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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임은 내게"…이건희 회장의 행보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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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임은 내게"…이건희 회장의 행보에 주목한다

[기자의 눈] "비대하고 느슨해진" 삼성…해법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귀국이 그야말로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이 회장이 해외에 체류했던 5개월 동안 그의 신변과 귀국시기를 두고 수많은 추측과 루머들이 무성했던 만큼 그의 전격적인 귀국 배경에도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허' 찌른 귀국…캐리비안베이 천장 붕괴사고 '옥의 티'**

이건희 회장이 입국하기 전날인 3일 삼성 측은 이 회장이 이탈리오 토리노에서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흘렸다. 따라서 국내 주요 언론들은 앞을 다퉈 회장의 해외체류가 장기화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회장은 신문사들이 쉬는 주말 늦은 시간을 택해 갑자기 귀국했다. 게다가 그는 사전 예고도 없이 급작스럽게 귀국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반(反)삼성 성향의 시민단체들과 일반 시민들의 공항시위를 만나는 '불상사' 없이 무사히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다만 이 회장의 귀국을 불과 서너 시간 앞두고 삼성에버랜드 내의 캐러비안베이 스파의 천장이 붕괴되는 안전사고가 발생해 삼성이 치밀하게 계획한 '조용한 귀국'에 오점이 남게 됐다.

'안기부 X파일'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 4일 미국으로 출국한 이 회장은 그동안 국내에서 귀국설, 도피설, 건강악화설 등 각종 루머가 불거질 때마다 '경영을 구상 중이다', '요양 중이다', '지인들과 만나고 있다'는 등 내용 없는 소식을 알려와 세간의 의구심을 자아냈다. 이 회장이 지난 5개월 동안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많은 재계 관계자들은 지난 5개월 간 이 회장의 신변이나 귀국여부를 둘러싼 논란들이 지속되면서 '걸핏하면 음모를 꾸미는 비밀스러운 기업집단'이라는 삼성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강화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발 부상, 일석삼조의 효과**

4일 휠체어를 타고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건희 회장은 건강상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건강은 좋은데 산책 도중 미끄러져 발을 다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기적으로 절묘한 부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개월이나 귀국을 미룬 이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참석차 이탈리아 토리노로 간다면 '한국경제의 어려운 상황을 외면하면서 외국에는 잘도 다닌다'는 비판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고 총회에 불참하면 'IOC 의원으로서 기본 책무를 다하지 못한다', '부산 IOC 총회 유치,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 등 국가적 이익과 관련된 사안에 소홀하다'는 등의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회장의 발 부상으로 그가 IOC 총회에 불가피하게 갈 수 없게 됐다는, 그럴듯한 명분이 생겼다.

이 회장은 발 부상으로 휠체어를 타기는 했지만 건강에는 이상이 없어 보이는 모습을 언론에 노출함으로써 그동안 세간에 떠돌았던 '건강악화설'을 잠재우는 동시에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었다'는 메시지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또 부상당한 발을 치료한다는 명분으로 자연스럽게 한국으로 돌아올 계기도 만든 셈이다.

***"검찰은 삼성 장학생으로 전락했나?"**

한편 이건희 회장의 귀국으로 '삼성에버랜드 전화사채(CD) 불법 증여'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가속화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세간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 회장을 당장 소환해 수사할 생각이 없을 뿐 아니라 출국금지 조처도 취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4일 검찰 수사팀 간부는 "현재 삼성 계열사의 회계자료를 분석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 회장을 소환해 조사할 단계는 아니다"며 "이 회장이 대기업 총수 신분으로 해외에 장기 체류할 상황도 아니고, IOC 위원이기 때문에 출국금지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이 삼성에버랜드 CD 불법증여 사건의 핵심 피고발인인 이 회장에 대해 당연히 출국금지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게다가 이 회장은 대기업 총수 신분임에도 5개월 간 해외에 장기 체류하면서 안기부 X파일 사건에 대한 소환을 거부한 적이 있는 사람이다.

당장 민주노동당은 4일 이 회장의 귀국에 관한 논평에서 "검찰청이 삼성장학생 기숙사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듯하다"며 "5개월 동안 입국을 미루던 이 회장이 오늘 입국한 것은 검찰이 이미 사전에 짜맞추기를 하고 삼성 봐주기 수사를 이번에도 반복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국회 정상화로 금산법, X파일 특별법 등 재논의될 것**

이건희 회장의 귀국과 맞물려 지난 두 달 동안 파행상태였던 국회가 최근 정상화되면서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안과 '안기부 X파일' 특별법 문제 등 삼성에 민감한 사안들이 국회에서 재부각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회는 오는 10~18일에 금산법 개정안을 논의할 재정경제위원회 등 상임위별 일정을 곧 확정하기로 했다. 열린우리당은 지난해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지분(25.64%) 중 5% 초과분인 20.64%를 일정 유예기간 후 처분하도록 하고, 삼성생명의 삼성전자(7.2%) 지분 중 2.2%에 대해서는 의결권만 제한하는 것으로 당론을 정했다. 한나라당은 삼성카드의 지분 초과분에 대해서만 의결권을 제한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노동당은 삼성카드와 삼성생명에 차이를 두지 말고 초과지분을 처분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로부터 그동안 금산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로비를 벌여왔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금산법 개정안이 여야 어느 당의 안으로 확정되든 삼성에버랜드에서 시작해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카드를 거쳐 다시 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삼성의 순환출자 구조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제3의 민간기구로 하여금 옛 안전기획부의 불법 도청 테이프에 대한 공개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X파일 특별법 제정 여부 등이 다시 국회에서 부각되면 삼성이 입을 타격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모든 책임은 다 나에게"…이 회장의 해법은?**

재계 관계자들은 이건희 회장이 귀국을 결정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그동안 이 회장의 장기 공석에 대한 대내외적 우려가 증폭되면서 그 모양새가 보기 좋지 않을 뿐더러 그런 우려가 삼성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무시 못 할 만큼 커졌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 회장 본인이 삼성에버랜드 CD 불법증여 사건에 대한 수사, 금산법 개정안의 처리 문제, X파일 특별법의 도입 여부, 삼성차 채권단의 소송 및 정부의 생명보험사 상장 추진 방침, 2월 말로 예정된 삼성전자 주주총회 등 국내에 산적한 중요 사안들을 '원격경영'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이 회장이 한국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기업 총수로서 이런 사안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삼성을 위기에서 건져 올릴 돌파구를 마련할 지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은 귀국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지난 1년간 소란을 피워 죄송하다"며 "모든 책임은 나 개인에게 있다"고 말했다.

또 이 회장이 "국제경쟁이 하도 심해 상품 1등 하는 데만 바짝 신경을 쓰다 보니 국내에서 삼성이 비대해져 느슨해진 점을 느끼지 못했다"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이 회장이 이번 귀국을 계기로 삼성의 내부조직을 잘 단속하고 그동안 비판받아온 삼성의 문제점들을 해결함으로써 '삼성공화국'이라는 말로 상징되는 우리 사회의 삼성 발(發) 왜곡구조를 풀어내는 단초를 과연 제공할 수 있을 지에도 국민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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