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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건 '음식'이 아니라 '플라스틱'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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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건 '음식'이 아니라 '플라스틱'이잖아"

[화제의 책] 〈먹지마, 똥이야!〉

30일 서울시 교육청은 2005년 비만 학생이 전년도에 비해 2만 명 가까이 늘어난 사실을 공개했다. 게다가 서울지역 초·중·고교생 100명 중 한 명은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는 '고도 비만'이다. 갈수록 아이들의 허리둘레가 늘어나는 것을 그냥 두고 봐야 할까? 이런 상황에서 패스트푸드를 '비만의 원흉'으로 지목하는 책이 출간돼 주목된다.

〈먹지마, 똥이야!〉(노혜숙 옮김, 친구미디어 펴냄). 이 책의 저자는 지난 2004년 30일 동안 맥도날드 햄버거만을 먹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고스란히 다큐멘터리 영화로 옮긴 〈슈퍼 사이즈 미(Super Size Me)〉로 충격을 줬던 모건 스펄록이다. 그는 이 책에서 작심한 듯 훨씬 더 신랄하게 패스트푸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는 더 많이 먹도록 길들여졌다**

미국은 '비만의 제국'이다. 미국 성인의 65%는 과체중이고 30%는 비만이다. 특히 1990년대에 비만 인구가 급증해서 10년 만에 12%에서 21%로 거의 두 배가 됐다. 가장 심각한 것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비만이다. 2004년 9월 현재, 여섯 살과 열여덟 살 사이의 미국 어린이·청소년의 16%, 즉 9000만 명이 비만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 됐는가?

스펄록은 패스트푸드에 강한 혐의를 둔다. "미국을 뚱뚱하게 만든 가장 큰 원인으로 생각하는 것은 패스트푸드 산업의 부흥이다. 미국인들이 갑자기 뚱뚱해진 것과 패스트푸드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기가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기 때문이다. (…) 1970년에 미국인들은 패스트푸드점에서 62억 달러를 썼다. 그런데 2004년에는 1240억 달러를 썼다. 20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렇게 패스트푸드 산업이 부흥하는 데에는 맥도날드 간부 데이비드 월러스틴이 큰 공헌을 했다. 극장에서 팝콘 판매를 촉진할 방안을 궁리하던 그는 팝콘 봉지를 더 크게 만들고 가격을 조금만 더 올리면 판매도 늘 뿐만 아니라 콜라의 판매도 덩달아 늘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른바 '슈퍼 사이즈'의 탄생이었다. 패스트푸드 산업은 이 요술을 너도나도 활용했다.

결국 맥도날드 초창기 200㎈ 정도였던 '프렌치프라이(감자튀김)'의 사이즈는 '스몰'이 됐고, 그 위로 세 단계나 큰 메뉴가 추가됐다. "우리는 30년 전보다 배가 고프지 않으며, 오히려 몸을 더 많이 움직이지 않는다. 다만 더 많이 먹도록 훈련된 것이다. 더 많이 먹도록 길들여진 것이다. (…) 우리는 실제로 패스트푸드 산업의 실험용 쥐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더 많은 음식을 먹을 뿐 아니라 몸에 나쁜 음식을 먹고 있다."

***패스트푸드는 '음식'이라기보다는 '플라스틱'이다**

여전히 패스트푸드가 나쁜 음식인지 반신반의하는 이들을 위해서 스펄록의 설명을 더 들어보자. 예를 들어 패스트푸드점에서도 햄버거뿐만 아니라 온갖 신선한 야채로 된 샐러드도 파는데 무조건 나쁜 음식이라고 딱지 붙이는 건 잘못된 것이 아닐까, 이런 질문에 대해 스펄록은 다음과 같이 명쾌한 답을 내놓는다.

