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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 "5만·10만원권 발행할 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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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 "5만·10만원권 발행할 때 아니다"

또 '고액권' 논란…여야·한은 찬성, 재경부·시민단체 반대

모든 화폐의 액면을 동일한 비율로 낮추거나 5만 원권, 10만 원권 등 고액권을 발행하자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에 대해 재정경제부가 다시금 반대 입장을 밝혔다.
  
  재경부는 9일 우제창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현 시점에서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 화폐 액면의 변경)과 고액권 발행의 추진을 검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못박았다.
  
  재경부는 "리디노미네이션과 고액권 발행은 (화폐의) 단위, 권종, 사용편의 등 화폐 자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고 내용, 시행시기, 경제 안팎의 파급효과 등에 대해 광범위한 사전검토와 충분한 국민적 논의를 거쳐야 할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모든 화폐의 액면을 가치의 변동 없이 동일한 비율로 낮추는 디노미네이션(denomination, 화폐 액면의 일률적 변경)과 관련해 재경부는 "1953년이나 1962년의 화폐개혁 경험에 비춰볼 때 보완장치를 마련한다 하더라도 부동산 투기 등을 발생시킬 요인이 될 것"이라면서 "개인은 물론 금융업계, 유통업계에서도 불편함과 비용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53년과 1962년 두 차례에 걸쳐 디노미네이션을 단행했으며, 그때마다 통화팽창, 유통구조 마비, 산업활동 위축 등과 같은 후유증을 겪은 바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73년 1만 원권을 발행하기 시작한 것을 끝으로 지난 33년 동안 디노미네이션이나 고액권 발행 등과 같은 화폐개혁 조치를 실시하지 않았다.
  
  경실련 "대선 앞두고 고액권 발행?…또 불법 정치자금 조성하려고?"
  
  고액권 발행 및 디노미네이션 문제는 지난 2004년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화폐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제기하면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 같은 해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이 '화폐기본법 제정안'을 제출하면서 화폐개혁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됐으나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대로 논의가 수그러들었다.
  
  그러다 올해 8월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 등 국회 재경위 소속 여야의원들이 5만 원권, 10만 원권 화폐의 발행 근거를 담은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화폐개혁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가열됐다.
  
  현재 화폐개혁과 관련된 논의는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상대적으로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디노미네이션보다는 고액권 발행 방안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은과 일부 여야 의원들은 고액권 발행에 찬성하고 있는 반면 재경부와 시민단체들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한은과 일부 의원들은 고액권을 발행해야 하는 이유로 △자기앞수표 발행비용의 연간 4000억 원 절감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에 걸맞은 액면 단위의 화폐 보유 △화폐 권종의 다양화 △화폐 수요자의 편익 증가 등을 꼽고 있다.
  
  재경부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런 주장에 일면 공감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의 발생 가능성 △신용카드·직불카드(체크카드) 등 전자화폐의 활성화 및 인터넷뱅킹의 발달에 따른 현금수요의 감소 △현금거래를 이용한 뇌물공여, 소득탈루 등 음성적 거래의 증가 가능성 등을 이유로 고액권을 섣불리 발행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대선이 내년 말로 다가온 상황에서 국회가 나서서 고액권을 발행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대선용 불법 정치자금의 조성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통상 새 화폐가 발행되려면 정부의 승인, 새 화폐의 도안 및 규격에 대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 한국조폐공사의 새 화폐 인쇄판 제작 및 유통 등의 과정에만 1년6개월에서 2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같은 시민사회단체들의 주장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대선에서는 아닐지라도 앞으로 고액권이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하는 데 쓰일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무시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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