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구 주안역 근처에 있는 송영길 후보 선거사무실은 아침 9시에도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23일에는 눈물만 삼키고, 진정한 盧 추모는 6월 2일에"
"야당에서 '정권 심판론'이 나오니까 한나라당이 역심판론'을 제기하고 있다. 선거 구도를 어떻게 보나?"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 이명박'의 구도로 만들려고 하는데, 그런 구도에 반대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중간 심판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이 의도하는 프레임에 빠져서는 안 된다. 저는 그래서 23일도 조용하게 추모하자는 입장이다. 진정한 추모는 눈물을 삼키고 6월 2일에 하자. 지난해 5월에 우리가 고민했던 게 뭔가. 촛불도 그렇지만, 선거 때 투표를 하지 않으면 공정택이 당선되고 주경복이 떨어진다. 제도 권력을 바꾸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 원상 복구되는 것 아니겠나. 그 때 500만 명이 추모했지만 500만 명이 추모만 하고 끝나선 안 된다. 또 '지못미'가 안 나오게 하기 위해 6월 2일 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정치 보복에 의한 살인이냐 아니면 비리 혐의를 못 견딘 전직 정치인이 자살한 것이냐. 이것에 대해 국민 배심원이 판결을 내려야 한다. 그래서 5.23 1주기는 조촐히 기념하고, 본 추모는 6월 2일로 연기하자는 것이다."
▲ 민주당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 ⓒ프레시안(박세열) |
"한나라당의 '역심판론'이 안 먹힐 것 같나?"
"한나라당이 우리를 심판한다는데, 우리는 이미 국민들로부터 심판 당했다. 대선 때 패배했고, 총선 때 패배했다. 그것도 모자라 죽은 권력을 칼질해서 대통령을 정치 보복 살인으로 죽인 것 아닌가. 육체적 생명까지 죽여 놓고, 정치적 생명까지 또 죽이려고 심판하겠다는 것인가. 4번이나 뼈다귀 해장국을 끓여먹고 있다. 이미 지난 2년 반 동안 자기들이 무한 책임을 지고 정권을 운영해왔다. 이제 자기들이 심판 받을 때다."
최근 정국을 달구고 있는 현안에 대한 질문도 던졌다.
"천안함 사고가 난 곳이 인천이다. 이 사태는 어떻게 보나?"
"천안함 사태의 성격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국가안보재난관리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되고 침몰한 사건이다. 두 번째는 남북관계 관리에 실패해서 정치적 무능력을 드러낸 사건이다.
"설명을 한다면?"
"남북 간 군사회담도 안되고 긴장만 그대로 고조 유지시키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가고 있다. 이 두 가지가 겹쳐 있다. 46명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현 정권 아닌가. 그 사람들이 보이는 적과 교전하다 죽은 것도 아니고 영문도 모르고 죽은 것인데, 정부여당은 그 사람들을 영웅으로 만들고 자기들의 책임은 뒤로 빼는 비겁한 정치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심판도 필요하다. 이것을 가지고 선거에 악용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자기네들에게 불리한 요소다. 중앙당에서 정리를 정확히 못하고 있는데 저는 단호하게 이 두 가지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
"유시민,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분명한 메시지 내놓아야"
지난 주말 수원, 인천 등지를 다니는 동안 수도권 야권표 결집이 피부로 느껴졌다. 한나라당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것도 느껴졌고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뛰는 후보들은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했다.
"수도권이 한 선거구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런 느낌이 실제로 드나? 이를테면 경기도의 '유시민 효과'가 인천에도 영향을 미치나?"
