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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진 이라크 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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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진 이라크 내전

[진단] '강경파' 무크타다에 시스타니도 손들어

이라크의 내전 사태가 이라크 정부는 물론 미국도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의 지난 4월 이라크에 주권 정부가 수립된 이후 오히려 이슬람 시아파와 수니파 간의 분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이라크 시아파의 최고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마저 모든 정치적 활동을 중단할 것을 결정함으로써, 이제 내전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졌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유일하고 가장 강력한 이성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중동정치 분석가로 저명한 시리아의 사미 무바예드는 6일 <아시아타임스>에 게재된 '이라크는 이성의 목소리를 잃었다'는 기고문에서 "알-시스타니가 모든 정치적 활동을 중단하고 오로지 종교적 활동만 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이라크에서 전해진 가장 슬픈 소식"이라고 주장했다.

알-시스타니는 지난 주말 "나는 더 이상 정치지도자가 아니며, 종교적 문제에 대한 질문만 기꺼이 받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 알-시스타니와 무크타다. ⓒ프레시안

무바예드는 "시스타니가 그 말을 지킨다면, 이라크 정치에서 가장 강력하면서도 이성적이고 온건한 목소리로서 유일했던 지도자가 침묵에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아시아타임스>에 따르면 시스타니는 지난해 12월 주권정부 수립을 위한 총선에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에게 '종교적 의무'로 투표에 참여할 것을 지시했으며, 여성들도 남편이나 아버지가 반대하더라도 반드시 투표할 것을 독려할 정도로 이라크의 민주화에 앞장섰다.

그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폭력으로 그들을 쫓아낼 수 없다"면서 미국과 '명예롭게'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간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는 그의 리더십은 최근까지 '그의 낙점을 받으면 당선된다'고 할 정도로 이라크 총선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시스타니는 최근 그의 지원으로 탄생한 집권 시아파 연합정당 통합이라크연맹(UIA)에 분노와 실망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UIA가 이라크에 법치와 질서, 치안을 확립하는 데 실패했다는 이유다.

지난 1일 발표된 미국 국방부의 '이라크 치안 평가 보고서'는 이라크의 진짜 문제는 더 이상 미국과 이라크 정부가 알-카에다 또는 바티스트 반군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이라크 내의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싸움, 즉 내전임을 보여준다.
▲ 무크타다가 이끄는 메흐디 민병대가 미국 성조기를 짓밟으며 바그다드 시내를 행군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라크에 주권이양이 된 이후인 지난 5월20일부터 8월11일 사이에 주간 평균 공격 횟수는 2004년 초보다 거의 두 배가 증가한 800건에 육박했다. 사상자수는 매일 150명에 달한다.

시민과 보안군에서 발생한 사상자 수는 2년 전만 해도 하루 30명이었으나, 조사 기간에는 매일 120명으로 전분기의 하루 80명보다도 크게 늘었다. 7월에만 시아파와 수니파 간의 분쟁으로 3000명이 넘는 이라크 주민들이 사망했다.

<아시아타임스>는 "폭력을 증오하고 폭력행사를 중단할 것을 거듭 촉구해 온 시스타니에게 이같은 충격적인 사실은 참기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라크 내전'이 심해지면서 시스타니의 영향력은 사실상 무력해졌다. 지난 8월28일 시스타니가 자제할 것을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라크군과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의 지지자들 간의 충돌이 빚어져 73명이 사망한 사건은 단적인 예다.

이와 관련, 무바예드는 왜 시스타니가 '내전'에 있어서 영향력을 급속히 잃어갔는지를 무크타다와의 비교를 통해 분석했다.

그는 "시스타니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한 또 다른 이유는 무크타다에게 크게 밀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무크타다가 이끄는 시아파 민병대가 이라크 민중들에게 강력한 지지를 받는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데에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라크 민중에게는 목숨이 지혜보다 중요하다"

무바예드에 따르면 올해 42세에 불과한 무크타다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강력한 반미 지도자로 급속히 대중들의 인기를 끌어 모았다.

그는 '메흐디'라는 민병대를 조직해 지난 2004년 미국과 이야드 알라위 총리가 이끄는 친미 내각과 투쟁을 벌였으나, 시스타니의 중재로 무장 투쟁을 중단했다.

그 이후 무크타다는 정치적 활동에 주력해 총선에서 30석을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으며, 누리 알-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내각에 측근 4명을 입각시켰다.

