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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에 북한쪽 백두산 시범관광 가능"

[인터뷰] 김종민 한국관광공사 사장

한국관광공사가 안팎으로 시끌시끌하다.

밖으로는 서남해안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개발사업인 'J프로젝트'의 출범, 1월 말 개장한 카지노 '세븐럭'을 둘러싼 잡음 등으로 이미 연초부터 여러 차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최근에는 정부가 금강산 관광 진흥을 위해 관광공사에 대출해준 남북협력기금 900억 원의 상환조건을 완화해주기로 하면서 다시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

그런가 하면 개방형 본부장 선임, 투명경영 선언, 사내 수유실 운영 등 관광공사 내부의 다양한 변화도 눈길을 끌고 있다. 관광공사가 추진 중인 북한관광 관련 사업 중에서는 중국이 아닌 북한 쪽에서 백두산에 오르는 '백두산 관광사업'이 벌써부터 국민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프레시안〉은 지난해 4월 취임한 김종민 관광공사 사장을 만나 공사 안팎에서 거론되는 이야기들의 진실을 들어보고, 더불어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현황 및 전망도 살펴보았다.

김종민 사장은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1년 세계도자기엑스포를 성공리에 수행한 문화·관광 전문가다. 1996~98년에는 문화체육부 차관을 지냈고, 2004년부터는 명지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에 초빙교수로 있기도 했다.

***"관광산업은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산업"**

프레시안: 지난해 취임 후 관광산업(TI, Tourism Industry), 관광 테크놀로지(TT, Tourism Technology), 인트라바운드(intrabound)와 같은 새로운 개념들을 도입해 한국관광공사 혁신을 주도해 온 것으로 안다.

김종민: '관광산업'이라고 '산업'을 강조한 것은 관광을 경제적·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다. 관광의 경제적 효과는 엄청나다. 관광 종사 인구가 농업 종사 인구보다 많은 330만 명이다. 관광으로 벌어들이는 직간접적 수입도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 여러 개가 벌어들이는 수입에 맞먹는다. 이렇게 소득효과가 큰 관광산업은 통계, 과학, 기술 등을 이용해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관광산업은 고도의 지식을 활용해 사람의 마음을 훔쳐야 하는 어려운 산업이기 때문이다.

관광산업은 친화력이 뛰어나다. 어느 산업과도 결합할 수 있다. 관광이 1차 산업인 농업과 결합하면 농촌관광이 탄생한다. 2차 산업인 제조업과도 잘 결합한다. 가령 국내외 사람들이 현대자동차나 삼성반도체 공장을 견학하면 그것도 관광이 된다. 관광은 3차 산업인 서비스 산업과도 물론 잘 결합한다. 게다가 관광은 다른 산업과 결합하는 순간 그 산업을 업그레이드하는 효과까지 낳는다. 1차 산업은 1.5차 산업, 2차 산업은 2.5차 산업으로 업그레이드된다. 이런 시너지 효과로 더 많은 소득을 창출하고 국민들을 풍요롭게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관광산업은 대단히 중요하다.

문제는 관광산업과 다른 산업을 어떻게 잘 결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느냐인데, 바로 이것이 '관광 테크놀로지(TT)'의 개념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관광 테크놀로지는 대기업 수십 개에 맞먹는 가치를 지닌다. 우리도 관광 테크놀로지를 잘 키워 나노 테크놀로지(NT), 바이오 테크놀로지(BT), 문화 테크놀로지(CT), 환경 테크놀로지(ET) 등과 같은 반열로 끌어올려야 한다.

세 번째 개념인 '인트라바운드'는 인바운드(inbound), 아웃바운드(outbound)와 구별되는 개념이다. 인바운드가 외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관광객을, 아웃바운드가 국내에서 외국으로 나가는 관광객을 가리킨다면 인트라바운드는 국내를 관광하는 국내 관광객들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국내로 여행 오는 외국인들보다 많아 관광수지 적자의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해에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602만 명, 해외로 나간 한국인 관광객은 1007만 명이었다. 이에 따른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한국에 관광하러 오는 외국인들의 수를 늘리고 해외로 여행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국내로 돌리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사이의 간극을 메워주는 인트라바운드의 개념이다. 작년 우리나라의 인트라바운드 규모는 4억5000만 명으로 성장했다.

프레시안: 이런 개념들이 조직 내에서는 어떻게 구현되고 있나?

김종민: 이런 개념들을 구체화시킨 것이 3R이다. 3R은 조직·인사·경영을 모두 쇄신한다는 의미의 리폼(Reform), 우리의 모습이나 이미지나 새롭게 바꾼다는 의미의 리뉴얼(Renewal), 우리가 지닌 공간·시설·장비 등을 새로 혁신한다는 의미의 리노베이션(Renovation)을 의미한다. 이를 토대로 인사, 경영, 이미지 쇄신, 공간 재정비 등에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3R의 구체적인 성과는 사람들이 '관광산업이 고용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분야'라고 인식하게 된 것이다. 10억 원 투입시 신규 고용창출 효과는 IT 분야에서는 2명, 일반 제조업 분야에서는 5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관광산업은 10명의 고용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이렇게 고용창출 효과가 큰 관광산업은 '고용 없는 시대'에 대한 정책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관광산업은 희망산업이다.