"(온갖 소스가 들어 있는) 맥도날드의 한 샐러드는 450㎈이며, 그 중 56%는 지방이고, 26%는 포화지방이므로 치즈버거보다 포화지방 비율이 더 높다. (…) 어째서 모든 패스트푸드는 '건강한' 샐러드까지도 지방과 당분과 염분이 그렇게 많은 것일까? 그래야 맛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실험실 쥐들이 먹이가 나오는 레버를 밀어내는 것처럼 우리도 계속해서 질리지 않고 패스트푸드를 찾기 때문이다!"

프렌치프라이 역시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맥도날드는 몬산토와 함께 살충 기능을 갖춘 유전자 조작 감자를 생산했다. 맥도날드는 이 유전자 조작 감자의 가장 큰 구매자였다. 2000년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이 확산되면서야 맥도날드는 이 감자의 구매를 중단했다. 맥도날드가 없어지자 몬산토도 이 감자의 생산을 중단했다. "1990년대 후반에 유해 감자로 만든 맥도날드 프렌치프라이를 소비자들이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마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유전자 조작 감자를 안 쓴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맥도날드가 감자를 대량으로 구입하는 아이다호 주의 한 농장. 직접 감자 농사를 짓는 한 농부는 "다양한 살충제, 농약, 제초제, 화학비료, 살균제와 함께 현재 사용되는 가장 유독한 종류로 알려진 화학물질을 감자에 살포한다"고 증언했다. 화학물질 범벅의 패스트푸드는 스펄록이 보기에는 '음식'이라기보다는 '플라스틱'에 가깝다.

이런 스펄록의 단언은 그냥 말이 아니다. 버몬트 주에 사는 매트 말그랜은 1991년 우연히 맥도날드에서 치즈버거를 두 개 사서 하나를 외투 주머니에 넣고 깜박했다. 1년 후 그 외투를 다시 꺼내 입었을 때 그가 발견한 것은 말라서 원상태 그대로 보존된 치즈버거. 말그랜은 이렇게 말한다.

"빵은 시간이 지나면서 딱딱해졌지만 나머지는 거의 원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가장 놀라운 것은 고기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형태와 색깔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 뒤로 패스트푸드점에 발을 끊은 그는 아예 1년에 하나씩 일종의 기념물로 '플라스틱' 패스트푸드를 수집한다. 그의 수집 목록에는 1991년도 맥도날드 치즈버거 외에도 1992년도 맥도날드 빅맥, 1993년도 버거킹 햄버거 등이 올라 있다.

***수저를 들고 투표를 하자**

세상이 변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산업을 대상으로 한 각종 소송이 잇따르면서 굼뜬 정치인들도 이 산업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을 절감하기 시작했다. 비만 관련 질병으로 매년 1170억 달러에 육박하는 의료비 부담에 시달려 온 정부도 맥도날드로 하여금 그 부담을 덜게 하는 방법을 조심스럽게 모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펄록은 여전히 최선의 방법은 소비자, 시민, 부모, 교수, 즉 개개인들이 습관과 생활방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믿는다. 개인이 변화하면 공동체와 지역 전체가 변화한다는 것. "거대 식품회사들은 모두 압력단체를 갖고 있으며 엄청난 돈을 들여서 정치인을 호도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일하는 압력단체가 되어야 한다. 소비자, 시민, 부모로 구성된 압력단체가 되어서 우리의 힘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제 우리 모두 수저를 들고 투표할 준비를 하자."

다큐멘터리 영화와 마찬가지로 신랄하면서도 재기발랄한 이 책은 그간 나온 패스트푸드 산업 비판 책들의 내용을 한 번에 정리하는 과외의 소득도 안겨준다. 이 책의 내용이 이미 번역된 에릭 슐러서의 〈패스트푸드의 제국〉(김은령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그렉 크리처의 〈비만의 제국〉(노혜숙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 등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원제(Don't eat this book)와 다른 이 번역서의 책 제목은 눈에는 잘 띄지만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스펄록의 설명을 그대로 따르자면 패스트푸드는 '똥'보다도 못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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