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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직장' 노조가 '철밥통' 비난 피하려면…"

공기업 선진화 정책 토론회…"핵심은 공공성이다"

공기업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다양하다. 높은 급여 수준과 안정적인 고용 덕에 취업 준비생들에겐 '신의 직장'으로 추앙받지만, 같은 이유로 방만 경영과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공기업·공공기관의 개혁은 정권이 새로 바뀔 때마다 들고 나오는 '단골 레퍼토리'지만 공공성에 대한 고민보다는 경제적 논리에 치우치는 경우가 많고, 이에 반대하는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목소리는 '귀족 노조'라는 인신공격성 비난에 묻히기 십상이다.

이명박 정부 역시 집권 초부터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개혁'에 나섰다. 임기초 공공기관장 물갈이부터 시작해 통폐합 및 민영화, 초봉 삭감 등 공기업의 방만 경영에 대한 비판 여론을 등에 없고 거침없는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공기업 노동자들도 개인에 따라 최대 300%까지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고 '정년 연장 없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등의 조치를 예고하고 있어 노조의 거센 반발도 불러오고 있다.

"공공기관 선진화 목적은 '개혁'이 아닌 '민영화'"

민주당 김영환 의원과 전국공기업노동조합연맹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 진단과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의 성격상 이명박 정부의 선진화 정책에 대한 성토와 비판이 줄이었지만, 노동조합 스스로도 공공재의 수혜자인 시민사회와의 연대 등을 통해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따랐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주제 발표에서 "공공기관 선진화는 방만경영 및 도덕적 해이에 대한 대중적인 반감을 자극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임기 말까지 강력하게 추진할 유인을 갖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공공기관 종사자와 노동조합에는 생존권 위협과 경제적 지위 하락, 시민사회에는 공공서비스의 질과 공공성 약화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노 부소장이 지적하듯 정부의 선진화 정책이 갖는 한계는 구조조정과 민영화 등 '효율'에만 집착하고 공공성을 유지하려는 고민이 드러나지 않는 데 있다. 산업별 시장구조나 재화의 성격 등을 꼼꼼히 살펴 경제적인 합리성과 보편적 서비스 제공이라는 두 측면을 고루 만족하는 방안보다 민영화에서만 해법을 찾고 있는 것이 그 예다.

효율에만 집착하는 선진화 정책은 형평성 문제를 불러오기도 한다. 정부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취지로 2008년 공무원 정년을 60세로 연장한 바 있지만 이번에 도입하겠다고 밝힌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이 전제되지 않아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할 뿐 아니라 차별 논란까지 불러왔다.

박주현 시민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좀 더 나아가 선진화 정책의 목적이 '개혁'이 아닌 '민영화'에 있다고 못 박았다. 박 소장은 "70조 원 규모의 감세 정책과 4대강 사업들의 재정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부족한 돈을 메꾸기 위한 해결책이 공기업을 매각하는 것"이라며 "촛불집회에 참여한 국민들이 공공성에 대해 조금씩 자각하고, 이후 금융위기가 닥쳐 매각 작업이 지연되면서 주춤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토론회에는 공공기관 선진화를 주도하는 기획재정부의 안병주 공공정책국 경영혁신과장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안 과장은 토론자들의 비판에 대해 "민영화와 통폐합 등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이고 선거에서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은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으로 시작했다.

안 과장은 "정부와 다른 의견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정하고 전달하겠다"면서도 "국제적으로 뒤처진 공기업 생산성 등을 고려하면 (토론자들이) 한쪽 편에만 지나치게 치우쳐 있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그는 국부 유출 논란이 일었던 인천국제공항 민영화를 예로 들면서 "국제적인 공항 허브로서 환승률이 떨어지는 점 등을 고려하면 노선이 많은 외국 기업과의 제휴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노조, 공공 부문 존재 이유 설득하는 노력 필요해"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노조도 새로운 활동 방향을 모색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주현 소장은 "이명박 정부가 (선진화 정책으로) 한 일이 있다면 노조가 공공성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한 것"이라며 "공공노조는 공공성을 지지하는 국민을 믿고 공공성을 입증함으로써 자신의 존재이유와 확대필요성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은수미 연구위원도 "단기적으로는 공공부문의 역할 문제가 노사관계를 통해 해결하기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이것을 포기할 경우 노조는 존립할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며 동감했다.

은 위원은 노동조합의 변화 방향으로 전임자의 역할을 사업장 전체 노동자들의 고용조건과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한 상담 업무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노조가 비정규직의 문제까지 끌어안고 지원할 때 대표성이 자연스럽게 확대될 수 있다는 논리다. 또한 공기업이 제공하는 공공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을 파악하는 노력을 통해 공공부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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