무크타다는 매일 지지자들을 만나고, 광범위한 자선활동을 벌이면서, 성직자의 삶을 사는 부패하지 않은 지도자로 위상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그는 자신에게 충성하는 대가로 보호를 해주는 방식으로 민심을 장악하고 있다.

이런 정책은 시스타니가 할 수 없는 방식이다. 시스타니는 지지자들뿐 아니라 모든 시아파 신도들을 포용해야 하는 종교지도자이기 때문이다.

수니파 반군에 의해 가족을 살해당한 시아파 주민이 시스타니를 찾아와 호소하면, 시스타니는 '경찰에 신고하라'고 말하는 반면, 무크타다는 복수해줄 것을 약속한다. 실제로 그는 그의 무장대원들을 동원해 복수를 해줌으로써 대중의 환심을 사고 있다.

이같은 메흐디 민병대의 활동과 관련해 미국은 이라크 정부에 강력한 통제를 요구하고 있으나, 시아파 정당인 다와당 출신의 말리키 총리 자신이 무크타다의 지원으로 총리 자리에 올랐기 때문인지 이라크 정부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스타니와 무크타다는 기반세력도 다르다. 시스타니는 이라크 시아파 사회의 중상류층 원로들과 깊은 유대를 맺고 있으며, 부유한 도시 엘리트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란과도 상당한 연계를 맺고 있다.

반면 무크타다는 바그다드의 빈민들에게 인기가 있으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무크타다의 휘하에 들어오는 청년들을 거느리고 있다. 무바예드는 "이유는 간단하다"면서 "법이 지배하지 못할 때 대중은 자신을 보호해주는 사람을 찾는다"고 지적했다.

무바예드는 "이라크 같은 곳에서 시스타니는 방향을 지시하는 지도자이지만, 무크타다는 보호를 의미하는 지도자"라면서 "이라크 사람들에게 목숨이 지혜보다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시스타니가 종교 지도자로서는 무크타다로부터도 궁극적인 권위로 인정받을 정도지만, 종파간 내전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그의 '비폭력주의'가 이라크 민중의 공감을 얻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영국의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시스타니의 한 측근조차 "시스타니가 내전을 막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솔직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전쟁 후 정치인들이 매달 그를 방문했지만, 최근 2,3개월 사이에 그를 방문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전했다.

무바예드도 "무크타다와 시스타니의 차이는 매우 크다"면서 "시스타니의 '명예로운 협력'은 더 이상 시아파 민중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라크에 이란처럼 신정체제를 구축하려는 목표는 같지만 시스타니는 이란의 영향과 통제를 받는 신정체제의 이라크를 원하는 반면 무크타다는 이란과 독립적인 관계에 있는 이라크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바예드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에 대한 견해 차이도 이러한 입장 차이에서 비롯됐다 "고 지적했다.

"미군, 이라크 대부분에서 통제력 잃어"

내전 사태의 와중에 미군의 피해도 계속되고 있다. 8월에만 적어도 65명의 미군이 사망했다. 그 중 36명이 바그다드 서쪽 알-안바르 지방에서 사망했으며,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군의 총 사망자 수는 최소한 2642명에 달한다.

특히 민간 국제통신 <IPS>는 "알-안바르 지방에서 미군은 통제력을 상실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라크 주둔 연합군 사망자는 알 안바르에서만 964명에 달해, 두 번째로 많은 사망자를 낸 바그다드(665명)를 크게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방은 이라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이며, 특히 반군 활동이 치열한 팔루자, 라마디 등의 도시를 포함하고 있어 이 지역에 대한 통제를 잃었다는 것은 사실상 이라크 대부분에 대해 통제력을 상실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군이 이라크의 치안을 확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치안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팔루자의 역사학자 아메드 살만은 <IPS>와의 인터뷰에서 "요르단과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계를 이루는 알-안바르 지방에서 반군의 활동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 계속될 것"이라면서 "미군은 대대적이고, 폭력적인 군사작전을 벌여 주민들을 많이 죽이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의 목표에도 반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알-안바르 지방은 사실상 반군이 장악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미군이 인심을 잃었다는 것이다. 라마디의 정부 관료인 아부 갈리브는 "시장이 무슨 일을 하려면 저항세력의 승인을 얻어야 했다"면서 "그런 절차를 중단하자, 저항세력은 그에게 사형선고를 내려 지금은 미군의 보호 없이는 꼼짝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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