***"고객만족은 신뢰에서, 신뢰는 투명성에서"**

프레시안: 취임 후 개방형 이사 선출, 면세사업단의 윤리경영 선언, 수유실 설치·운영 계획, 공기업 투명사회협약 서명 등 여러 가지 눈에 띄는 변화들을 보여줬다. 그간 힘들었던 일은 없었나?

김종민: 제일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다. '돈이나 명예를 잃으면 회복할 수 있지만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다'는 말이 있다. 공기업이 투명성을 잃으면 건강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투명성을 확보하는 문제, 특히 절차적인 합리성, 회계적인 투명성, 윤리적 자세를 갖추는 데 많은 신경을 썼다. 투명성 부분이 개선되면서 자연스럽게 고객만족도도 올라갔다. 고객의 만족은 신뢰에서 오고, 신뢰는 투명성에서 온다.

여러가지 변화들이 있었지만 그 중 가장 혁신적인 것은 공기업 사상 최초로 개방형 이사를 선출한 것이다. 본부장 6명 중 관광 테크놀로지를 담당하는 본부장(CTO, Chief Technology Officer), 관광 정보를 담당하는 본부장(CIO, Chief Information Officer), 자금 관리를 담당하는 본부장(CFO, Chief Finance Officer) 등 총 3명을 개방형으로 선출했다. 기존의 관광공사가 신기술 도입, 정보 관리, 수익 산업 등에서 2%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런 라인업을 새로 갖춘 것이다.

외부에서 영입된 강근태 본부장(CFO)은 삼성에서 30년 이상 종사한 유통 분야의 전문가다. 박진 본부장(CIO)은 최근까지 우리나라 환경 IT 분야를 총괄했고, 젊은 시절에는 로또복권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런 개방형 인사에 대해 처음에는 내부 반발이 많았다. 하지만 여러 차례의 대화를 통해 사원들에게 왜 우리에게 이런 개방형 인사가 필요한지를 잘 설명했다. 관광 분야에서는 우리가 최고라는 자만을 버리고 외부 인력을 두루 채용해 조직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동시에 조직에 긴장감을 줘야 한다는 데 대해 지금은 다들 동의하고 있다.

프레시안: 사원들과의 대화 채널이 별도로 마련돼 있나?

김종민: 일단 공사 사원들과는 직접 얼굴을 맞대고 토론을 한다. 취임 초기에는 30명의 분야별 대표들이 사장실에 모여앉아 새벽 3~4시까지 난상토론을 하곤 했다.

8개 국내지사(평양지사 포함)와 28개 해외지사의 사원들과는 이메일을 통해 대화하고 있다. 취임 초기에는 하루에 한 번 의무적으로 이메일을 보내도록 했고, 지금은 일주일에 한두 차례 이메일을 주고받는다. 지금까지 받은 메일만 3000통 정도 되는 것 같다.

***"카지노 '세븐럭' 원래 의도대로 잘 굴러간다"**

프레시안: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인 (주)그랜드코리아레저가 최근 문을 연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 강남점을 둘러싸고 잡음이 많다. 명쾌하게 설명해달라.

김종민: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이 그랜드코리아레저를 공정위에 제소했다. 제소한 이유는 우리가 딜러 등의 인력을 빼돌렸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경력직도 뽑았지만 주로 대학 졸업자들을 대상으로 신규채용을 했다.

사실 세븐럭을 만든 이유 중 하나는 관광산업의 고용창출 효과 때문이다. 세븐럭 강남점, 강북점, 부산점 세 곳이 모두 영업을 개시하면 약 1500명의 인력이 새로 고용된다. 이는 한국관광공사가 50년 동안 채용할 신규 사원 숫자와 같다.

프레시안: 강남점의 일부 시설이 영업을 하지 못하는 데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김종민: 세븐럭은 그랜드코리아레저가 직접 운영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민간에 카지노 허가권을 주는 것으로 오해한다. 우리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영업하기 좋은 곳을 물색해 그곳에 세를 낼 뿐이다. 게다가 우리는 투명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외부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해 한국관광정책연구원의 '영업장 선정 요령'에 의거해 영업장소를 추천하도록 했다.

그런데 문제는 영업장소를 선택할 때 위락시설과 비위락시설을 구별하지 않고 외국인들의 통행량이 많은 곳을 고르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는 사실이다. 보통 위락시설이 아닌 곳도 용도변경을 신청하면 위락시설로 쉽게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븐럭 부산점과 강북점도 원래 위락시설이 아니었지만 1월 초 용도변경 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강남점만 허가가 나지 않았다. 왜 허가가 나지 않았는지 관련 법률을 검토한 후 건물주가 다시 용도변경을 신청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도 허가가 나지 않을 때는 건물주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이미 임대한 공간은 신규사원 교육장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프레시안: 현재 영업중인 강남점은 하루 평균 6000만 원 적자가 난다는데 사실인가?