"경기도처럼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인천과도 상호 영향을 미친다. 송영길은 민주당의 정통 적자다. 그러니 민주당 입장에서는 인천에 좀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유시민 효과는 나쁠 게 없다. 20, 30대 결집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기도만 보면 역으로 (민주당의 상실감 등) 반사 작용도 있을 수 있다. 유시민 후보는 김진표 최고위원을 지지했던 민주당 세력들을 추슬러 내어야 승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유시민 효과가 플러스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 점을 소홀히 하면 민주당 분들이 차마 김문수 후보를 찍지는 않겠지만, 소극적으로 선거에 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유시민 후보는 김진표 최고위원을 지지했던 민주당 세력들을 추슬러 내어야 승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을 소홀히 하면 민주당 분들이 차마 김문수 후보를 찍지는 않겠지만, 소극적으로 선거에 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프레시안(박세열) |
"민주당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유시민 후보를 두고 '호랑이 새끼를 키워줄 거냐'는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지난해 양산 재보선 당시 송인배 후보가 나왔다. 제가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양산에도 민주당 전통적 지지자들이 많은데, 그 분들이 '송인배 당선되면 친노신당으로 갈 건데 민주당이 왜 지지해야 하느냐'는 얘기를 많이 했다. 그래서 제가 송인배 후보에게 전화해서 '선거에 당선되더라도 민주당을 탈당하지 않고 지키겠다는 약속을 해 달라'고 했다. 그렇게 해 표가 많이 나온 것이다. 송인배 모델이 유시민 모델이 돼야 한다. 그래야 득표율이 극대화될 것이다."
"유시민 후보도 민주당도 잘해야 할 것 같다."
"유시민 후보는 야권 통합의 전망을 확실히 제시해야 한다. 사람들이 이런 고민을 한다. 민주당을 강화시켜 수권정당으로 키워서 정권교체까지 가야 할 판인데, 유시민 후보를 당선시키면 야권이 또 분열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유 후보가 분명한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
"어떤 메시지가 나와야 하나?"
"2번 후보를 지지할 사람들을 어떻게 8번 후보를 지지하도록 만들 것인가, 15일 남았는데 쉽지 않다. '유시민이 당선되면 민주당과 신뢰 관계를 구축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줘야한다. 그게 유시민 후보가 얘기한대로 전통적 지지세력과 새로운 지지세력이 화학적 결합을 해서 이기는 길 아니겠나. 유 후보는 그동안 분열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이번에야말로 그 비판을 씻고, 통합된 힘으로 국민참여당, 민주당 다 통합해서 정권교체까지 가겠다, 이것을 선언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안상수 인천시장이 아니라 안상수 '송도동장'"
이번 선거는 천안함 사태 때문에 이례적으로 조용히 진행됐다. 유권자들에게 후보자들의 정견이나 공약조차 잘 전달이 안 된 상태로 여기까지 온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아무래도 가장 효과적인 선거운동은 TV 토론일 터인데 인천에서는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모양이었다.
"SBS에서 토론을 한 번 했는데, 안상수 후보가 한번 하고는 안하겠다고 한다."
"왜 그런가?"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안상수 시정 8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마디로 교육과 복지가 전국 최하위다. 오로지 개발만 하고 다녀서 인천시장이 아니라 '송도동장'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다. 구도심이 황폐화 됐다. 송도만 번쩍번쩍하게 해 놓았는데 사실 송도도 속빈 강정이다. 송도에 랜드마크 건물인 68층짜리 동북아트레이드센터 빌딩 공사가 중단돼 있다. 마치 평양 유경호텔 같다. 멋있게는 지어놓았는데, 사무실이 안 찬다. 투자자 측에서 절반을 주거용으로 용도변경해달라고 하는데, 안 시장이 그것을 해주면 스스로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 된다. 송도 경제 자유구역에 있는 경제자유구역청도 완전히 주택개발청이 됐다. 주택공사 송도지부다. 오피스텔이라고 지어놓았는데, 업무 공간이 아니라 반 주거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그렇게 쏟아져 나온 아파트 물량 때문에 구도심이 개발이 안 된다. 영종, 청라, 이런 곳도 마찬가지다. 걱정이다. 안상수식 개발이 아파트 투기 프리미엄 얻어서 나눠 갖고, 건물 짓는 식의 개발이었다면 지금은 질적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기다."
