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의 환율 급락이 달러의 초과공급으로 인한 비정상적 현상이라는 인식 하에 환투기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내국인의 해외투자를 촉진해 달러화에 대한 수요를 진작하기로 했다.
정부는 6일 오전 은행회관에서 권태신 재정경제부 제2차관 주재로 이영균 한국은행 부총재보, 김성진 재경부 국제업무 정책관, 신동식 산업자원부 무역유통심의관 등이 참여한 가운데 환율 관련 비상대책회의를 갖고 "최근의 환율 급락은 일부 투기적 거래와 시장불안 심리로 인한 과도한 쏠림 현상에 따른 것"이라며 "외환시장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 외환 및 금융 당국에 부여된 권한과 역량을 최대한 동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단기적인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당분간 불요불급한 해외차입을 억제하기로 하고, 환투기 행위가 감지될 경우 올해부터 도입된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의 공동검사권을 발동해 엄중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응방안은 환투기를 방지하는 것보다는 해외투자와 관련된 규제를 철폐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됨에 따라 만성화되고 있는 외환 과잉공급 현상을 내국인의 해외투자 촉진을 통해 풀 심산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해외 거주자의 주거용 해외부동산 취득이 쉬워진다. 당장 이날부터 해외부동산 취득 신고처가 한국은행에서 시중 외국환은행으로 바뀌는 등 부동산 취득 절차가 간소화되고 부동산 취득한도도 현행 5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로 확대된다.
또 개인 및 개인사업자의 해외직접투자(FDI)에 대한 규제도 느슨해진다. 당장 오늘부터 해외직접투자 한도가 현행 3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로 대폭 확대된다.
아울러 정부는 '외국환거래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주거용 해외부동산 취득한도와 해외직접투자 한도를 연내에 완전히 철폐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주거용 해외부동산 취득을 위해 송금된 외화가 1000만 달러에도 못 미치고 있어 이번 해외부동산 취득 자유화 조치가 전체적인 외환수급 상황을 뒤바꿀만한 위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직접투자 자유화의 경우도 당장 달러 공급우위 현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나 나중에 자본의 해외 유출 문제가 발생할 때 이를 다시 규제하기가 어렵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정부의 이날 대책 발표에 대한 기대감에 따라 환율이 전일 종가보다 7.7원 높은 995.0원으로 시작해 한때 996.9원으로 상승하는 등 990원대로 복귀하기도 했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장 초반에 당국의 개입으로 보이는 물량도 일부 보이긴 했지만 정부의 환율대책 회의에 따라 매수세가 몰려든 것이 환율급등의 주된 요인"이라면서 "그러나 다시 상승폭이 점차 줄어드는 등 외환시장에 대한 불안심리가 여전하다"고 밝혔다.
한편 재정경제부는 이날 오전 외환시장 대책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그 내용을 보다 자세히 설명했다. 재경부의 황건일 외환제도혁신팀장, 최희남 외화자금과장, 김익주 국제금융과장이 공동으로 답변에 나섰다. 일문일답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일문일답〉
--해외 부동산 취득이나 직접투자 자유화가 갑작스럽게 결정됐는데.
▲이미 2002년 외환자유화 계획을 발표할 때 2006∼2008년 사이에 완전 자유화한다고 대외적으로 공표했다. 단계적인 확대를 내부적으로 검토해왔다.
--이를 외환시장 대응책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나.
▲공급과잉인 달러 유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해외투자가 활성화되고 하면 경상수지에 의한 달러 과잉공급의 불균형이 시정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시장안정 의지와 함께 외환 초과공급을 해소하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해외 주거용 주택 취득 자유화 이후 실적은.
▲지난해 실적은 총 27건, 855만 달러였다. 물론 제도변경 이후인 하반기에 26건이 몰려있어 늘기는 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기대에 못 미친 원인은.
▲지난해 하반기에 미국과 영국에서 부동산 거품론이 부각되면서 수요자들이 꺼리게 된 측면이 있고 감독당국인 한국은행에 신고해야 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은행 신고에서 외국환은행 신고로 절차도 간소화한 것이다.
--해외 부동산 취득 때 외국환은행에 신고하면 거주여부 등에 대한 확인은 어떻게 하나.
▲한국은행 신고수리 때와 동일한 취급지침이 은행에 내려가 있다.
--개인사업자의 해외직접투자 절차는.
▲외국환은행 신고사항이다.
--개인사업자의 100만 달러 초과 300만 달러까지 투자규모는.
▲지난해 11월까지 월평균 1500만 달러 정도다.
--역외시장(NDF)이나 선물환시장의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나.
▲연초 한덕수 부총리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연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외국의 제도도 검토해서 특정 세력에 의해 국내시장이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하겠다.
--올해 금융사나 기업의 외환차입 수요는.
▲외환위기 때 빌린 단기 차입을 전환시켜야 하는 등 차입수요가 꽤 있다. 신고절차를 밟을 때 가급적 국내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도록 협조를 구할 생각이다.
--최근 환율 급락의 원인에 대한 판단은.
▲연초의 외환 공급우위 상황에다 5%의 경제성장률 전망 등의 영향으로 한쪽 쏠림 현상이 있는 것 같다. 또 판단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일부 역외세력이 매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대책의 기본방향은.
▲자본수지 쪽 유출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경상수지에 의한 달러 공급을 상쇄해 외환시장의 수급불균형을 완화하려는 취지다.
--시장개입이 바람직한 것인가.
▲최근 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한쪽 쏠림 현상이 과도하게 발생했다. 정상적인 흐름이 아니다.
--적정환율 수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노 코멘트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