김종민: 아니다. 자회사의 영업비밀이라 정확한 수치를 말할 수는 없지만 기대 이상으로 순항하고 있다. 현재 목표의 85% 수익이 나고 있다. 지금이 여행 비수기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게다가 대부분의 고객이 외국인 개인 여행자들로서,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건전하게 즐기고 간다.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밤 10시 이후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를 마련해주자는 우리의 애초 의도와 잘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J프로젝트의 핵심은 지속가능성과 인간친화"**

프레시안: 서남해안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개발사업인 이른바 'J프로젝트'에서 개발계획의 수립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잘 진척되고 있나?

김종민: J프로젝트는 전라남도 영광과 해남에 있는 3000만 평의 간척지를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로 개발하는 것이다. 관광공사는 현재 개발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또 사업 타당성 평가에도 착수했다. 여의도의 33배에 달하는 3000만 평 규모의 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개발계획인 만큼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프레시안: J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 문화·관광 전문가로서 김종민 사장의 관광개발 철학이 있다면?

김종민: 관광개발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확실한 컨셉과 테마다. 콘도나 골프장을 짓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되고, 개발 지역의 과거, 현재, 미래를 꿰뚫어 보면서 그 지역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확실한 컨셉과 테마를 마련해야 한다.

두 번째 조건은 지속가능한 개발이다. J프로젝트는 환경 친화적인 개발에 그치지 않고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는 인간 친화적인 개발이 돼야 한다.

한편 J프로젝트가 완료되는 7~10년 후에는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더 진전돼 있을 것이라는 점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J프로젝트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모두 고령자라는 것을 최대한 고려하는 개발이 될 것이다.

마지막 요건은 지역균형발전이다. J프로젝트는 부가 특정 지역에 쏠린 것을 해소하는 선도적인 프로젝트가 돼야 한다. 서울 수준의 사회적 인프라가 J프로젝트 지역에도 구축돼야 하고, 이것이 전국으로 퍼져나갔으면 한다.

프레시안: 서울과 같은 대도시를 영암과 해남 간척지에 짓겠다는 것인가. '지속가능한 개발'과 상충하는 부분인 것 같은데?

김종민: 서울의 고층빌딩을 짓겠다는 것이 아니다. 자연 친화적인 낮은 건물들을 건설해 그 안에 서울 수준의 뱅킹, 통신, 보건상의 편의성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프레시안: 외국에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가 있나?

김종민: 많다. 가령 프랑스 남서부 지중해에 위치한 랑드독 루시옹이란 지역은 원래 늪지로 사람이 살 수 없는 황량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가 20년에 걸쳐 이 지역을 관광도시로 개발했다. 연간 1460만 명(2001년 기준)의 프랑스인들이 해외로 여행 가는 대신 이곳을 찾는다. 바로 이것이 인트라바운드가 안정되면서 아웃바운드가 국내로 들어오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북한 백두산에서는 진짜 백두(白頭)를 볼 수 있다"**

프레시안: 북한 백두산 관광은 어떻게 되고 있나?

김종민: 북한 백두산 관광은 삼지연 비행장을 통해 가는 것이 제일 좋은데, 삼지연 비행장의 활주로와 주변 도로가 많이 낙후됐다. 북한 백두산 관광이 시작되면 약 10만 명의 한국인들이 관광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들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지 않은가. 따라서 활주로와 주변 도로를 새로 포장하기 위해 지난해 우리 정부가 아스팔트의 원료인 피치 8000톤 등을 지원해줬는데, 피치 물량이 부족했는지 활주로 포장이 좀 미흡하게 됐다.

그래서 이번에 정부가 추가로 8000톤의 피치를 지원했다. 활주로 포장 공사가 완료되면 백두산 관광시즌인 6월부터 9월 초 사이에 여러 차례 시범관광을 실시할 계획이다. 시범관광단 인원은 1회당 200명 정도, 관광비용은 중국 백두산 관광비용인 70만 원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예정이다. 북한에서는 물자가 귀하기 때문에 비용이 상대적으로 올라가는 측면이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북한과 협의해야 한다.

프레시안: 북한 백두산 관광이 중국 백두산 관광과 어떻게 다른가?

김종민: 지금 중국 쪽의 백두산에는 드라마틱한 요소가 없다. 차를 타고 백두산 능선을 타고 가다 보면 곧바로 천지연이 나온다. 반면 북한 삼지연에서 백두산까지 40km 되는 거리를 차를 타고 가면 도로에 드리워진 전나무들, 4개의 폭포 등 중국에서 보는 것과 비교가 안 되는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또 우리 백두산을 우리 땅을 거쳐서 간다는 만족감도 있다. 무엇보다도 북한 백두산 관광의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화산이 폭발하면서 백두산 정상에 형성된 하얀 바위들, 즉 백두(白頭)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올해는 중국시장 확장에 주력할 것"**

프레시안: 올해의 주력 사업은?

김종민: 관광공사는 2010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숫자를 1000만 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로 올해 중국시장 공략에 주력할 계획이다. 중국 인구의 1%인 1300만 명만 우리나라를 방문해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이런 사업의 일환으로 이번에 중국에 3개 지사를 연다. 또 우리의 문화 콘텐츠를 중국에 전파하는 데도 힘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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