▲ "안상수 후보는 '마무리론'을 주장한다. 그런데 인천은 마무리할 단계가 아니다. 자기가 왜 마무리를 하나. 인천은 계속 발전해야 하고, 새롭게 전환해야 한다. ⓒ프레시안(박세열) |
"안상수 후보는 '마무리론'을 주장한다. 8년 벌여놓은 것 마무리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인천은 마무리할 단계가 아니다. 자기가 왜 마무리를 하나. 인천은 계속 발전해야 하고, 새롭게 전환해야 할 시기다. 제가 시장이 되면 경제자유구역에 제대로 외자유치 하고 아파트 물량 통제 하고, 업무 공간도 확보해 기업 유치하는 방향으로 가겠다. 개발 이익이 외국으로 빠져나간 것을 검토해서 환수 조치하고 도심 재생 펀드를 만든 다음에 도심 재생산에 투자를 하겠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도 있지 않나."
"김포 통합 추진할 것…비대한 경기도 다이어트 해야"
OBS 경인방송에서 두어 차례 선거 토론 사회를 보면서 인천의 현황을 어깨 너머로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인천은 모든 면에서 수도권 최하위였다. 서울 옆에 곁다리처럼 붙어있는 느낌이랄까? 자족적이고 자긍심 있는 생활 문화 경제 공동체로 발전해 갈 비전의 설계가 가장 시급한 곳이 인천 아닐까?
"인천은 어떤 곳인가?"
"좋은 곳이다. 여러 가지로 가능성이 많고 발전 잠재력을 갖고 있는 도시다. 안상수 시장은 그 동안 철학 없이 행정을 해왔다. 교육 복지가 안 좋다. 교육이 꼴찌다. 100대 고등학교 중에 딱 1개가 인천에 있다. 인천에 인문계 고등학교가 80개가 넘는데…. 주민들도 인천에서 학교 나와 명문대에 갈 수 있을지 불안감이 있는 것 같다. 역설적으로 서민들이 살기는 좋은 곳 같다. 집값 싸고, 전세값 싸고, 물가도 높지 않다. 반면에 자살률, 이혼율, 실업률이 1위라고 한다. 인천에서 돈을 버는 의사, 교수, 변호사들 다 목동에서 살고 서울에서 산다. 시장이 되면 그 실태를 다 파악해 보려고 한다. 인천에 안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인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발표해서 사기도 올려주고 싶다.(웃음)"
"최근 옹진군 영흥도를 갔다 왔는데, 보통 인천하면 서울에 붙어 있는 조그만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넓더라."
"강화도까지 있으니 서울보다 더 넓다. 섬이 151개가 있다. 김포를 인천에 통합시켜야 한다. 시흥, 안산도 마찬가지다. 옛날에는 부평 도호부가 계양구에 있었는데, 부평 도호부 관할이 시흥, 안산, 김포, 부평, 부천이었다. 계양구도 한때는 부천군 계양면일 때도 있었고, 김포군 계양면일 때도 있었다. 물론 주민들은 아무래도 서울로 편입하고 싶어 하지 인천으로 오는 것은 싫어할 것이다. 그러나 김포는 지하철 9호선 문제나 강화도로 연결되는 교통 인프라 문제 등을 위해서도 인천에 통합되는 게 좋다. 김포 신도시와 검단 신도시가 상충되는 부분도 있다."
"행정구역 통합이 화두이긴 한데 어떤 방식으로 통합할 수 있을까?"
"김포에 인센티브를 주고 김포 시민들에게 물어서 김포를 먼저 통합시켜야 한다. 교통 인프라를 공유하는 게 인센티브가 될 것이다. 사실 경기도는 너무 크다. 경기북도와 경기남도로 나눠야 한다는 말처럼 같은 도 안에서도 차이가 많다. 그래서 김포, 부천, 시흥, 안산을 통합 시켜, 인천을 좀 키워서 확대시킬 수 있다. 비대한 경기도를 다이어트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자치단체장끼리 얘기가 잘될까?"
"경기도는 반대할 것이다. 그러나 교통인프라 등을 보면 김포는 가능할 수 있을 것 같다."
▲ 고성국 박사와 송영길 후보 ⓒ프레시안(박세열) |
"안상수 시장과 두번 맞붙어 1승 1패…결승전엔 자신있다"
인터뷰는 17일 아침에 이뤄졌다. 5.18 광주민주항쟁 하루 전이었다. 전남 고흥이 고향인 송영길 후보는 30년 전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80년 5월에 어디에 있었나?"
