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새로 마련한 '외환거래 규제완화 방안'이 3월부터 시행된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한마디로 '외화의 유출'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들을 철폐하거나 완화한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 1월 주거용 해외부동산 취득과 개인의 해외투자에 관한 규제를 완화하기로 하는 이른바 '1.6 환율안정대책'을 선보였다.
이번 '외환거래 규제완화 방안'은 '1.6 환율안정대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국내 거주자의 주거용 해외부동산 취득에 대한 규제를 완전히 철폐했고, 개인투자자의 해외직접투자 한도도 없어졌다. 또 수출대금을 국내로 반입하도록 하는 규정도 완화됐고, 외국환은행들의 외국환포지션 한도도 확대됐다.
정부는 외환시장의 가장 큰 불안요소가 '달러의 초과공급으로 인한 외화수급 불균형'이라고 보고, 위와 같은 방안들을 통해 달러 과잉 상태를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에 넘쳐나는 달러를 외국으로 내보내거나, 외국의 달러를 아예 국내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거나, 외환시장의 외연을 확대해 역외 환투기 세력의 공격에 대한 내성을 강화함으로써 외환시장의 동요를 막겠다는 것이다.
***달러야 나가 놀아라**
정부는 크게 네 가지 조치들을 통해 국내의 과잉 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가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주거용 해외부동산 취득의 자유화 = 그동안 100만 달러 한도 내에서만 가능했던, 국내 거주자의 주거용 해외부동산 취득이 전면 자유화됐다. 귀국일로부터 3년 이내에 해외부동산을 처분해야 했던 규정도 없어져 사실상 해외부동산을 보유하고 이를 투자 목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 조항은 지난해 7월 이후 주거용 해외부동산을 취득한 사람들부터 소급 적용된다. 정부는 투자 목적의 해외부동산 취득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해외직접투자 규제의 완화 = 1000만 달러로 규정돼 있던 개인의 해외 직접투자 한도가 철폐됐다. 또 정부는 국내외 대형 자원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한국은행의 외화대출 연계 통화스왑도 활성화하고, 수출입은행의 자금 지원도 확대할 예정이다. 이밖에 정부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내국인들이 은퇴한 후 이민해 살 수 있는 실버타운을 건설하는 등 서비스형 해외투자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해외 포트폴리오 투자 활성화 = 해외 펀드에 대한 국내 펀드의 투자액 한도가 펀드 총액의 5%에서 20%로 확대되고, 재간접투자기구(펀드 오브 펀드)가 외국 자산운용사의 펀드에 맡길 수 있는 투자액 한도도 자산총액의 50%에서 100%로 상향조정됐다. 개인투자자가 투자할 수 있는 외국증권에 대한 제한도 모두 폐지됐다.
◇국세청 통보기준 완화 = 국내 거주자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줬던 국세청 통보기준도 크게 완화됐다. 그동안에는 20만 달러 이상의 해외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 국세청에 통보해야 했지만, 이 기준이 이달부터 30만 달러로 완화됐다. 해외예금 신고기준도 연간 1만 달러에서 5만 달러로 완화됐다. 또 골프장, 콘도 등 해외시설물 이용권의 취득신고 기준도 기존 5만 달러에서 10만 달러로 상향조정됐다.
***수출로 번 달러 국내로 반입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기업들이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달러를 꼭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해외에서 바로 운용하도록 한 것도 이번에 정부가 마련한 달러 과잉공급 해소방안 중 하나다.
◇수출대금 국내반입 의무의 완화 = 종전에는 기업들이 대외채권(수출채권)이 건당 10만 달러만 넘으면 국내로 들여와야 했지만, 이달부터는 건당 50만 달러를 넘지 않으면 국내로 회수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수출대금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해외에서 바로 운용할 수 있게 됐다.
***외환시장의 외연 확대할 것**
외환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가져다줄 이같은 방안들 외에 정부는 외국 환투기 세력의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우리 외환시장의 덩치를 키운다는 구상을 밝혔다.
◇외국환은행들의 외국환포지션 한도 확대 = 외화자산과 외화부채의 차액인 외국환포지션 한도도 자기자본의 20%에서 30%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외국환은행들의 외환 운용 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무역수지 흑자를 자본수지 적자로 상쇄할 것"**
정부는 이번 외환자유화 조치의 모델로 일본 외환시장을 들고 있다. 권태균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일본은 지난 2004년 4월 이후 외환시장에 개입한 적이 없는데도 엔화 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해외 포트폴리오 투자가 많아 경상수지 흑자를 커버할 정도로 자본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무역수지 흑자로 국내에 과잉 공급된 달러들을 자본수지 적자를 통해 해외로 내보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마련한 이같은 구상은 환리스크의 상승과 외환당국의 통제력 감소를 필연적으로 초래하는 '양날의 칼'과 같다. 따라서 이번 외환자유화 조치로 우리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줄어들지, 아니면 오히려 더 커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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