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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개시한 공정위원장, '신고식' 톡톡히 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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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활동 개시한 공정위원장, '신고식' 톡톡히 치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의원들과 설전

  국내에서 경쟁법 분야의 최고 전문가라는 평가와 함께 지난달 취임하자마자 재벌 규제에도 강경한 입장을 보여 주목을 받은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면서 '신고식'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권 위원장은 27일 국회에 첫 출석한 자리에서 법 지식에 대한 자부심을 내세우는 발언을 했다가 설전이 벌어지는 바람에 의원들과 서로 얼굴을 붉혀야 했다.
 
  권오승 위원장 "법에 대해서는 내가 더 잘 안다"
 
  이날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이승희 민주당 의원은 "학자 출신이 장관으로서 성공하기 힘든 이유는 해당 업무에 대해 자신이 가장 잘 안다는 생각 때문"이라면서 "겸손한 자세로 남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훈계성 발언으로 권 위원장에 대한 질의를 시작했다.
 
  그 뒤 이 의원은 10분으로 주어진 발언이 끝날 때까지 "공정거래법 상 중요한 규제대상인 기업집단, 지주회사, 자회사 등의 정의는 본법에 있어야 하는데 시행령에 있어 법의 권위를 훼손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반복했다.
 
  이에 대해 권 위원장은 "공정거래법은 매우 전문적이고 특수한 법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반박하며 이 의원의 발언을 일축했다.
 
  '발끈한' 이 의원은 마이크가 꺼진 상태에서도 계속 "중요한 사항을 법에 규정하지 않은 게 어째서 별 문제가 아니냐"고 계속 권 위원장을 몰아세웠다.
 
  그러나 권 위원장은 "이 의원의 지적한 내용은 본질적으로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라면서 "법에 대해서는 내가 더 잘 알고, 법에 대해서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고 정면으로 맞섰다.
 
  이 의원은 "앞에서 '자신이 가장 잘 안다는 생각'이 실수를 하게 만든다고 경고했는데도, 오만불손한 태도를 보인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권 위원장도 이 비난을 참지 못하고 "오만하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며 "법에 대해서는 내가 더 잘 안다"고 법학자 출신다운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이명규, 유승민 등 한나라당 의원까지 가세해 "권 위원장의 발언은 부적절하다"면서 "남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라"고 공격하고 나서자 결국 권 위원장은 이승희 의원에게 공식 사과했다.
 
  참여연대 "기업의 애로 해소 명분으로 재계 요구 하나씩 받아들이나"
 
  이에 앞서 권 위원장은 재계와의 첫 만남에서 한 발언으로 27일 참여연대로부터 경고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권 위원장은 25일 취임 후 처음으로 재계와 만난 자리인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 조찬간담회에서 "지주회사의 요건 완화에 대해 7월 구성되는 태스크포스에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재계는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비율을 상장회사의 경우 현재 30%에서 20%로 낮춰줄 것을 줄기차게 요청해 왔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공정위가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유도에만 의미를 둔 결과, 정작 지주회사제도의 정책 목적 자체를 무력화시킬 위험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24일 입법예고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요건은 현행 100%에서 200%로 상향조정된다"면서 "여기에 재계의 주장대로 지주회사의 자회사의 지분 요건 비율마저 현행 30%에서 20%로 낮추게 된다면 지배주주의 지배력확장과 사익추구라는 재벌체제의 문제점은 고스란히 남은 채 그 구조만 피라미드 형태로 재편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참여연대는 "더군다나 재벌규제 정책 전반을 재검토할 7월의 '시장경제 선진화 TF'의 작업이 채 시작하기도 전에 신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재벌들의 이러한 '집단이기주의적 요구'에 대해 면전에서 단호하게 'No'라고 말하지 못하고 이를 검토하겠다는 식의 태도를 취하는 것은 권 위원장이 기대와 달리 취임 한 달 만에 기업의 애로를 해소한다는 허울좋은 명분 하에 재계의 요구를 하나씩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한 우려를 갖게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따라서 지주회사 제도의 요건 완화는 7월의 '시장경제 선진화 TF'의 검토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조 교수 "보완장치 없는 지주회사 요건 완화는 개악"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김상조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28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지주회사는 자회사의 지분을 보통 100% 보유하는데, 그 이유는 지주회사가 8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한 자회사에게 연결납세제를 적용하도록 허용하는 인센티브를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연결납세제도는 한 회사는 이익이 나고 다른 회사는 손해가 났을 경우 두 회사의 손익을 합산해 법인세를 내도록 해 세금 면에서 크게 유리하다"면서 "또 집단소송제가 발달해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다 소유하지 않으면 자회사의 소액주주 문제로 골치가 아파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처럼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되도록 많이 소유하도록 하는 인센티브나 규제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자회사의 지분비율 요건을 더 완화한다면 '허울뿐인 지주회사 체제'가 된다"고 경고했다.
 
  순환출자에 의한 폐해를 막기 위해 재벌의 지배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겠다는 공정위의 노력이 '시너지 효과가 약하다'는 지주회사의 단점과 '탄력적으로 사업조직을 정리해 개편할 수 있다'는 지주회사의 장점을 모두 제거한 '피라미드 지배구조'로 개악되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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