 이승택이 2007년도 문광부가 지원하는 공공미술프로젝트 '아트 인 시티'에 선정되어 서귀포시의 미술가들과 공동으로 작업을 했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골목길 담장에 미술가들의 작업이 또 똑같이 나타났다가 없어졌다 한다. 좁은 골목길과 함께 이들이 한 작업은 최소한의 미술(Minimalism)이다. 우리가 아는 일상적인 벽화는 입구에 딱 하나가 있다.

이들 미술가들은 그 현장에 맞는 최소한의 미술을 구사한 것이다. 대부분의 작업들이 있는 그대로의 담장에 넘치지 않게 알맞게 그려졌다. 골목길과 어
울려 환상적이다.
▲ 최소한의 개입으로 환상적인 공공미술을 보여주었던 걸매마을의 벽화들이 관 방식의 공공미술로 다 사라졌다고 한다. 언젠가 예술가들의 상상력과 주민들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한껏 피어나 열매를 맺고 씨를 떨어뜨려 스스로 다시 태어나는, 자생하는 공공미술을 꿈꿔본다

이 걸매마을을 답사한 것은 지난 4월 가시리의 유채꽃 축제 때였는데 엊그제 이글을 쓰고 있는 도중에 이승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가 그렇게 탄성을 지르며 보았던 '걸매마을 공공미술'이 다 없어졌다고 한다. 시 문화과에서 그들이 생각한 '공공미술'로 다시 그렸는데, 대부분 페인트 냄새만 물씬 거리는 '페인트 벽화'로 바뀐 모양이다. 소위 '관공서식 벽화'로 다시 그려진 것이다.

아! 왜 이럴까? 다시 그렸다는 그 이상한 벽화가 악몽처럼 어른거린다.

(예술과마을네트워크 까페http://cafe.naver.com/yem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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