"광주 대동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광주에 있었다."
"내일이 5.18이다."
"영화 '화려한 휴가'에 나온 고등학교가 우리 학교다. 배우 이준기 씨가 했던 역할이 우리가 했던 역할이다. 우리 학교에서 최초로 데모를 했다. 시민들도 많이 참여했다. 친구 한명이 죽었다. 전영진이라고, <MBC> '어머니의 눈물'이라는 다큐가 그 친구를 다룬 것이다. 지금 제 보좌관이 시민군으로 참여해 마지막까지 총을 들고 도청을 사수하다가 잡혀간 사람이다."
"80년 5월 광주를 겪고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 생활이 순탄치 않았겠다."
"감옥에 한번 갔고, 인천에 있는 경찰서 유치장은 다 가봤다."
"언제부터 인천에서 살았나?"
"85년이다. 학교는 연세대였는데, 노동운동 한다고, 노동자로 살겠다고 생각해서 내려왔다. 위장취업도 했지만, 내 이름 걸고 내 힘으로 취직한 데도 있다. 공단 생활을 2년 했고, 택시, 버스 노조 일을 한 5년 했다."
"그런데 왜 변호사가 됐나?"
"두 가지 이유였다. 일을 하다 보니 이념보다는 산업재해, 연차수당, 퇴직금 등 법적인 일들이 훨씬 많았다. 이런 것을 정리해서 문병호 변호사, 이양원 변호사 등에게 소개해 주고 하다가, 내가 직접 변호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또 하나는 서른 살 때 아이를 딱 낳으니까 생활 걱정도 되고 변호사 자격이 있는 게 여러 가지로 활동을 하는 데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법 시험 공부는 얼마나 했나?"
"2년 반 했다."
"애초에 판검사를 하려던 건 아니었고?"
"그렇다. 연수원 성적이 53등이었다. 150등 까지 검사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쪽은 전혀 생각 안했다."
"정치 입문은 언제 했나?"
"99년도 6.3보궐 선거 때다."
"조금 늦은 것 같은데?"
"다른 386들에 비해서는 그렇다. 김민석, 정태근, 원희룡, 허인회 이런 사람들보다는 늦었다. 임종석, 우상호 등과 같이 들어갔다."
"어떤 계기로 정치에 입문했나?"
"제가 살고 있던 계양구에서 보궐 선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 옷 로비 사건도 있었고, 분위기가 안 좋아서 떨어졌다. 보궐 선거 후 10개월 만에 총선이 있었다. 한번 떨어진 전력도 있었기 때문에, 공천 받기도 쉽지 않았다. 두 번 다 안상수 후보와 맞붙었다. 처음에는 졌고 두 번째는 이겼다. 1승 1패다.(웃음)"
"이번이 결승전이겠다. 자신 있나?"
"자신 있다."
▲ 안상수 후보와 두번 맞붙어 처음에 졌고 두 번째는 이겨 1승 1패다. 결승전은 자신 있다." ⓒ프레시안(박세열) |
인터뷰를 하러 들어간 송 후보의 사무실에는 사진을 여러 장 붙인 커다란 판넬이 옆으로 치워져 있었다. 배경 그림으로 좋을 것 같아 판넬을 세워 달라 했더니 실무자는 조금 전 모 일간지에서 취재하면서 배경 그림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해서 옆으로 치웠다면서 다시 세워주었다. 자세히 보니 대학 졸업식 때 어머니와 찍은 사진, 신혼시절 아내와 찍은 사진, 아이들과 찍은 사진들에 후보가 망월동 묘역을 벌초하는 사진들이 간단한 설명과 함께 붙어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일간지의 세련된 감각에는 안 어울릴 것 같은 빛바랜 사진들이었다. 그러나 '촌놈기질'이 그대로 드러난 저 사진들이야말로 송영길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 투박하고 두툼한 그의 큰 손처럼. 우리는 배경으로 안 어울릴 것 같다던 그 사진들을 배경으로 인터뷰도 하고 촬영도 했다. 이 대책 없는 고집을 누가 말리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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