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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구조조정본부를 전략기획실로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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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구조조정본부를 전략기획실로 개편

중장기 전략 수립 조직으로…인맥은 불변

마치 '재계의 청와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의 명칭, 기능, 조직규모가 변경됐다.

삼성그룹은 8일 구조조정본부에 대한 개편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명칭을 '전략기획실'로 바꿨고, 1실5팀 체제를 3팀 체제로 축소했으며, 인력규모를 147명에서 99명으로 33% 줄였다는 것이다. 그룹과 계열사 전반의 경영 현안들을 일일이 챙기던 구조본의 기능도 중장기 전략의 수립, 신사업의 발굴, 핵심가치의 창출 등 전략수립 위주로 변경됐다.

구조본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구조조정위원회'도 '전략기획위원회'로 명칭이 변경됐다. 전략기획위원회는 앞으로 계열사의 경영 현안에 대한 간섭을 자제하고 그룹의 중장기 전략을 협의하는 역할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위원 수도 구조조정위원회는 11명이었지만 전략기획위원회는 9명이다.

한편 구조본 산하에 있었던 법무실은 사장단 협의회인 '수요회' 산하로 이관됐다. 법무실은 그간 안기부 'X파일' 사건, 삼성SDS 신주인수권부 사채(BW) 증여세 부과 소송, 공정거래법 일부 조항에 대한 위헌소송 등을 주도함으로써 국민들 사이에 '삼성공화국론'을 확산시켰다.

***구조본의 해체가 아니라 재탄생**

삼성은 "구조본의 조직과 기능을 대폭 축소해 전략기획실로 바꾼 것은 국민여론을 수용해 내놓은 '2.7 조치'의 후속조치"라며 "이번 개편에 따라 신설되는 전략기획실은 삼성의 미래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중장기 대응전략 수립을 주된 업무로 해나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1959년 삼성의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이 만든 삼성그룹 비서실이 '문어발식 확장'의 중심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1998년 4월 구조조정본부로 재탄생했던 것과 비슷하게, 구조본도 이번에 '기형적인 황제경영의 본산'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전략기획실로 탈바꿈하게 됐다.

삼성 구조본은 그간 삼성그룹이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삼성 구조본은 법적 실체가 없는 폐쇄된 조직 구성과 총수 1인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로 인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특히 최근 삼성 구조본이 불법 대선자금 제공, 안기부 'X파일' 사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등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시민사회 등을 중심으로 구조본의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마저 높아져 왔다.

***反삼성 여론 해소와 동시에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도 대처**

삼성의 이번 조치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2월 7일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약속한 5대 조치들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이번 구조본 개편의 내용은 지난번 '2.8 조치'에서 삼성이 발표한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반면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밝혀 온 사람들은 이번 구조본 개편이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면피용' 조치가 아닌지를 확인하려면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로 탄생한 삼성의 전략기획실은 사실상 기존 구조본의 조직이나 인력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인력규모의 감소도 법무실이 구조본에서 분리되었으니 당연히 뒤따른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삼성은 이번 구조본 개편을 통해 '反삼성 여론'을 해소하는 동시에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데 필요한 핵심기구를 마련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모든 기업은 경영의 방향타 역할을 할 핵심 기구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는 개별 기업 단위에서 그렇다는 것이며, 재벌그룹 전체에도 그런 조직이 필요한지는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게다가 삼성 구조본의 경우 법적인 실체와 책임소재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이건희 친위대'의 역할을 하면서 재벌경영의 폐해를 오히려 키워 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삼성의 이번 구조본 개편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지배구조의 건전성을 회복하는 개혁으로 이어질 것인지를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구조본 개편에 따른 인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삼성 전략기획위원회 △위원장 이학수 삼성전략기획실 부회장 △위원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순택 삼성SDI 사장, 이수창 삼성화재 사장, 유석렬 삼성카드 사장,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 이상대 삼성물산 사장, 이종왕 삼성법무실 고문, 김인주 삼성전략기획실 사장

◇ 삼성 전략기획실 △실장 이학수 △사장 겸 전략지원팀장 김인주 △기획홍보팀장(부사장) 이순동 △인사지원팀장(부사장) 노인식 △전략지원팀 경영지원담당(부사장) 최광해 △전략지원팀 경영진단담당(부사장) 최주현 △기획홍보팀 기획담당(부사장) 장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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